반전의 38일, 방시혁 결국 손 뗐다…'쩐의 전쟁' 승자는 카카오

2023. 3. 12. 18:49사회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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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엔터테인먼트을 두고 대립해 온 카카오와 하이브의 분쟁이 12일 카카오의 승리로 일단락됐다. K팝 산업의 시작점, SM의 경영진과 창업자인 이수만 전 총괄 프로듀서의 결별 과정에서 불거진 전쟁은 38일 간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다 극적으로 마무리됐다.

하이브는 이날 카카오와 합의 끝에 SM 인수전에서 물러난다고 발표했다. 하이브는 보도자료를 통해 “하이브는 카카오·카카오엔터테인먼트와의 경쟁 구도로 인해 시장이 과열 양상을 나타내고 있다고 판단했다”며 “하이브의 주주가치에도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점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고 밝혔다. 또 “카카오 측의 추가 공개 매수로 경쟁 구도가 심화돼 SM 인수를 위해 제시해야 할 가격이 적정 범위를 넘어섰다”고 설명했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이날 결정에 따라 오는 31일 예정된 SM 정기주주총회에서 앞서 하이브가 세운 사내이사 후보는(7명) 모두 사퇴한다. 사외이사 후보는 하이브와 카카오가 협의 중이다.

카카오도 동시에 보도자료를 내고 “하이브의 SM 인수 중단 결정을 존중한다”고 밝혔다. 또 “하이브·SM엔터테인먼트와 상호 긍정적 영향을 주고 받는 파트너로서 K팝을 비롯한 K컬처의 글로벌 위상 제고를 위해 다양한 협력 관계를 이어가기로 의견을 모았다“고 전했다.

하이브와 SM은 지난 10일 협상에 돌입해 3일만인 이날 오전 전격 합의를 발표했다. SM 경영권 인수 경쟁이 감정 싸움으로 번지면서 양측 모두 부담을 느끼는 시점이었다. 협상 테이블엔 배재현 카카오 투자총괄대표 등 투자 실무진이 앉은 것으로 알려졌다.

합의 발표에서 하이브와 카카오는 모두 ‘협력’을 언급했다. 하이브는 ”플랫폼 협업 방안에 대해서도 합의를 이뤘다“고 명시했고, 카카오도 ”다양한 협력 관계를 이어가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양측 모두 어떤 종류의 협력인지는 밝히지 않았다. 양측은 각각 ”현시점에서 정확한 협업 내용에 대해 답변하기 어렵다“며 ”실질적인 협력이 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서울 성동구 SM엔터테인먼트 본사. 카카오는 26일까지 주당 15만원에 SM 지분총 833만3641주를 공개매수한다. 연합뉴스

협력 플랫폼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불분명하다. 현재 하이브는 네이버와 손잡고 팬과 직접 소통하는 팬플랫폼 위버스 키우기에 집중하고 있다. 하이브 레이블즈 빅히트뮤직의 방탄소년단(BTS) 팬덤에 힘입어 누적가입자 5400만명을 자랑하는 세계 최대 팬플랫폼이다.

카카오도 앞으로 SM이 주도하는 팬플랫폼 버블을 쥐게 될 전망이다. K팝 산업에서 팬플랫폼의 승패는 곧 ‘입점’ 지식재산권(IP) 수에 달려 있어 경쟁 관계인 위버스와 버블 협업은 쉽지 않아 보인다. 한 관계자는 “하이브가 물러설 명분이 필요해 협력이라는 표현을 쓴 것으로 보인다”며 “현실적으로는 협력 가능한 핵심 분야가 잘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카카오엔터의 음원플랫폼 멜론이나 웹툰·웹소설 제작에 하이브 IP를 활용할 가능성은 있다.


카카오XSM, 남은 과제는
하이브가 물러섰지만 SM이 완전히 카카오 품에 안기기 전까지 절차는 남아있다. 우선 하이브가 들고 있는 SM 지분 15.78%에 대한 교통 정리가 필요하다. 이를 어찌할지는 이번 협상 테이블에 올리지 못했다는 후문이다.

하이브의 2차 공개매수 가능성이 완전히 사라지면서, 오는 26일까지 진행될 카카오·카카오엔터의 SM 공개매수(주당 15만원) 성공 가능성은 증가했다. 공개 매수가 계획대로 진행된다면, 카카오와 카카오엔터가 SM 주식 각 17.5%와 기존 지분 4.91%까지 총 39.9%를 갖게 된다. SM 최대 주주에 오르는 카카오는 경영권 불씨를 차단하기 위해 안정적인 1대 주주가 필요하다고 SM 을 설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카카오 내부를 포함, 업계는 공개 매수 성공을 낙관하고 있다.

카카오는 SM의 자율적·독립적 운영을 보장하고 SM 3.0을 비롯한 미래 비전과 전략 방향을 중심으로 글로벌 성장에 속도를 내기로 했다. 연합뉴스

카카오는 SM 지분을 15% 이상 보유하게 되는 시점(주식 취득일)으로부터 30일 이내에 공정거래위원회에 기업결합을 신고해야 한다. 이후 공정위는 카카오와 SM이 기업결합 후 독과점 지위를 형성해 이를 남용할 우려가 없는지, 경쟁이 제한되지 않는지 심사한다. 심사기간은 기본 30일, 연장 90일 등 총 120일이다. 하지만 전체 심사 기간은 6개월~1년, 사안이 복잡한 경우 훨씬 더 장기전으로 갈 수 있다. 카카오와 SM의 경우 사업 구조가 복잡해 장기 심사가 예상된다. 대신 카카오는 공정위 심사가 진행되는 동안 SM 주식에 대한 의결권을 제한 없이 행사할 수 있다.

이밖에 하이브와 SM, 카카오가 번갈아가며 제기한 각종 의혹과 주장을 수습하는 일도 남아있다. 카카오는 “(인수전) 경쟁 과정에 대한 국민과 금융 당국의 우려를 고려해 하이브와 협의한 내용을 바탕으로 신속하고 원만하게 인수를 마무리하고자 최선을 다하겠다”고 전했다.

한편 최대 경쟁사 하이브에 인수되는 운명을 막기 위해 전사적 역량을 모아 온 SM은 한숨 돌렸다. SM은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이번 합의를 계기로 SM은 주주와 구성원, 팬과 아티스트에게 약속 드린 SM 3.0 전략을 속도감 있게 추진하고 ‘팬·주주 중심의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회사로의 도약’이라는 미래 비전을 반드시 이뤄내겠다“고 다짐했다. 또 ”31일 주주총회에서 새롭게 출범할 ‘SM 3.0 이사회’는 최적의 수평적, 전략적 파트너인 카카오와 함께 세계 최고의 ‘IP X IT 시너지’를 창출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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