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소개) 피기 : 나를 돼지라고 괴롭혔던 애들이 눈앞에서 납치됐다…선택은?

▲ 영화 <피기> ⓒ 해피송

정육점 주인의 딸인 '사라'(라우라 갈란)는 과체중으로 인해 친구들에게 놀림과 따돌림의 대상이 된다. 어느 날, '사라'는 자신을 괴롭히던 이들이 '낯선 남자'(리차드 홈즈)에게 납치되는 것을 눈앞에서 보게 된다. 하지만 복잡한 심경에 빠진 채 결국 '사라'는 신고를 하지 않는다. 같은 날, 수영장에서 살인사건이 발생하면서 마을은 발칵 뒤집힌다. 친구들을 납치한 '낯선 남자'가 살인사건의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되고, 사라진 이들을 찾기 위한 경찰의 수사가 시작된다. 그 순간에도 '사라'는 유일한 목격자로, 경찰을 도울지, 말지 고민한다.

<피기>는 지난해 열린 38회 선댄스영화제에서 호평받았고, 국내에서는 23회 전주국제영화제 '불면의 밤' 섹션에서 첫선을 보였다. 여기에 스페인의 아카데미라 할 수 있는 고야상에서 신인여우상 수상을 비롯해 신인감독상, 여우조연상, 각색상 등 5개 부문에 후보로 지명되며 주목받았다. <피기>를 연출한 카를로타 페레다 감독은 2018년 자신이 연출한 단편을 장편화했다. 약 15분의 단편은, 아무도 없는 줄 알고 찾아간 수영장에 찾아간 '사라'(장편과 같은 배우가 연기했다)의 이야기를 다뤘다. 수영장에는 '낯선 남자'가 있었고, 마침 그곳을 지나던 이들에게 괴롭힘을 당한다. 돼지라고 놀림을 받는 것에 더해 이들은 뜰채를 가지고 물속에 있는 '사라'에게 폭력을 가한다.

이 모습을 지켜보다가 '낯선 남자'는 수영장을 떠난다. '사라'의 옷가지와 짐을 모두 가지고 떠나버린 이들 때문에 뜨거운 햇살 속 수영복 차림으로 집에 홀로 가는 '사라'는, 도로를 지나가는 또래 남학생들에게 또 한 번의 수치를 당한다. 그리고 인적 드문 숲속 길로 들어서게 되면서 반전을 만난다. 바로 수영장의 '낯선 남자'가 사라를 괴롭히던 이들을 납치한 것. 카를로타 페레다 감독은 실제로 본인도 학창 시절 학폭 경험을 가지고 있다면서, 단편을 진행하면서 주인공 '사라'의 고통이 그냥 놔두기엔 너무 크고 강력했기 때문에, 장편 제작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카를로타 페레다 감독은 "'괴롭힘'에 관한 이야기를 하길 원했다"라면서, "가끔은 내가 괴롭힘을 당했고, 가끔은 그들에게 당하지 않으려 침묵했었다. 우리가 폭력의 굴레를 끊지 못하면, 폭력은 영원히 이어진다. 영화가 세상을 바꿀 수는 없지만, 다른 관점의 인생을 보여줄 수는 있다"라고 언급했다. 장편 <피기>는 '사라'의 가족, 친구 등에 대한 스토리 및 학폭 가해자들이 납치된 이후의 일들까지 다루고 있다. 세계관이 확장되어 실종 사건 수사에 대한 내용, 가족 서사가 추가되어 서스펜스가 강화된 것. 단편에서 범인은 나이가 많은 남성이지만, 장편에서는 젊은 남성으로 설정이 변경되어, '사라'와 묘한 관계성이 형성되는 것도 관람 포인트다.

'사라'를 맡은 라우라 갈란은 촬영 당시 35세였지만, 괴롭힘을 당하는 10대 아웃사이더 소녀를 완벽히 연기했다. 라우라 갈란은 "감독이 이 이야기에서 원한 핵심은 집에서도, 밖에서도 '사라'가 아웃사이더라는 점"이라면서, "내가 원래 좀 어려 보이는 유전자를 가졌다. 하지만, 운 좋게도 항상 날 사랑해 주고 지원해 주는 가족을 가졌기 때문에 '사라'와는 공통점이 많지는 않지만, '사라'와 나는 나이를 막론하고 괴롭힘을 당하는 것에 대한 공포를 느끼고 있다. 연기할 때 육체적, 정신적으로 캐릭터와 하나가 되기 위해 노력했고, 촬영 시에도 감독과 많은 상의를 하면서 진행했기 때문에 현장에 가면 항상 안심되는 느낌이 있었다"라고 언급했다.

<피기>에서는 극 중 '사라'가 괴롭힘을 당하는 장면들이 필수적이었는데, 촬영 현장에서 라우라 갈란보다 가해자 역할의 배우들이 마음고생을 많이 하고, 고통스러워했다고. 가해자를 연기한 카밀 아길라르, 이레네 페레이로, 클라우디아 살라스는 괴롭히는 장면을 촬영하기 전에 라우라 갈란에게 먼저 사과를 하기도 했는데, 이에 라우라 갈란은 "뭐든 대본에 있는 그대로 해주세요. 절 괴롭히는 건 괜찮아요. '사라'가 실제 이런 일을 당하는 사람들에게 정의를 보여주려면 확실하게 보여주셔야 해요"라고 말하며 현장을 북돋웠다고 한다.

 

by 알지미디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