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우와 반려견 테디가 떠난 33일의 여정

2022. 10. 12. 19:29반려동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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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이기우와 반려견 테디는 캘리포니아로 한 달간의 여정을 떠났다. 같은 테이블에서 밥 먹고, 한 침대에서 뒹굴고, 마음껏 해변가와 산책로를 누비면서 둘은 어떤 새로운 세상과 마주했을까.


 

나는 옷도 침대도 참 사이즈 맞추기 어려운 사람인데, 우리는 사이즈가 너무 잘 맞는 거 아닐까? 원래 이렇게 클 아이였는지, 날 닮으려고 계속 크는 건지….

배우 이기우가 자신의 SNS에서 우스갯소리로 언급할 정도로 반려견 테디는 그와 꼭 닮았다. 길쭉길쭉한 몸과 서글서글한 인상까지. 이외에 테디를 소개하는 데 품종이나 출생 시기 같은 정보는 필요치 않다. 그저 세상에 하나뿐인 가족이자 함께 먹고 자고 여행하고 서로 의지하는 사이일 뿐.
 

One and only in the world(세상에서 하나뿐인)’라는 표현이 마음에 와닿는달까요. 테디는 그저 세상에 유일한 아이입니다. 성격은 원래 그런 건지 주인을 닮아가는 건지 낯가림이 있지만 누구와도 금방 친해지는 녀석이에요.

오래전부터 테디와 교감할 수 있는 여행을 계획했던 이기우의 꿈은 지난 7월 12일 출발해 8월 16일에 귀국하기까지 33일간 캘리포니아 전역을 함께 돌며 마침내 실현됐다. 샌프란시스코를 시작으로 서부 해안도로를 따라 샌디에이고까지 이동한 후 이스턴 시에라에 닿기까지 이동 거리 약 4200km에 달하는 대장정이었고, 테디가 생전처음 만나는 넓디넓은 세상이었다.
 

샌디에이고 지역의 도그 비치로 나들이를 나선 이기우와 테디. 도그 비치는 모래사장이 평평해 반려견과 러닝하기 좋다.

테디에게 더 큰 세상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유기견도 사랑과 관심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도요. 우리 모습이 반려견을 대하는 사회 인식이나 선입견에 긍정적 영향을 끼치기를 희망했고, 그러려면 ‘펫 프렌들리’ 문화가 정착된 곳으로 가야 했어요. 그래서 택한 곳이 캘리포니아입니다. 문화적으로나 공간적으로 서로 깊은 교감을 나눌 수 있는 장소들이 다양했거든요. 레스토랑, 상점, 공원, 해변, 국립공원, 펍 등 별다른 제약없이 반려견과 함께 갈 수 있는 곳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아빌라 비치(Avila Beach)에 있는 대부분의 숙소는 펫 프렌들리를 지향한다. 이기우와 테디는 너른 마당을 지닌 아빌라 빌리지 인(Avilla Village Inn)에서 제약 없이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그의 말대로 사계절 따뜻한 캘리포니아는 펫과 함께하는 여행에 최적화된 지역이다. 미국의 동물 검역 절차는 유럽 및 다른 국가들에 비해 간단하고, 펫 친화적인 숙소와 식당은 물론 액티비티의 종류도 다양하다. “한국에서 함께 여행할 때에 비하면 힘든 점은 전혀 없었어요. 국내 여행에서 필수적인 부분들, 예컨대 상점, 마트, 레스토랑, 숙소, 쇼핑몰, 관광명소, 공원 등에 반려견과 함께 갈 수 있는 곳이 과연 몇 개나 있는지 떠올려보면 이해하기 쉽겠네요.” 샌루이스오비스포 카운티에 있는 아빌라 비치(Avila Beach)에서는 반려견과 비치 하이킹이 가능하고, 해안가를 따라 반려견 동반 식당과 카페가 줄지어 있다. 펫 프렌들리 숙소가 대부분이기도. 시에라(Sierra)에서는 킹스캐니언 공원이나 요세미티 같은 광활한 국립공원에는 반려견과 함께하는 하이킹 트랙이 따로 조성돼 있다. 목줄 없이도 24시간 반려견 출입이 가능한 샌디에이고의 도그 비치(Ocean Beach)에서는 패들보딩은 물론, 평평한 모래사장에서 함께 러닝을 즐기기 좋다. 국내에서는 어느 정도 한계가 있는 액티비티를 마음껏 누리는 기분은 어떨까.
 

