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리뷰) 6번 칸 : 기차 한 칸에 같이 탄 남녀에게 벌어진 일
▲ 영화 <6번 칸> ⓒ 싸이더스
핀란드 유학생 '라우라'(세이디 하를라)는 고대 암각화 유적지를 방문하기 위해 '무르만스크행' 기차에 탑승한다. 기차 '6번 칸'에 탑승하게 된 '라우라'는 그곳에서 '료하'(유리 보리소프)를 만난다. 같이 6번 칸에 탄 '료하'는 처음에는 보드카에 취해 '라우라'에게 무례한 발언을 하면서 삐걱거리지만, 그의 투박하지만, 순수한 마음은 목적지에 다다를수록 '라우라'를 향한다.
제74회 칸영화제 심사위원 대상 수상작인 <6번 칸>은 항상 도착하지 못하고 어딘가로 가는 '라우라'의 이야기를 담았다. 핀란드 작가 로사 릭솜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하며, <올리 마키의 가장 행복한 날>(2016년)로 칸영화제 주목할만한 시선(신진감독의 작품을 소개하는 섹션이다) 대상을 받은 유호 쿠오스마넨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감독은 TV 다큐멘터리를 제작하면서 러시아 횡단 열차 여행을 하게 됐을 때, 원작을 읽으며 작품의 시나리오 작업을 진행했다고. 원작은 다양한 시대를 다루고 있지만, 영화는 서로 다른 시간의 레이어를 생략하면서, 모스크바에서 무르만스크로의 여행으로 변경했다.
1980년대 소련의 모습 대신 1990년대 후반의 모습을 그렸으며, 캐릭터의 나이도 청년 세대로 바꿔 연출을 진행했다. 작품에서 '라우라'는 집 어디에도 없고, 혼자도 아니고, 다른 사람들과 함께도 아니다. '라우라'는 안절부절못하고 있지만, '라우라'가 절대 도망치지 못할 장소에 정적으로 묶여있다. 모스크바에서 무르만스크로 가는 여행에서, '라우라'는 '료하'를 만난다. '6번 칸'에 있다는 것이 그들의 유일한 공통점이었고, 여행의 시작은 자아의 끊임없는 갈등이다. '료하'는 권력자로 보이기를 원하고, '라우라'는 아예 보이지 않기를 원한다. 1990년대 붕괴한 소련의 황당한 현실은 두 외부인의 길을 따라가는 이 단순한 이야기에 완벽한 틀을 제공한다.
영화의 배경을 1990년대 후반으로 설정한 이유에 대해 유호 쿠오스마넨 감독은 "1990년대 후반에는 우리가 어디로 가야 하는지에 대한 모든 답을 얻을 수 있는 스마트폰이 없었기 때문에 낯선 사람들에게 질문을 해야 했다"라면서, "이처럼 우리가 서로에게 의존적이었다는 생각이 정말 마음에 들었다. 또한, <6번 칸>이 추억처럼 느껴지기를 원했다"라고 전했다. 영화는 무르만스크행 열차에 올라 비디오카메라로 낯선 도시의 풍경과 사람들을 촬영하는 주인공 '라우라'의 모습과 워크맨으로 음악을 듣고 공중전화로 연인에게 전화하는 모습까지, 하나하나 1990년대 감성을 재현해낸다.
유호 쿠오스마넨 감독은 "영화는 디테일이 중요한데 관객들이 칸의 향기와 커튼의 합성 섬유의 느낌을 느낄 수 있도록 정확하게 기록하고 싶었다"라면서, "설명적인 설정 샷 대신 기차, 도시, 마을, 술집 등 위치에 대한 자세한 사진 샷을 사용했다"라고 전했다. 그래서 야니-페테리 파시 촬영감독은 코닥 35mm로 작품을 촬영했고, 스크린을 통해 1990년대의 감성을 불러일으키는 낭만적인 영상을 담아냈다. 야니-페테리 파시 촬영감독은 주인공들의 대화 장면에서는 따뜻한 톤을, 낮에는 눈이 많이 내리는 러시아 풍경의 분위기를 담았고, 밤에는 녹색과 파란색 톤으로 변덕스러운 도시의 분위기를 보여주는 데 집중했다.
또한, 야니-페테리 파시 촬영 감독은 흔들리는 기차 안에서 카메라를 안정화하고, 캐릭터의 감정을 세밀하게 전달하기 위해 항상 캐릭터 근처에서 움직이고 숨 쉬고 그들의 모습을 포착하는 데 집중했다고. 관객들이 '라우라'와 '료하'를 잘 알아갈 수 있도록, 세밀한 감정을 근접 촬영으로 완성했다. 더불어 <6번 칸>에는 '라우라'가 없는 장면이 없는데, 이는 관객들이 '라우라'와 함께하는 모든 순간을 경험하고, 이 신비로운 여성이 누구인지, 그리고 '라우라'가 세상의 무게를 어떻게 경험하는지를, '라우라'와 기차 한 칸을 공유하는 남자 '료하'를 통해 느낄 수 있게 캐릭터에 집중해서 촬영을 완성했다.
이어 유호 쿠오스마넨 감독은 "나는 부조리한 현실이 연기된 표현이 아닌 모든 복잡성으로 나타나기를 원하기 때문에 세트 스튜디오보단 현장 로케이션을 선호했고, 배우들도 연기에 있어서는 전문가이지만 잘 알려진 배우들보다는 현지인들을 선호했다"라고 이야기했다. '라우라'를 맡은 세이디 하를라는 이 작품을 통해 핀란드의 아카데미라 할 수 있는 유시상에서 여우주연상을 받으면서, <사랑할 땐 누구나 최악이 된다>(2021년/노르웨이)의 레나테 레인스베,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2019년/프랑스)의 아델 에넬, 노에미 메를랑과 함께 유럽을 대표하는 여성 배우로 주목받고 있다.
한편, 작품의 작품 의도에 대해 감독은 "<6번 칸>은 급류를 향해 점점 더 빠른 속도로 흐르다가 돌 사이의 좁은 틈 사이를 으르렁거리며 마침내 고요한 호수 표면으로 흘러가는 강과 같다"라면서, "외로운 두 캐릭터는 연결의 순간을 공유하고 서로를 비슷한 것으로 인식한다. 내 목표는 모든 부조리 속에서 삶을 편안하게 받아들이면서 관객을 영화관 밖으로 안내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by. 알지미디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