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리뷰) 샤잠! 신들의 분노 : 무너진 DCEU, '샤잠'도 막을 수 없었다
▲ 영화 <샤잠! 신들의 분노> ⓒ 워너 브러더스 코리아(주)
위탁 가정에서 살던 '빌리 뱃슨'(애셔 엔젤)은 우연히 만나게 된 '마법사'(디몬 하운수)에게 '샤잠'(제커리 리바이)의 후계자로 선택받는다. 그렇게 솔로몬의 지혜, 헤라클레스의 힘, 아틀라스의 체력, 제우스의 권능, 아킬레스의 용기, 머큐리의 스피드까지 신의 능력을 얻은 '빌리 뱃슨'은 자신이 받은 능력을 위탁 가정 친구들과 나눈다. 테스트 아닌 테스트를 진행하면서, 자신의 힘에 대한 어느 정도의 '책임감'을 알게 된 이들은 과거 '샤잠'의 후계자가 될 뻔했던 '사바나 박사'(마크 스트롱)와의 대결을 펼치면서 승리한다.
<샤잠! 신들의 분노>는 어느 날, 그리스 신 아틀라스의 딸이자, 예선서 속 첫 번째 여신 '헤스페라'(헬렌 미렌)와 두 번째 여신 '칼립소'(루시 리우)가 나타나면서 시작된다. 생명의 나무 수호자인 '헤스페라'는 아버지와 동료 신들이 빼앗긴 힘들을 되찾기 위해, '마법사'의 지팡이를 손에 얻는다. '헤스페라'가 동생 '칼립소'와 함께 세상을 혼돈에 빠트리는 동안, '빌리'는 팀으로 함께하길 원하는 다른 위탁 가족 구성원들을 하나로 모을 방법을 찾지 못해 고심하고 있었다. 어느 날, '빌리'의 가장 친한 친구이자 형인 '프레디 프리먼'(잭 딜런 그레이저/아담 브로디) 앞에는 자신의 능력을 보여주고 싶은 전학생 '앤시아'(레이첼 지글러)가 나타난다.
'앤시아'는 알고 보니 아틀라스의 세 번째 딸이었고, 공간을 축의 힘으로 움직이는 힘을 숨긴 채 '프레디'를 노리고 있었다. 동시에 '헤스페라'와 '칼립소'가 나타나면서, '빌리 뱃슨'과 아이들은 자신들의 힘을 빼앗기는 위기에 처한다. <샤잠! 신들의 분노>는 전편 <샤잠!>(2019년)이 '샤잠'과 '샤잠 패밀리'의 탄생 과정을 그린 것에서 이어가, '슈퍼히어로'라고 부르기 애매했던 포지션인 이들이 진정한 '슈퍼히어로'로 각성하는 과정을 그렸다. 특히 18살이 되면 가족과 떨어져야 하는 다양한 인종의 위탁 가정 청소년이 어떠한 삶을 준비해야 하는지를 상업 영화에서 녹여내고 있다는 점도 나름의 관람 포인트이자, 희망 거리로 작용했다.
문제가 있다면, 이제 관객들이 '슈퍼히어로' 영화에 대해서 큰 감흥을 느끼고 있지 못하는 것에 있겠다. 이는 단순히 DCEU(DC 확장 유니버스) 뿐만이 아니라, MCU(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가 공동으로 간직하고 있는 숙제에 해당한다. 어느덧 CG 화면이 가득 찬 공간에서 싸우는 슈퍼히어로 작품들 자체가 과거 서부극이 몰락한 것처럼, 몰락의 길을 걷고 있는 것이 아니냐 라는 지적이 나오는 상황이다 보니, <샤잠! 신들의 분노>는 관객에 따라 '관람을 선택하기에도 귀찮은' 작품이 됐다. 게다가 두 유니버스가 자신들의 OTT 플랫폼(HBO맥스, 디즈니+)을 통해 드라마를 만들고 있기 때문에, 드라마를 봐야 쿠키 영상, 내용이 이해되는 높은 장벽까지 구축해버렸다.
그나마 DCEU는 MCU의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시리즈를 연출한 제임스 건이 넘어와서, DCU라는 새로운 유니버스로 '재편하겠다'는 공표하며 또 다른 기회를 얻었다. 하지만 덕택에 '샤잠'의 DCU 합류 여부는 미정으로 남겨지면서 문제가 발생하고 만다. 열심히 '샤잠 패밀리'의 연대를 보여줘봤자, 앞으로 이들이 또 나올지 안 나올지를 모르는 상황에서, 드라마 <피스메이커>의 캐릭터나, '미스터 마인드'의 쿠키 출연은 큰 의미가 없어 보였다.(하다못해 후반부에 나오는 결정적인 타 영화 주인공 역시 DCU의 합류 여부가 미정인 상황.) 이는 앞으로 남은 DCEU 작품에서도 반복될 문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물론, 첫 번째 쿠키 영상에서 '빌리'가 농담으로 '어소리티 소사이어티'를 이야기했고, 그들의 이야기를 담은 DCU 작품 <어소리티>가 2025년 개봉을 목표로 준비 중이긴 하지만, '샤잠'의 출연 여부는 역시 확실치 않다. 결국, <샤잠! 신들의 분노>는 전작을 그나마 재밌게 봤을 만한 관객에게만 그럭저럭 무난한 관람이 됐을 것이고, 그렇지 않은 관객에게는 '분노'만을 안겼을 작품이 되고 말았다. 덕분에 국내 흥행도 좋지 않은 상황인데, 첫 주말 누적 관객 수가 10만 명도 넘지 못한 것은, 근래 슈퍼히어로 영화 중 최악의 평을 얻었던 <판타스틱 4>(2015년/30만)보다 심각한 경우라 할 수 있겠다.
by. 알지미디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