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5. 8. 20:11ㆍ문화
▲ 영화 <리턴 투 서울> ⓒ (주)엣나인필름
2주의 휴가를 일본으로 떠날 예정이었던 한국계 프랑스인 입양아 '프레디'(박지민)는, 기상 악화로 예상치 못하게 서울로 들어온다. 게스트하우스에서 만난 '테나'(한국화)의 권유로, '프레디'는 못 이긴 척 자신의 입양 기록을 찾아 생부, 생모에게 연락을 취한다. 어부의 아들로 태어나, 쉴 틈 없이 살아온 생부(오광록)는 힘든 가정 형편으로 머나먼 타국(프랑스)으로 떠나 보낼 수밖에 없었던 딸 '연희'에게 연락을 받고, 곧바로 자신의 고향이자 여전한 삶의 터전인 군산으로 '프레디'를 부른다. '프레디'는 '테나'와 함께 군산행 버스에 오른다. 아버지, 할머니(허진), 그리고 아버지의 새로운 가족들과 함께 식사를 하고, 잠을 자며, 시간을 보낸다.
'프레디'는 한국에 와서 살기를 권유하는 아버지에게 자신은 한국 사람이 아닌 프랑스 사람이라 단호히 말하고 서울로 돌아간다. 가족 중 유일하게 어느 정도 영어로 의사소통할 수 있어서 통역 역할을 자처한 '프레디'의 한국 고모(김선영)는, 후회와 슬픔으로 가슴이 찢어질 오빠의 마음을 최대한 고스란히 전하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그사이 어쩌다 시작된 여정이 자신의 운명을 어떻게 변화시킬지, 25세의 '프레디'는 알지 못한다. 2022년 칸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 초청작 <리턴 투 서울>은 캄보디아계 프랑스인 감독 데이비 추의 신작으로, 그는 캄보디아의 유명 영화 제작자의 손자로 어린 시절부터 자연스럽게 영화에 대한 애정을 키워왔다.
2011년 부산국제영화제 초청된 첫 장편 다큐멘터리 <달콤한 잠>으로 캄보디아 영화계에 대한 오마주를 담아낸 그는 특유의 명석하고 현대적이며 감각적인 시선으로 자신만의 작품 세계를 선보여 왔다. 부산국제영화제 방문 당시, 감독은 한국인 입양아 친구의 한국 가족과의 만남에 동행한 경험을 바탕으로 영화를 만들었다고. 동시에 데이비 추 감독은 시나리오를 작업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이야기도 찾을 수 있었다. 프랑스에서 태어나고 자란 그는 25살이 되어서야 캄보디아에 처음 가게 됐고, 당시에는 뿌리를 찾는다는 것이 스스로를 이해하는 방식 자체를 뒤흔들게 될 것이라고 전혀 상상하지 못했다고 한다.
데이비 추 감독은 "삶은 당신의 정체성뿐만 아니라 세상과 당신의 관계를 재구성하게 만든다. 인종이 다른 프랑스 감독의 관점에서 흥미로웠던 것은, 이미 정형화된 분류에 맞춰가거나 대변하기를 거부하는 누군가가 선택한 길이라는 점"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프레디'는 스스로를 재창조하고, 재정의하고, 재주장하며 '나는 누구인가, 내가 있는 곳은 어디인가, 내가 있어야 할 곳은 어디인가'라는 보편적인 정의의 정체성을 보여준다"라고 전했다. 8년의 세월 동안 서울로 3번 돌아오는 장면을 연출한 그는, 입양아 소재의 영화에 기대하거나 상상할 수 있는 뿌리 찾기 서사와 아시아 여성 캐릭터에게서 벗어나, 단순히 착하지만은 않은 폭발적인 면모를 가진 인물을 보여주고 싶었다.
자신이 보고 겪어온 사람들을 통해 입양아의 생부, 생모와의 만남이 그들에게 여정의 끝이 아닌 시작이 된다는 것을, 또한 이 여정이 생각보다 훨씬 복잡한 현실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데이비 추 감독은 "그것들을 보여주고 싶다는 강렬한 의지와 욕망"을 갖고 있었다. 그래서 '그 자체'로 보여질 '프레디' 역의 배우를 찾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작품의 아이디어를 제공한 한국인 입양아 친구로부터, 그는 파리를 기반으로 그림, 조각, 조형, 설치 등의 미술 작업을 펼치고 있는 한국계 이민 2세 박지민을 소개받았다. 데이비 추 감독은 정식 오디션이 아닌 몇 시간 동안의 일상적인 대화만으로 박지민에게 강한 끌림과 확신을 얻었다고.
박지민은 "유럽 영화에서 아시아 여성은 많이 등장하지 않는데, 몇몇 등장에도 대상화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런 클리셰를 따라가고 싶지 않았다. '프레디'는 파이터로, 자신의 삶에서 매일 매일 싸우고 있다"라고 캐릭터를 해석했다. 작품에는 프레디가 무아지경에 이른 듯한 춤을 추는 장면이 등장하는데, 박지민은 "일상에서도 춤은 나한테 굉장히 중요한 존재이고 나를 결정적으로 행복하게 만드는 것 중 하나"라면서, "감독은 내가 춤을 좋아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고, 리허설 때 몸을 푸는 나를 보고 '이거 뭐지'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그 장면의 디렉팅은 '네가 즐기면서 춰. 너무 멀리 가면 못 찍으니까, 공간만 지키면서 항상 추던 대로 추면 돼'뿐이었다"라고 언급했다.
한편, 촬영에 앞서서 데이비 추 감독은 한국어를 배워서, 한국에서 촬영할 때 한국어로 소통하고 싶다는 꿈이 있었다고. 하지만 영화 제작과 한국 로케이션에 앞서 준비해야 할 것들이 너무 많았던 그는 몇 개월 못 가 한국어 공부를 그만뒀다고 고백했다. 결국, 한국어 대사가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시나리오의 초고는 데이비 추 감독의 모국어인 프랑스어로 써졌다. 시나리오가 완성되고 2년여가 지난 다음에 본격적인 제작에 앞서 시나리오를 한국어로 옮겨 줄 번역가를 구했고, 본격적인 시나리오 수정은 배우가 캐스팅된 후 리허설을 진행하면서 동시에 진행됐다.
프랑스에서 먼저 시작된 캐스팅을 통해 박지민과 한국화가 캐스팅되었는데, 2주간 리허설을 진행하며 전반적인 시나리오와 대사, 장면에 관해 수많은 의견을 주고받으며 현실적인 대사들이 완성될 수 있었다. 한국 배우들과 리허설할 때 역시 같은 과정을 반복했다. 예를 들어, 오광록을 처음 만났을 때, 시나리오 전체 리딩을 진행한 후 대사가 어색하다거나 흐름이 부자연스럽다고 하면 의견을 묻고 어떤 식으로 바꿀지 상의했다고. 오광록은 "하고 싶은 말을 조심스레 꺼내면서도 상대 감정의 상태에 귀 기울여 집중하는 상태를 연기했다"라면서 캐릭터에 대해 언급했다.
by 알지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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