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4. 24. 22:54ㆍ문화
▲ 영화 <렌필드> ⓒ 유니버설 픽처스
20세기 초, 트란실바니아의 뱀파이어 '드라큘라'(니콜라스 케이지) 백작은 영국의 부동산 전문 변호사, 'R. M. 렌필드'(니콜라스 홀트)를 만난다. '렌필드'는 화려한 언변을 지닌 '드라큘라'의 꼬임에 넘어가 그의 시종 노릇을 하게 되고, '드라큘라'는 '렌필드'에게 벌레를 먹으면 영생에 가까운 모습과 강한 힘과 스피드를 구사할 힘을 부여한다. 하지만 90년의 세월 동안, '렌필드'는 '음식'이라 할 수 있는 희생자들을 '드라큘라'에게 데려오는 것에 지치고 만다. 최근 '렌필드'와 '드라큘라'는 뱀파이어 사냥꾼들을 만났고, '드라큘라'가 거의 죽을 뻔한 상황에 놓였으나, '렌필드'의 적절한 타이밍으로 간신히 목숨을 유지한다.
'렌필드'는 '드라큘라'를 데리고 회복을 위해 뉴올리언스의 한 병원으로 향한다. 그곳에서 신선한 제물을 찾아 거리를 헤맨 '렌필드'는 우연히 위험에 처한 경찰 '레베카'(아콰피나)를 돕고, 무고한 시민들을 구하면서, 지금까지 느껴본 적 없는 삶의 새로운 순간을 느끼게 된다. 동시에 '렌필드'는 '관계 중독 치료 모임'에서 상담을 받으면서, 새로운 삶을 도모하고자 한다. 한편, 뉴올리언스 지역을 꽉 잡고 있던 범죄 조직 후계자 '테드워드 로보'(벤 슈와츠)는 '레베카'에게 복수를 하려던 순간, 예상치 못한 '렌필드'의 등장으로 부하를 잃으면서 낭패에 빠진다. 대신, '드라큘라'를 만난 '테드워드 로보'는 새로운 계획을 세우게 된다.
그사이 어떤 상황에서도 할 말은 주저 없이 하는 스타일의 정의감 가득한 경찰, '레베카'는 '렌필드'의 사연을 들은 후, 그에게 현실적인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 하지만 '렌필드'가 자신을 져버리고 있다는 걸 알아버린 '드라큘라'가 '렌필드'의 주변인들을 위협해 오고, '렌필드'는 도망가지 않고 그와 맞서기로 결심한다. 그간 '드라큘라'를 소재로 한 영화들이 고전적인 세계에서 전개된 이야기를 주로 펼쳤다면, <렌필드>는 "현재 '드라큘라'가 살아있다면? 그리고 '드라큘라'와 비서 '렌필드'의 관계를 직장에서 벌어지는 상사와 부하의 '수직적 관계'로 짚어보면 어떻게 될까?"라는 두 가제로 만들어진 흥미로운 작품이다.
물론, <렌필드>의 출발점은 유니버설의 흥미로운 프로젝트였던 '다크 유니버스'부터 시작된다. 디즈니가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를, 워너가 'DC 확장 유니버스'를 만들면서, 유니버설도 자신들의 '유니버스'를 만드는 것을 시도한다. 20세기 초중반 다양하게 등장했던 호러 작품들의 캐릭터들로 하나의 세계관을 만들겠다는 것. <드라큘라: 전설의 시작>(2014년)을 통해 '시작'을 하려 했으나, 본전치기에 가까운 흥행 성적을 거두면서, 유니버설은 톰 크루즈를 앞세워 <미이라>(2017년)로 '부활'을 꿈꿨다. '다크 유니버스'라는 오프닝 타이틀과 함께 등장했던 <미이라>는 몇몇 캐릭터의 떡밥을 수면 위에 올려놓긴 했으나, 흥행에 실패하면서 프로젝트는 사실상 끝나고 만다.
대신 유니버설은 이들 'IP'를 여러 작품으로 쪼개서 단일 작품으로 만드는 계획을 세운다. 대표적인 예가 '투명 인간'의 공포를 담은 저예산 작품 <인비저블맨>(2020년)으로, 코로나19 직전 북미에서 '대박 흥행'에 성공하면서 자연스럽게 <렌필드> 프로젝트로 이어지게 된다. 그래서인지 <렌필드>는 오프닝부터 1931년 유니버설이 제작했던 <드라큘라>의 몇몇 컷들을 최대한 고전 영화처럼 꾸며 놓으면서 헌정한다. <렌필드>를 다루는 방식은 'PG-13' 등급 수준이 아닌 화끈한 'R'등급으로, 마치 사람의 몸이 케밥 잘려 나가듯 잘리면서, 케첩 통이 터지는 것 같은 피바다를 체험할 수 있는 'B급 액션'으로 전개된다. 그래서 이에 적응하지 못한다면 <렌필드>를 온전히 즐기기 힘들다.
하지만 <렌필드>가 주요한 홍보 포인트로 내세운 "직장 내에서 위계질서로 경험한 스트레스를 확실하게 풀어버릴 수 있는" 즐거움은 충분히 제공한다. 작품에서 '렌필드'와 '레베카'가 '직장'에서 처한 상황, 그리고 이를 날려버리는 방법은 꽤 20대, 30대 성인 관객에게 잘 어울려 보이기도 한다. '드라큘라'라는 소재 자체가 이제는 진부하다고 할 수 있겠지만, '렌필드'를 주인공으로 한 영민한 각색은 '새로운 팬층'을 불러 모으는 잠재력이 될 수 있다는 걸 증명한 것.
여기에 <렌필드>는 1990년대 후반, 할리우드 대표 액션 스타인 니콜라스 케이지가 오랜만에 메이저 배급사 작품에 '배우 연기'로 등장한 영화이기도 하다. 2010년대 들어서 '한물간 배우'라는 꼬리표를 받으며 B급, C급 영화에 종종 출연했던 그는 인디 영화 <피그>(2021년)를 통해 통찰력 있는 연기를 보여주면서 재기에 성공했고, <렌필드>를 통해 다시금 주인공의 위치에 오르게 됐다. 그래서인지 극에서 니콜라스 케이지가 미친 듯이 웃는 장면은 과거 짤로도 유명했던 <페이스 오프>(1997년)의 웃음을 보는 듯 해서 반가웠다. 자신이 그토록 꿈꿔왔던 배역(니콜라스 케이지는 배우가 되면서부터 '니모 선장', '슈퍼맨', '드라큘라'를 맡고 싶었다고 밝혔다)을 연기한 건 덤이었다.
또한, '렌필드'를 맡은 니콜라스 홀트도 <엑스맨> 프리퀄 작품들과 <웜 바디스>(2013년),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2015년) 등 분장을 한 작품들에서 호평받았고, 그가 분장한 작품은 믿고 볼 수 있다는 수식이 생겨났었는데, 이번 작품에서도 '다크 서클'이 강한 분장을 하고 등장하면서 그 수식을 이어갔다. 니콜라스 홀트는 이번 작품을 위해서 6개월간의 액션 훈련을 경험했고, 실제로 식용 벌레를 먹으면서 작품에 대한 열정을 보여줬다고 한다.
by 알지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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