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소개) 클로즈 : 친구를 사랑했지만, 거리를 둬야 했던 아이
▲ 영화 <클로즈> ⓒ 찬란
'레오'(에덴 담브린)는 '레미'(구스타브 드 와엘)와 그의 가족을 누구보다 사랑하고 아끼지만, 친구들의 시선이 두려워 '레미'와 거리를 두려고 한다. '레미'는 풍부한 감성과 상상력을 지닌 '레오'를 좋아하지만, 또래 친구들에게 놀림감이 될 뿐이란 걸 깨닫고, 철저히 자신을 숨기기 시작한다. '레오'와 달리, '레미'는 또래 친구들의 시선 같은 건 중요하지 않았다. 그저 '레오'와 함께 꿈을 꾸고, 꽃밭을 달리고, 자전거를 타는 모든 순간들을 진심으로 사랑했다. 하지만 점차 변해가는 '레오'의 모습을 보면서 마음이 무너지기 시작한다. '레미'는 다시 관계를 돌려보려 먼저 다가가고, 화도 내보고, '레오'와 같이 똑같이 거리를 둬보지만, '레오'의 닫혀버린 마음은 굳건했다.
끝내 그 앞에서 무기력하게 돌아서는 것밖에 할 수 없다는 사실은 결국 '레미'를 무너뜨리고 만다. 그렇게 또래의 평범한 남자아이들과 어울리기 위해 아이스하키를 배우고, 축구 선수들의 이름을 외우던 '레오'는 어느 날, 믿을 수 없는 현실을 마주한다. <클로즈>는 지난해 열린 75회 칸영화제 심사위원 대상 수상작으로, 올해 아카데미 국제장편영화상 후보에도 오른 바 있는 작품이다. 영화는 친구들로부터 관계에 대한 의심을 받기 시작한 이후, 마음의 균열을 경험하게 된 어린 소년들의 감정을 섬세하고 세밀한 시선으로 쫓아간다. 신체와 정신적인 변화를 겪으면서, 세상과의 관계가 확연히 변화되는 보편적인 인생의 한 시기를 관찰한 것.
<클로즈>는 장편 데뷔작 <걸>(2018년)로 칸영화제 황금카메라상, 국제비평가협회상, 퀴어종려상 등을 받으면서 화려하게 데뷔한 루카스 돈트 감독의 신작이다. <걸>은 소년과 소녀의 경계에서, 발레리나를 꿈꾸며 성전환을 시도한 16살 '라라'(빅터 폴스터)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였다. 이는 어린 시절 댄서를 꿈꿨을 정도로 춤을 사랑하고, 언어보다 몸으로 이야기하는 것에 익숙했던 루카스 감독이 가장 잘 다룰 수 있는 소재였다. 루카스 돈트 감독은 인물의 몸짓은 관객과 소통하는 수단이라고 믿으며, 시나리오 작업 시 신체적 움직임이 어떤 모습으로 비치면 좋을지 고민했다.
<클로즈>는 신체적 움직임과 더불어 감독의 유년 시절에 대한 탐구로 만들어졌다. 감독은 초등학교에 다닐 때, 자신이 남자답지 못하다는 이유로 놀림의 대상이 됐고, 다른 남자아이와 가깝게 지내면 그들의 추측에 확신을 심어주는 것 같아 불안한 마음이 들었다고. 루카스 돈트 감독은 "너무 신파적으로 들리진 않았으면 좋겠는데, 요즘에도 나는 어린 시절의 괴로웠던 시간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려고 애쓴다"라면서, "그래서 이런 감정을 글로 써보고, 유년 시절의 세계에 관해 뭔가를 표현해 보고자 했다. 우정과 친밀함, 두려움, 남성성 등으로 <클로즈>는 시작됐다"라고 밝혔다.
루카스 돈트 감독은 연락이 끊긴 친구들을 생각하며 그 친구들에게 바치는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고 한다. 그는 "혼란스러운 시기에 내가 거리를 두면서 연락이 끊긴 친구들을 떠올리면, 그들을 배신한 것 같은 기분이 든다"라면서, "소중한 사람을 잃는다는 것,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보낸 시간이 얼마나 중요한지 이야기하고 싶었다"라고 전했다. <클로즈>는 기본적으로 친밀한 관계의 균열, 그리고 그 이후에 뒤따르는 책임감과 죄책감의 마음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어떤 면에서 보면 청소년기를 향한 여정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다. 루카스 돈트 감독은 어떤 일에 책임감을 느끼지만, 그런 마음을 드러내놓고 이야기할 수 없을 때 짊어질 '무거운 짐'에 관해 보여주고 싶어 했다.
한편, 영화에는 꽃밭을 뛰어가는 아이들의 모습이 꾸준히 등장한다. '레오'의 가족이 일하는 다채로운 환경은 계절의 변화에 따라 풍경도 달라지면서 유년 시절을 관념적으로 보여준다. 계절의 변화는 어린 시절의 화사한 색감과 꽃이 사라진 땅의 갈색, 검은색 톤 사이의 확연한 단절을 만들어 낸다. 루카스 돈트 감독은 "나는 이런 대비를 강조함으로써 어린아이가 슬퍼하는 과정을 표현하고 싶었다"라면서, "겨울이 지나 꽃을 심으면, 색은 다시 다채로워지고 미래와 희망이 다시 움튼다. 삶은 계속된다는 약속과 희망을 알리고자 했다"라고 이야기했다.
그렇게 <클로즈>는 가장 가까웠던 관계가 떠난 것이 나로 인해 벌어졌다는 생각으로 살아가던 소년이, 그래도 깁스를 떼어 낸 것처럼 계속 뛰어야 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뛰는 방향이 옳은 것인지는, 그 소년이 살다보면 스스로 알게 되지 않을까?
by 알지미디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