특별한 액티비티를 함께하는 것도 즐겁고 잊지 못할 추억이 됐지만, 그보다 더 행복했던 기억은 여행의 모든 요소를 큰 제약이나 반감 없이 함께한 모든 순간이에요. 일상의 대부분을 함께 누릴 수 있다는 게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 몸소 느끼게 됩니다. 반려견 때문에 숙소를 예약하고 식당을 찾는 일에 고생할 필요가 없다는 데서 오는 안도감과 해방감이랄까요.

 

시에라(Sierra) 지역의 해변가에는 비치 하이킹 등 반려견과 함께할 수 있는 액티비티로 가득하다.

특히 그곳 식당들의 풍경이 인상적이었다. ‘인앤아웃 버거’에서는 메뉴판에 없는 반려견을 위한 시크릿 메뉴, 소금이나 여타 양념 없이 조리한 ‘펍 패티(Pup Patty)’를 주문할 수 있다. 빵 없이 패티만 나오는 식. ‘스타벅스’에서는 휘핑 크림으로 만든 ‘퍼푸치노(Puppuccino)’를 선물받을 수 있는데, 무료다. “가고 싶은 거의 모든 식당이나 펍에 함께 들어갈 수 있었고, 실내 입장이 불가한 곳은 파티오나 야외 테라스에 함께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었어요. 특히 반려견 동반에 품종과 무게 등을 세세히 따지지 않는다는 점이 인상적이었죠.” 반려동물 친화적인 식당은 구체적으로 어떤 모습이었냐는 질문이 무색할 만큼 일상적이고 당연한 풍경이라고 설명하는 그. “특별히 펫 프렌들리라는 슬로건을 걸었다고 해서 거창한 무언가가 제공되거나 세팅된 것은 아니었어요. 그저 우리가 평소 즐기는 공간을 함께 누리는 데 제약이 없다는 의미일 뿐입니다. 간혹 반려견 메뉴가 따로 있거나 물과 간식을 제공해 주는 정도의 배려가 있다는 점이 특별하다면 특별하겠네요.” 반려견 전용 음수대와 산책로를 갖춘 매독스 공원(Maddox Neighborhood Park), 토리 하이랜드 공원(Torrey Highlands Park)뿐 아니라 도시 곳곳에는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배변 봉투와 디스펜서 등 펫과의 동행을 위한 공공 시스템이 잘 마련돼 있다. 국내에도 도입되면 좋을 요소지만, 이기우는 시설물 도입 이전에 인식 개선이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캘리포니아 남쪽 끝 샌디에이고의 델 마르(Del Mar) 지역의 ‘Wolf Pack’ 벽화 앞에 선 이기우와 테디.

 “시스템을 구비하기에 앞서 반려견에 대한 인식이 나아지는 게 급선무라는 생각이 듭니다. 여론이 성숙하면 시설이나 시스템은 그에 맞춰 따라오지 않을까요? 동시에 견주로서 의무나 책임에 성실하지 못한 이들에 대한 정당한 비판과 제재도 이뤄지는 문화가 공존해야겠죠. 배변 봉투나 디스펜서가 도처에 설치된 도시가 부럽기도 했지만, 환경이 마련되지 않아도 배설물로 인한 갈등이 발생하지 않으면 좋겠네요.” 식당 이외의 펫 프렌들리 숙소에는 기본적인 펫 용품들, 밥그릇과 물그릇이 구비돼 있다. 사용 유무는 견주의 선택이지만 여행 파트너이자 가족인 반려견을 배려한다는 점에서, 소비자로서 사려 깊은 서비스를 제공받는다는 행복감이 차오른다. 물론 지켜야 할 룰도 있다. 일부 해변에서는 반려견 하네스와 리쉬(목줄)가 필수이고, 어느 정도 사회훈련이 돼 있어야 출입할 수 있다. 배설물을 잘 치우는 기본적인 매너는 당연지사. “지켜야 할 룰은 세상 어디에나 있죠. 기본만 지키면 큰 어려움 없이 함께 여행할 수 있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기본적인 매너를 잘 지키는 것으로 보였습니다.” 이기우의 피부로 와닿은 건 룰보다 편견에 대한 부분이다. 실제 여행지 곳곳에서 “어떤 견종이냐”는 질문보다 “구조된 강아지냐”라는 질문을 더 많이 받았다. “품종을 묻기도 하지만 ‘레스큐드 도그(Rescued Dog)’냐는 질문을 참 많이 받았습니다. 그만큼 유기견이나 구조견을 입양해 가족이 되는 문화가 보편적이고 일상적이라는 느낌을 받았고, 품종이나 크기를 가리지 않고 반려견으로 배려하고 존중해 준다는 인식을 강하게 느꼈어요.”
 

샌디에이고는 반려견들의 천국이다. 이기우와 테디가 함께 누빈 오션 비치뿐 아니라 1000평에 달하는 잔디공원을 갖춘 토리 하이랜드 공원, 샌디에이고 시내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케이트 세션스 공원을 추천한다.

