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리뷰) 크리드 3 : '록키'의 제자는 어떻게 월드 챔피언이 됐나?

2023. 3. 8. 20:00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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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크리드 3> ⓒ 워너 브러더스 코리아(주)

1977년 제49회 아카데미 시상식의 이변은 실베스터 스탤론 주연의 <록키>였다. 자전적 이야기처럼 느껴진 실베스터 스탤론의 각본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화 <록키>는, 강력한 경쟁자였던 <네트워크>, <모두가 대통령의 사람들>, <택시 드라이버>를 따돌리고 작품상 트로피를 따낸다. 고리대금 업자의 하수인 노릇으로 생계를 이어가던 무명 복서 '록키 발보아'(실베스터 스탤론)가, 세계 챔피언 '아폴로 크리드'(칼 웨더스)가 지목한 미국 독립 200주년을 기념하는 시합에 참여하면서 벌어진 이야기는, 경제 악화나 베트남 전쟁 패배 등 혼란스러운 미국 사회에서 희망을 안겨준 작품으로 기록됐다.

비록 1편에서 '록키'는 판정패로 경기를 졌지만, 2편(1979년)을 통해 '아폴로'와 리턴 매치에 나선다. 애인에서 아내가 된 '아드리안'(탈리아 샤이어)을 위해서 다시 링에 오른 '록키'는 '아폴로'와 싸워 승리한다. 하지만 3편(1982년)에 들어서서 챔피언 '록키'는 점차 매너리즘에 빠졌고, '클러버 랭'(미스터 티)에게 지고 만다. 그를 위해서 한때는 숙적이었던 '아폴로'가 코치로 나섰고('랭'이 지저분한 언동으로 흑인의 얼굴에 먹칠을 하고 있다는 이유였다), 다시 '클러버 랭'과 싸워 3회전 만에 링에 눕히는 기염을 토해낸다.



그렇게 '록키'와 '아폴로'는 친구가 됐지만, 소련 선수 '이반 드라고'(돌프 룬드그렌)가 나타나면서 상황은 바뀐다.냉전 말기인 1985년에 제작된 <록키 4>는 '이반'이 '록키' 대신 시합에 나선 '아폴로'를 죽이면서 이야기가 전개된다. 시합이 끝나고 "죽는다면, 죽는 것이다"라고 말하던 '이반'을 복수하기 위해 '록키'는 소련으로 훈련을 떠나고, 전 세계인 앞에서 '드라고'에게 강력한 펀치를 날린다.

그로부터 30년 후(<크리드>/2015년), 사람들도 몰랐던 '아폴로'의 아들, '아도니스 크리드'가 등장한다. '크리드'는 복싱을 하고 싶어서 아버지의 오랜 친구인 '록키'를 찾아간다. '크리드'는 '리키 콘란'(토니 벨류)을 상대로 라이트 헤비급 챔피언에 도전한다. 아버지 '아폴로'처럼 성조기 팬츠를 입고서. '록키'처럼 '크리드'는 패했으나, 끝까지 싸워 유명해지게 된다. 이어 개봉한 속편 <크리드 2>(2018년)는 '크리드'의 아버지를 죽음에 이르게 한 '이반 드라고'의 아들, '빅터 드라고'(플로리안 문테아누)가 나타나면서 벌어지는 시합을 그렸다.



시대를 풍미했던 <록키> 시리즈와 다르게 <크리드> 시리즈는 시작부터 국내 관객의 선택을 받을 수 없었던 작품이었다. 배우의 인지도 등 여러 이유로 인해서 1편이 국내에서 정식 개봉되지 못한 상태에서 2편이 개봉된 것.('크리드'를 연기한 마이클 B. 조던이, <크리드 2>가 공개되기 전에 <블랙 팬서>(2018년)에서 매력적인 빌런 '에릭 킬몽거'로 연기력을 뽐냈기 때문에 개봉이 가능했을지도 모르겠다) 마치 <스타워즈> 시리즈 중 가장 중요한 작품인 <제국의 역습>(1980년)을 개봉하지 못하고, <제다이의 귀환>(1983년)을 시대가 흘러 1987년에 개봉한 상황이라고 보면 될까?

이 여파는 마이클 B. 조던이 직접 메가폰을 잡은 3편까지 영향을 미쳤는데, 국내에서 5,000명의 관객을 동원하지 못한 채(3월 6일 기준) 첫 주 박스오피스를 마감하게 됐다. 안타까운 상황에서 개봉한 <크리드 3>는 기존의 <록키> 시리즈와 <크리드> 시리즈의 서사를 몰라도 관객을 끌어당길 요소가 나름 충분한 작품이다. 첫 연출에 도전한 마이클 B. 조던 감독은 "이야기 전개에 대한 명확한 비전이 있었고, '크리드' 가족이 나아갈 방향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였다. 연출에 대한 도전이 더 많은 동기부여가 됐다"라고 밝히면서 시리즈에 대한 깊은 고민을 드러냈다.



'크리드'는 '월드 챔피언' 자리를 따내며 권투계를 정복한 이후, 그의 커리어와 아내 '비앙카'(테사 톰슨)와의 가정생활 모두에서 성공적인 삶을 살아간다. 그러던 중 갑자기 옛 친구 '데미안'(조나단 메이저스)이 그를 찾아온다. 과거의 사건으로 인해 감옥에서 오랜 복역을 마치고 나온 '데미안'은 '크리드'의 도움으로 복싱을 다시 시작한다. 그간의 공백이 무색하게 엄청난 실력으로 상대를 제압하면서 금세 세상의 주목을 받았지만, 자신이 꿈꾸던 인생을 사는 '크리드'에 대한 질투심이 폭발한 '데미안'은 그의 모든 것을 빼앗기로 결심한다. '크리드'는 그런 '데미안'에게 맞서 자신의 미래를 지키기 위한 대결을 준비한다.

연출자로서 <크리드 3>의 복싱 장면에 대한 고민을 거듭하던 마이클 B. 조던 감독은 복서들의 격렬한 액션을 제대로 표현해 내기 위해 애니메이션에서 영감을 받은 액션 디자인을 참고했다. 클로즈업 활용과 속도 변화 등 그의 계속된 연구와 고심 끝에 탄생한 영화 속 결투 장면이 작품의 주요 관람 포인트. 또한, 그는 프로덕션 디자이너 자민 아사와 함께 2편과 3편 사이의 변화된 '크리드'의 세계를 재창조했다. 자민 아사 디자이너는 "마이클은 처음부터 영화 전체에 대한 매우 확고한 비전이 있었다. 그는 모든 뉘앙스, 이야기의 사소한 부분들, 우리가 이뤄내야 하는 갖가지 노력들을 다 알고 있었고, 그 비전은 결코 흔들리지 않았다"라고 전했다.



한편, 흥미롭게도 <크리드 3>의 주역들은 모두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에서 활약한 이력이 있는 인물들이다. 마이클 B. 조던은 <블랙 팬서>에서 와칸다의 왕좌를 두고 '블랙 팬서'(채드윅 보스만)와 대립하는 '킬몽거' 역을 특유의 카리스마와 함께 보여줬다. 테사 톰슨도 <토르: 라그나로크>(2017년)에 처음 등장해 강인한 전사 '발키리' 역할을 맡았다. 끝으로 조나단 메이저스도 최근 개봉한 <앤트맨과 와스프: 퀀텀매니아>에서 차기 MCU의 메인 빌런이 될 '정복자 캉' 역으로 캐릭터의 설정보다 더욱 뛰어난 연기력을 뽐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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