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4회 전주국제영화제 관람작 두번째 소개 : 코로나로 모두가 격리된 호텔에서 벌어진 일
▲ 영화 <우리와 상관없이> 상영 이후 열린 관객과의 대화 ⓒ 전주국제영화제
전주의 봄은 다시 뜨거웠다. 제24회 전주국제영화제가 '우리는 늘 선을 넘지'라는 슬로건을 걸고 지난 4월 27일 개막, 5월 6일까지 전주 영화의거리 일대를 비롯해 오거리 문화광장, 팔복예술공장, 전북대학교 삼성문화회관 등에서 열리고 있다. 2020년대 들어서 처음으로 '마스크 없는 영화제'라는 진귀한 풍경 아래 진행된 이번 영화제는, 온라인 예매 첫날에만 75%의 좌석이 팔리는 등 관객의 관심 아래에 진행됐다. 열흘간 42개국 247편의 영화를 상영하는 가운데, 한국 단편 38편은 국내 영화제 전용 온라인 플랫폼 '온피프엔'에서도 만나볼 수도 있다. 전주에서 몇몇 작품을 감상한 에디터의 짤막한 후기들을 모았다.
▲ 영화 <호텔> ⓒ 전주국제영화제
1. <호텔>
- 섹션 : 마스터즈
- 감독 : 왕 샤오슈아이
- 출연 : 닝 위엔위엔, 야부, 구영 등
- 등급 : 15세 관람가 / 상영시간 : 105분
2020년, 코로나19 관련 봉쇄 조치로 태국의 호텔에 갇히게 된 관광객들이 격리 중 겪는 이야기를 그렸다. <나의 아들에게>(2019년)로 베를린영화제 은곰상(여자연기자상, 남자연기자상)을 받은 왕 샤오슈아이 감독의 신작. 감독이 실제로 태국 호텔에서 춘절 휴가를 보내던 시절 겪은 에피소드를 바탕으로 써 내려간 작품으로, '코로나19'를 프로파간다로 사용한 <최미역행>(2020년)과는 다른 결의 이야기를 보여준다. 젊은 여성 주인공, 우한 출신의 중년 부부, 홍콩 출신의 화가, 시각장애인 중년 남성과 그를 돌보는 태국 청년 등을 통해 그들이 감춰왔던 비밀들이 수면 위로 떠오르는 과정이 작품의 주요 관람 포인트였지만, 당혹스러운 결말로 인해 일부 객석에선 헛웃음이 나왔다.
▲ 영화 <우리와 상관없이> ⓒ 전주국제영화제
2. <우리와 상관없이>
- 섹션 : 한국경쟁
- 감독 : 유형준
- 출연 : 조현진, 김미숙, 조소연 등
- 등급 : 12세 관람가 / 상영시간 : 81분
중년 배우 '화령'(조현진)이 갑작스러운 뇌졸중으로 인해서, 자신이 출연한 영화 시사회에 참석하지 못하게 되자, 함께 일했던 사람들이 찾아와 완성된 영화의 내용(관계자들이 모두 저마다 다른 설정의 내용을 전한다)을 들려주면서 시작되는 이야기를 담았다. 올해 열린 73회 베를린영화제의 포럼 부문(주로 신인 감독 작품을 발굴하기 위한 섹션으로 알려져 있다)에 초청됐다. 영화는 1부와 2부의 이야기를 통해서, 점차 정반대의 진술이 뻔하게 양립하는 세계에 대한 모순을 보여주고자 했다. 유형준 감독은 "믿음을 갖기가 어려운 사람들이 있다. 그런 사람들에게는 끝없는 진동이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라고 제작 의도를 밝혔다.
▲ 영화 <워터> ⓒ 전주국제영화제
3. <워터>
- 섹션 : 월드시네마
- 감독 : 엘레나 로페스 리에라
- 출연 : 루나 파미에스, 바바라 레니, 니브 드 메디나 등
- 등급 : 15세 관람가 / 상영시간 : 105분
스페인 남동부의 한 마을, "물을 품고 태어난 여자들이, 홍수가 일어나면 함께 사라질 운명을 지녔다"라는 '미신'이 마을 사람들 사이에 오르내리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스페인의 아카데미 시상식이라 할 수 있는 고야상에서 신인감독상, 신인여우상(루나 파미에스) 후보에 지명됐다. 전 세계적으로 공통으로 구전되는 '선택받은 여성'에 대한 신화를 극화한 작품이다. 문성경 프로그래머는 "고대만큼이나 신화적인 법칙이 지배하는 한 마을의 여성 세계에 주목한다"라면서, "리얼리즘과 신비주의 중간쯤에 있는 <워터>는 여성, 연대와 저항, 사랑의 이야기와 성장의 결과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라고 언급했다.
