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여름 특별] 달콤 씁쓸 여름의 맛! 서울에서 찾은 4곳의 매력적인 드링크 체험

2023. 6. 9. 19:50국내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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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지정밀’의 한낮  eulji_jeongmil 

1층의 을지정밀공업사와 건물과 이름을 공유하는 대신, 공업사 사장님에게 커피를 매일 제공하기로 약속했다는 바 ‘을지정밀’은 4층 공간과 루프톱을 동시에 운영한다. 커피 메뉴와 함께 리쌀 웨판 등 글라스용 내추럴 와인, 그리고 여섯 종의 하이볼을 판매한다.

  
인쇄소와 공구상이 골목골목 ‘힙’한 숍들과 어우러진 을지로의 낭만을 제대로 느끼려면, 여름 한낮이 제격이다. 세운상가와 대림상가 근처 가오픈한 카페 겸 와인 & 위스키 바 ‘을지정밀’의 루프톱은 그 낭만에 이국적인 멋 한 스푼을 더한다. 홍콩영화 속 한 장면을 현실에서 목격하듯, 빛바랜 멋의 아파트가 눈높이와 마주하기 때문. 투박한 질감의 테이블과 질서 없이 놓인 의자들은 ‘인증 샷’의 강박을 내려놓게 하고, 그저 바짝 약오른 햇빛을 쬐며 유유히 이국적인 을지로를 관망하게 만든다. 가오픈이라 아직 시그너처 음료랄 게 없다며 젊은 오너가 무심하게 툭 건넨 술, 봄베이 사파이어 위스키 온더록스 잔과 얼린 청포도알이 햇빛에 반짝,  하고 빛나면 바로 한 모금 들이켜 낮술의 기쁨을 제대로 만끽하자. 열이 오른다면 4층 공간으로 내려가 위스키가 최상의 비율로 녹아든 아이리시 커피로 속을 달래도 좋다.  
 
 

봄베이 사파이어 온더록스 위스키. 치즈 플래터에 곁들여 제공하는 얼린 청포도알.

 
 

‘마하 한남’의 이른 오후  maha.hannam

곧 운영을 개시할 루프톱으로 향하는 계단.

 
위스키는 밤의 술이라지만 이곳에선 조금 이른 시각 찾아도 좋다. 동빙고동의 어느 폐업 목욕탕을 개조한 뒤 건축가의 취향을 담아 배치한 무채색 테이블, 목재와 석재로 마감한 벽과 바닥, 가죽 냄새를 풍기는 가구들의 진한 색채감이 기꺼이 쓴맛을 고요히 껴안기 때문. 국내 1세대 이탤리언 셰프의 디저트 브랜드 비스테카와 협업해 선보이는 시그너처 티라미수도 훌륭하지만, 위스키 한 모금 넘긴 후 고요한 한강 위로 삐죽 솟아난 전신주가 한 프레임에 꽉 찬 너른 창을 관조하노라면 사실 안주는 사치다. 책 한 권과 함께해도 좋은 공간. 다른 세상 같은 풍경을 감상하다 어느덧 취기가 오르면 묵직한 계단을 타고 루프톱에 오르자. 그곳에서는 창 없이 탁 트인 한강 풍경을 오롯이 마주할 수 있으니, 짐빔과 얼 그레이가 믹스된 하이볼 혹은 이곳 시그너처 카페 메뉴인 모카 포트로 끓인 커피를 즐겨도 좋겠다. 
 

건축사무소 공간을 공유한다. 테이블 위에는 발베니 12년산과 신선한 셀러리, 프로슈토, 코파 등의 살라미를 곁들인 메뉴 ‘더 플레이트’.

 

‘탈스티’의 오후  tarstyseoul

40여 종의 오렌지 내추럴 와인만 취급한다. 와인 뒤편에는 이채영 작가의 작품 ‘일곱 개의 사각형’이 놓였다.

 
끝없이 펼쳐진 테이블, 정방형 창으로 쏟아지는 노을빛, 그 빛을 받아 더욱 고고한 색으로 빛나는 기와지붕. 이 고즈넉한 낭만은 해 질 녘 노을을 한 잔에 다 따른 듯 예쁜 빛깔을 뽐내는 내추럴 와인이 완성한다. 홀로 한 잔 음미해도 결코 단출하거나 외롭게 느껴지지 않는 건 북촌 한옥마을과 인왕산 능선이 한 폭의 액자에 겹겹이 담긴 황홀한 광경 때문일 것이다. 탈스티는 취향을 공유하는 동갑내기 두 오너의 우정은 물론, 예술과 건축에 대한 무한 동경을 담았다. 대문을 열면 바로 보이는 작은 전시 공간 ‘오브제 룸’은 한지 부조 판화 기법으로 기와를 표현한 안은현 작가의 ‘Giwa Series’(2021)가, 테이블 곳곳에는 도예공방 로우크래프트와 협업한 수저 받침대가 놓였다. 오직 오렌지 와인만 추구하는 이곳은 와인 리스트가 따로 없고, 페이퍼 카드에 여섯 가지 취향을 표기하면 적절한 와인으로 큐레이션해 준다.
 

올해 1월 삼청동에 오픈한 탈스티. 시그너처 안주는 명란 마요네즈를 곁들인 스카치 에그.

 

‘디거이즈디깅’의 해 질 녘  diggerisdigging

서울역 근처에 자리 잡은 덕에 창밖으로 KTX, 무궁화호, 경의중앙선까지 각종 열차가 지나간다.

 
무궁화호부터 경의중앙선까지 서울 중심부를 가로질러 달리는 기차와 전철을 파노라마 뷰로 감상하는 일은 숙대입구 근처에 우후죽순 들어선 숍에서만 누릴 수 있는 특권. 여기에 그루비한 음악과 향취 좋은 핑크빛 칵테일이 더해지면 완벽한 시간여행이 가능하다. 디거이즈디깅은 재즈와 흑인 음악에 집중한다. 이 취향에 매료된 마니아들은 해 질 무렵, 삼삼오오 이곳으로 모여들어 끊임없이 움직이는 창문 밖 장면들을 감상한다. 낮과 밤의 경계에서 덜컹덜컹 소리 내며 달리는 다양한 열차와 시간에 따라 다른 색깔로 물드는 하늘을 보고 있노라면, 마치 저마다 장르가 다른 여러 편의 영화 속 주인공이 된 기분에 사로잡힐 것. 공간을 채우는 LP 음악은 모두 주인장이 엄선한 플레이리스트다. 창문 옆으로 드러난 거친 질감의 벽면은 40년간 이 자리를 거쳐간 가게들이 남긴 흔적이다.
 

돈 훌리오 블랑코 테킬라에 카더멈 시럽과 자몽, 라임 주스를 넣은 시그너처 칵테일 ‘소울 트레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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