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걸 이겨? 져?’ 황인수가 잘했나, 명현만이 못했나[초점]

2023. 2. 26. 11:14스포츠레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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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이 깡패다.’

격투 종목에서 진리처럼 떠받들어지는 말이자 괜히 몇 kg차이라도 세분화해서 체급을 나누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만큼 격투 종목에서 체급에 따라 그 차이가 엄청나고 헤비급이 ‘최강’으로 인정받는 이유이기도 하다.


경기 전날 계체에서는 약 20kg차이. 원래 경기 체중은 30kg 차이가 나는 두 선수의 대결에서 훨씬 체중이 적은 선수가 이겼다.

황인수(31)의 놀라운 업셋. 정말 ‘이걸 이겨?’라는 말이 절로 나오는 승리였고 반대로 명현만(38)에게는 ‘이걸 져?’라는 말이 절로 나올 수밖에 없었다. 황인수가 잘한 것일까, 명현만이 못한 것일까.


20kg 차이를 극복하고 승리한 황인수(왼쪽)와 패배한 명현만(오른쪽). ⓒ로드FC
20kg 차이를 극복하고 승리한 황인수(왼쪽)와 패배한 명현만(오른쪽). ⓒ로드FC

황인수는 25일 경기도 고양체육관에서 열린 로드FC 063 메인이벤트 무제한급 킥복싱 매치(4분 3라운드) 명현만과의 경기에서 3라운드 48초 명현만의 부상에 의한 TKO로 승리했다.

로드FC 미들급 챔피언인 황인수는 한때 로드FC에서 뛰었던 헤비급 선수이자 지금은 유튜버로 '핫한' 명현만을 상대로 지속적으로 도발했고 결국 두 선수는 약 20kg 차이나는 매치업을 가지게 됐다. 황인수는 경기전날 열린 계체에서 99kg을, 명현만은 117.2kg을 기록했다.


확실히 명현만의 파워는 대단했다. 현장에서 본 명현만의 펀치는 ‘맞으면 KO’로 느껴질 정도로 위협적이었다. 문제는 황인수가 그 펀치를 최대한 잘 피하며 피해를 최소화했다는 점이다. 황인수는 약 20kg 가벼운 몸무게답게 빠르게 펀치를 피하고 자신은 명현만의 안면에 정확히 펀치를 적중시키고 나오는 전략을 택했다.

이 전략은 잘 먹혀드는 와중에 1라운드 종료 직전 라이트 펀치가 명현만의 안면에 제대로 꽂히며 명현만이 그대로 다운됐다. 명현만이 펀치를 맞고 다운된게 대체 얼마만인가 싶을 정도로 놀라웠던 상황. 이후에도 황인수의 펀치는 계속 명현만 안면에 잘 꽂혔고 무게감있진 않지만 지속적으로 오른쪽 눈쪽을 계속 공략해 결국 명현만의 오른쪽 눈은 눈알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크게 부어올랐고 결국 이 부분이 문제가 돼 3라운드 초반 끝내 부상에 의한 TKO가 나올 수 있었다.

ⓒ로드F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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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현만의 패배는 정말 놀랍다. 명현만 스스로도 전날 열린 계체 기자회견에서 “내가 7.5대2.5 정도로 승리 확률이 높은 것으로 알고 있다. 체급 차이도 있고 황인수 선수도 준비를 충분히 했으니 승리확률은 75% 정도 되는 것 같다”고 자신했다. 이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격투기 전문가나 팬들도 명현만의 압도적 승리를 점쳤었다. 심지어는 ‘럭키펀치가 아닌 이상 황인수가 이길리가 없다’고 단언할 정도.

그도 그럴 것이 두 선수의 이날 경기 체급차가 20kg, 평소 경기를 하는 헤비급과 미들급의 체중차가 30kg이나 나기 때문이다. 격투기에서 체급이 얼마나 중요한지는 더 강조할 필요가 없을 정도.

또한 이번에는 MMA룰이 아닌 킥복싱룰로 진행했다. 명현만은 MMA로 할 경우 그라운드에서 취약점을 드러내 결국 MMA를 하는 로드FC를 떠나 입식을 하는 AFC로 이적했을 정도. 입식에서만큼은 누구도 부인하지않는 국내 최강자이기에 가뜩이나 체급차가 심하게 나는 황인수가 사실상 입식룰인 킥복싱룰로 글러브까지 끼고 하는 승부에서 이기는 것은 거의 불가능해보였다.

이렇게 모든 불리한 점을 딛고 황인수가 이긴 것이다. 모든게 유리했던 명현만의 패배는 가히 굴욕적이라고 할만하다.

일단 황인수를 칭찬하지 않을 수 없다. 황인수는 자신의 체급과 이에 따른 파워에서의 격차를 고려해 소위 ‘치고 빠지기’ 전략을 잘 준비해 잘 시행했다. 누구나 생각할 수 있는 전략이지만 실전에서 강한 펀치 앞에 쉽게 ‘치고 빠지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황인수는 이를 담대하게 잘 해냈다. 또한 자신의 가로 펀치가 잘 먹혀들지 않자 가드사이를 파고드는 세로 펀치로 지속적으로 명현만 안면에 데미지를 축적시켰고 끝내 이로 인해 명현만에게 TKO를 받아낼 수 있었다.

즉 황인수는 자신이 언더독임을 정확히 알고 적확한 전략을 정확하게 실전에서 해내며 놀라운 업셋을 달성했다.

ⓒ로드FC
ⓒ로드FC
반면 명현만의 굴욕적 패배는 따지고 보면 분명 이유가 있다. 일단 명현만은 압도적인 체중-체급 차이에 대해 과신했다. 이에 별다른 전략없이 그저 힘으로 황인수를 찍어누른다는 생각으로만 임한 것으로 보인다. 그렇기에 소위 ‘붕붕 펀치’로 불리는 힘만 들어가고 피하기 쉬운 펀치만 날려 자신은 지치고 황인수는 피하게 만들었다.

또한 1라운드 막판 당한 예상치 못한 다운에 대한 후유증이 컸다. 입식에서 너무나도 오랜만에 당하는 다운에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또한 황인수의 세로 펀치에 대한 방어가 아예 되지 않아 집요하게 눈쪽을 공략하는 황인수에 대응하지 못했다.

그리고 명현만은 2021년 2월 유양래와의 경기 이후 무려 2년간 경기를 하지 않았다. 물론 황인수도 2021년 7월 오일학과의 경기 이후 1년 반동안 경기를 하지 않았지만 1994년생인 황인수와 1985년생인 명현만은 9살이나 차이가 나며 그에 따른 노쇠화와 경기감각의 차이는 생각보다 매우 컸다.

명현만은 이제 은퇴를 해도 이상치 않을 38세의 나이인데 반해 황인수는 경험과 실력이 맞아떨어지는 31세의 나이라는 점도 이번 결과에 분명 영향을 끼쳤을 것으로 보인다.

황인수는 잘 준비했고 좋은 경기를 했다. 반면 명현만은 안일했고 경기감각을 잃었고 노쇠했다. 그 차이는 20kg의 차이보다 더 컸고 황인수의 역대급 업셋과 명현만의 굴욕적 패배로 연결되기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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