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리뷰) 멍뭉이 : 1,500만 반려인구 시대에 이런 영화가?
▲ 영화 <멍뭉이> ⓒ (주)키다리스튜디오
※ 영화 <멍뭉이>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국내 반려동물 양육 인구가 어느덧 1,500만 명을 향하는 상황에서, 반려견 소재 영화가 개봉했다. 3월 1일 공개된 <멍뭉이>는 중학교 시절 미국으로 유학을 떠나, 조지타운 대학교에서 국제정치학을 배워 한국에 돌아와, 영화 배급사 쇼박스 홍보팀과 투자팀에서 활동했던 김주환 감독의 신작이다. 그는 대학 시절 전공 외로 시나리오 공부를 했던 것을 떠올리며, 영화 제작에 꿈을 이루고자 사비로 단편 영화를 만들었다. 단편 <안내견>(2016년)은 조선족 노동자가 유기견이 우정을 쌓는다는 차별받는 인간과 동물의 이야기였다. 이 작품이 칸 영화제 단편 비경쟁 부문에 초청받으면서, 자연스럽게 그에게 장편영화 연출의 길이 열리게 됐다.
김주환 감독은 공군 통역장교 복무 시절 사관생도들이 겪었던 딜레마인 "멋있는 파일럿이 되고 싶었지만, 치열한 경쟁으로 되지 않는 경우"를 바탕으로, 경찰대학에 다니는 학생들이 추리하는 실종 수사극 <청년경찰>(2017년)을 만들어 흥행에 성공했다. 좀 더 많은 예산을 투자받은 김 감독은 자신이 미국 유학 시절 보고 자란 할리우드 작품이나, 만화책과 같은 대중문화에서 착안한 아이디어들을 짜 맞춘 오컬트 영화 <사자>(2019년)의 각본을 직접 집필해 나갔다. 하지만 <사자>는 캐릭터의 '고뇌'보다는 불주먹 같은 '맵시'에만 더 집중하려 애쓴 것이 보인 영화가 됐고, 오컬트라고 하기에도 정체성이 뚜렷하지 않은 결과물을 내놓으며, 흥행에 실패하고 만다.
신작 <멍뭉이>에 김 감독은 "어떤 메시지를 강요하지도 않고 그저 좋아하는 장소처럼 마음이 평온해지는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라고 밝혔다. 전작을 준비하던 중 어린 시절부터 함께 했던 강아지와의 이별을 경험한 후, 소중한 존재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할 시간과 반려견에 대한 따뜻한 시선의 중요성을 일깨우는 계기가 됐다는 것. 그의 특기였던 버디물과 반려견의 이야기를 함께 풀어낸 작품으로 생각했지만, <멍뭉이>는 처음부터 끝까지 '자기 합리화'의 연속으로 전개되면서 오히려 불쾌감을 끌어냈다.
작품의 주인공인 '민수'(유연석)는 가족의 완성이 목표였고, 사랑하는 여자친구 '성경'(정인선)과 11년을 함께 한 동생 같은 반려견 '루니'를 누구보다 아끼고 배려하는 순정남. '루나'와의 시간을 보내기 위해 6시가 되자마자 퇴근을 하는 그였지만, 갑작스러운 난제에 부딪친다. '셩경'과의 1,000일을 기념하는 날, '민수'는 프러포즈를 한다. 결혼을 승낙한 '성경'은 '민수'에게 자신이 개 침 알레르기가 있어서, 지금까지 약을 복용해왔다는 것을 고백한다. 이에 '민수'는 '루니'에게 새로운 집사를 찾아주겠다면서, 그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이야기한다.
여기서부터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관객이라면 물음표를 남기게 된다. 자신의 가족을 만들기 위해서 또다른 가족을 버려야 한다(어떤 변명을 붙이더라도, '민수'의 행동은 '파양'이나 다름이 없다)는 상황에서, 당신이라면 어떤 생각을 할 것인가? 물론, 감독은 반려인이 처할 수 있는 난제를 제시하면서 현실을 짚어보고 싶었겠지만, '최선의 시나리오'라 하기에는 무리수가 많았다. 어머니가 세상을 떠난 순간, 그 옆을 지켰던 '루니'를 파양하겠다는 설정은 '민수'가 그렇게 착하고, 순수하다지만, 사랑하는 이의 정을 그렇게도 쉽게 뗄 수 있는 사람인가라는 캐릭터의 근본적인 성격까지 의심케 하고 만다.
출발 지점부터 설득력을 잃어버린 <멍뭉이>는 이후, '로드 무비'의 형식을 띄면서 더욱 이상한 방향으로 굴러간다. '민수'는 위기의 상황에서 사촌 형 '진국'(차태현)을 소환한다. 오로지 드립 커피만을 팔기 위해 카페 창업을 했지만, 실패한 후 헬스장에서 일을 하던 '진국'은 망설임 없이 '민수'를 도와준다. 자신의 인스타그램 팔로워가 수 만 명인데, 그 사람들을 이용해 새로운 주인을 찾게 해주겠다는 것. 그 과정에서 나오는 유머 포인트, 배경 음악, 연기 톤은 2023년에 개봉하기에는 많이 낡아보였고, 형제를 맡은 유연석과 차태현의 작위적인 웃음 혹은 눈물 연기, 그리고 귀여운 강아지들의 모습으로 빈 틈을 채우려 한다.
심지어 영화는 후반부에 들어서 앞서 언급한 '난제'를 너무나도 쉽게 해소한다. 처음 '민수'가 프러포즈를 했던 순간, 애인과 대화를 통해 '루니'를 키울 계획을 세울 수 있는 내용이 1시간 30분 이상의 '로드 트립'의 결과와 별개로 작동하다 보니 헛헛함을 받기도 했다. 심지어 프러포즈 중 '민수'의 결혼 후 주거 계획, "항공 승무원인 애인을 위해 마곡동 근처에 임대를 두고, 강남구에 있는 단독 주택을 팔겠다"라는 말을 듣다보면, 현재의 부동산 상황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청년 같아 답답했다. 여기에 '로드 트립' 중 사촌 형제가 방문하는 '유기견 센터'는 갑자기 다큐멘터리의 촬영 방식으로 인터뷰가 진행되면서, 극영화와는 따로 노는 호흡을 보여주기도 했다.
그렇게 <멍뭉이>는 극장 값도 오른 이 시국에, 어느 정도의 내실을 갖춘 작품이 관객의 선택을 받아야 하는가라는 기본적인 논의로 돌아가게 해주는 작품이 됐다.(반려견들의 '귀여운 모습'은 지금 당장 유튜브에 있는 수 많은 영상을 봐도 충분하다) 코로나19 직전, 연간 2억 관객의 '신기루'가 걷히고 난 극장 영화의 기본을 지키는 영화들이 더 많이 걸리길 기대해 본다.
by 알지미디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