반려견과 함께하는 여행의 준비 과정은 생각보다 까다롭지 않다. 여행지에서 요구하는 검역, 광견병 접종확인서, 건강 기록증 등 서류만 착실히 준비하면 된다. “우리나라에서는 의무사항인 광견병 접종만 잘돼 있어도 큰 어려움은 없을 겁니다. 물론 과도하게 비싼 금액에 제대로 된 정보도 없이 검사를 진행하는 병원 때문에 혼선이 있었지만요. 블로그나 카페 게시글에도 상당수 잘못된 정보가 있더라고요. 농림축산검역본부 홈페이지 등을 통해 직접 문의하고 진행하는 것이 혼선을 피할 수 있는 방법입니다. 해외로 동물을 보낸 경험이 있는 병원을 찾아 소통하는 것도 좋고요.” 그 밖에도 장시간 비행을 위한 케널 훈련이 틈틈이 필요하고, 미국의 경우 대부분 간식이나 사료 등의 반입이 불가하니 도착 시 바로 찾아갈 펫 용품점의 위치를 미리 체크해 둘 것!
 

체류지에서 가까운 동물병원, 특히 응급실을 구비한 동물병원을 파악해 두는 것도 좋다. 평소 좋아하던 장난감이나 하네스, 응급처치 키트, 상비약 그리고 차량용 카시트는 반드시 준비하라고 조언한다. “사실 펫과 함께 떠나는 여행을 계획하는 그 자체가 이미 절반은 해낸 것이라고 봐야 합니다. 준비하면서 받은 훈련이나 교감으로 이미 여행은 시작된 것 같아요. 반려견에게 잊지 못할 추억을 남겨주겠다며 떠났지만, 결국 견주가 한가득 추억을 담아오게 될 겁니다.” 이기우는 미국까지 해외 입양견 이동 봉사를 자처하기도 했다. 테디와 함께 긴 비행을 마친 두 마리의 강아지는 각각 그곳에서 새로운 가족을 만나게 됐다.
 

24시간 온종일 등을 맞대고 잠들고, 함께 기지개를 켜며 일어나고, 졸린 채로 산책하러 나가고, 함께 끼니를 때웠어요. 서로에 대한 신뢰가 더 깊어진 것 같아요. 눈치코치로 이해하는 능력, 일종의 ‘팀워크’가 더 좋아졌달까요?

 

함께 웃고 뛰놀던 기억을 통해 테디는 그 말간 눈으로 무엇을 보았을까. 이기우는 추측한다. “더 넓고 광활한 곳에서 큰 세상을 눈에 담았겠지요. 마음으로는 동물들에게 친절하고 가족 구성원으로 인정해 주고 존중해 주는 따뜻함을 담았을 것 같네요.” 이번 여행은 이기우의 삶에 기억되는 여느 여행과 달리 특별했다. 그런 만큼 사소한 것부터 큰 것까지 그가 간직해 온 삶의 가치관이나 태도, 생각에 잔잔한 변화를 일으킬 테다. “동물권에 대한 인식 차이에서 오는 다양한 감정이 앞으로의 삶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 같습니다. 유기견과 구조견에 더 깊은 관심을 갖는 계기가 된 것도 분명하고요. 큰 행복보다 소소한 행복을 사랑하는 사람들과 더욱 자주 누릴 수 있는 삶에 한 발자국 다가선 것 같아요.”
 

이기우가 이름 붙인 ‘환상의 복식조’는 이번 여행을 계기로 서로 함께할 수 있다는 용기 또한 얻었다. 낯선 세상과 마주할 굳건한 용기를. “테디 덕에 제가 큰 힘을 얻었습니다. 준비해야 할 것도 꽤 있고, 비용이 많이 드는 것도 사실이지만 가족 여행에서 누구 하나를 두고 나서는 발걸음은 결코 가볍지 않잖아요. 서로 용기를 내면 충분히 가능한데 말이죠. 다음번엔 동물 복지에 관심이 큰 서유럽으로 테디와 여행 가고 싶습니다. 단순한 여행을 넘어 유기견 출신 테디와 반려견주 이기우의 눈을 통해 본, 주목할 만한 문화나 시스템을 보고 듣고 담아와서 함께 이야기 나눌 기회를 찾아보고자 합니다.”
 

얼마 전 이기우는 또 한 번 기분 좋은 소식을 알렸다. 테디에 이어 또 다른 가족, 아내를 맞이하게 된 것. 세 배의 용기를 지니게 된 세 식구는 앞으로도 더 넓고 큰 세상을 함께 마주해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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