▲ 영화 <애프터> ⓒ 전주국제영화제
4. <애프터>
- 섹션 : 국제경쟁
- 감독 : 앙토니 라피아
- 출연 : 루이즈 셰비요트, 마지드 마스투라, 나탈리아 비스니에브스카 등
- 등급 : 청소년 관람불가 / 상영시간 : 71분
파리의 한 클럽에서 만난 남녀, 변호사 '펠리시'(루이즈 셰비요트)와 우버 운전사 '사이드'(마지드 마스투라)가 하룻밤을 보내는 과정을 그렸다. 젊은이들이 빠른 비트의 테크노 음악을 즐기면서 파티를 여는 장면(일부 대목에서 사람들은 마약을 흡입하기도 한다)과 아침 이른 시간부터 펼쳐지는 노동자들의 시위(음성)를 처음과 끝으로 보여주는, 대조의 이미지와 모순된 상황을 사용한다. 또한, '펠리시'와 '사이드'의 대화를 통해서, 영화는 현재 프랑스의 민주주의가 어디로 가는가를 대변하는 듯한 늬앙스를 준다. 앙토니 라피아 감독은 본래 단편의 영화로 아이디어를 시작했지만, 배우들과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면서 현재의 장편 형태로 구상하게 됐다고 밝혔다.
▲ 영화 <세르지오 레오네 - 미국을 발명한 이탈리아인> ⓒ 전주국제영화제
5. <세르지오 레오네 - 미국을 발명한 이탈리아인>
- 섹션 : 시네필전주
- 감독 : 프란체스코 지펠
- 출연 : 쿠엔틴 타란티노, 엔니오 모리꼬네, 제니퍼 코넬리 등
- 등급 : 12세 관람가 / 상영시간 : 108분
이른바 '스파게티 웨스턴'이라는 장르를 만들어 낸 이탈리아 감독, 세르지오 레오네에 대한 영화 세계를 담은 다큐멘터리. 한 영화 감독의 인생을 유쾌하고, 감동적으로 풀어내면서, 세르지오 레오네에게 헌사를 바친다. 쿠엔틴 타란티노, 마틴 스코세이지, 서극, 프랭크 밀러, 스티븐 스필버그, 대런 아로노프스키, 클린트 이스트우드 등 다양한 감독들이 그에 대한 향수를 전달한다. 여기에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1984년)의 주역인 로버트 드 니로, 제니퍼 코넬리가 촬영 당시 일화를 소개한다. 지난 2020년 세상을 떠난 음악 감독으로, 세르지오 레오네의 페르소나인 엔니오 모리꼬네의 생전 인터뷰를 담아내면서, 관객의 눈물샘을 자극하기도 했다.
▲ 영화 <조용한 이주> ⓒ 전주국제영화제
6. <조용한 이주>
- 섹션 : 국제경쟁
- 감독 : 말레나 최
- 출연 : 코르넬리우스 원 리델-클라우센, 보딜 요르겐센, 반 헨릭슨 등
- 등급 : 전체 관람가 / 상영시간 : 103분
19살 청년 '카를'(코르넬리우스 원 리델-클라우센)이 가족의 농장을 물려받아야 하는 상황에서 벌어지는 내적 갈등을 그렸다. 1973년 한국에서 태어나 입양된 뒤 덴마크에서 자란 말레나 최 감독의 두 번째 장편 작품으로, 다큐멘터리를 주로 연출했던 이력을 바탕으로 '카를'의 내면을 세밀히 묘사했다. 한국계 입양아를 대하는 백인들의 인종 차별적 요소가 포함되어 있지만, 영화는 이를 작품의 주요 갈등으로 삼지 않고, 성년이 될 '카를'의 앞날이 어떻게 될 것인가에 대한 갈망 혹은 갑갑함, 또는 '부재'를 탁월하게 표출했다. 한편, 영화의 후반부에는 아차산, 아현시장 등 우리에게는 낯익은 풍경이 등장하는데, 이 장면은 '카를'의 시선으로 '낯설게' 느껴진다.
by 알지미디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