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떠나지 못한 당신을 위해 - 서울의 독서 공간 3

2022. 10. 2. 16:22국내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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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O는 우연히 발견한 뜻밖의 비밀스런 공간을 좋아합니다. 서울의 오래된 골목골목을 여행하다 보면 뜻밖의 좋은 곳을 발견하곤 하는데요. 이번 주 다녔던 곳 중에서 여러분께 공유하고 싶었던 서점을 공개합니다. 지금부터 소개하는 세 곳의 장소에서는 반나절의 짧은 시간에도 호캉스 못지않은 호사를 누릴 수 있을 거에요. 아직 떠나지 못한 당신을 위해 준비한 서울의 독서 공간을 만나 보시죠.

1. 그래픽

덕후들은 힘이 셉니다. ‘무진장 신발 사진이 많은 곳’이라는 이름의 패션 커뮤니티는 대한민국의 10번째 유니콘 기업인 무신사가 되었죠. 만화책을 사랑하던 어느 덕후는 만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마음 놓고 책을 볼 수 있는 멋진 장소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직접 그런 공간을 만들었습니다. 그 공간은 ‘서점 웨이팅’이라는 독특한 현상까지 일으키며 올해 상반기 가장 성공한 장소로 자리매김했습니다. 지금부터 소개할 그래픽의 이야기입니다.

그래픽은 경리단길에 위치한 독립서점입니다. 그래픽 노블과 만화, 아트북을 전문적으로 소개하는 서점인 동시에 입장료 1만 5,000원을 내면 시간제한 없이 책을 읽을 수 있는 독서 공간이에요.

복작복작한 주택가 사이에 자리한 서점을 보고 처음 떠오르는 이미지는 바로 책입니다. 책을 층층이 쌓아 놓은 듯한 벽면의 질감은 책의 빽빽한 단면을 닮았답니다. 만약 이 동네 주민이었다면, 창 하나 없는 이 커다란 건물이 대체 뭐 하는 곳인지 매우 궁금했을 터. 이곳의 목표는 책에 가장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설계를 맡은 오온의 건축가 김종유는 번잡한 주변 동네가 보이지 않도록 창을 없애고, 대신 층마다 천창을 내어 자연채광을 들였습니다.

건축가는 책 읽는 자세를 분석해 아홉 가지 유형으로 정리하고 이를 곳곳에 녹여냈습니다. 빈백부터 라운지체어, 소파, 걸터앉는 계단까지 다양한 자리가 곳곳에 숨겨져 있어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원하는 자세로 책을 읽으면 되죠.

Pick 그래픽 매니저의 여름휴가 추천 도서

<신들의 봉우리> 다니구치 지로 “한번 보고 나면 진이 빠질 수 있으니 그래픽에 와서 제대로 자리 잡고 보기를 권해요.”

실종된 등산가의 미스터리를 풀어가는 5권 분량의 만화책. 배경으로 등장하는 세계의 명산을 세밀하게 표현하는 작가의 그림체를 보는 재미가 있습니다.

INFORMATION

화요일~일요일 13:00-23:00(월요일 휴무)서울 용산구 회나무로39길 33@graphic.fan

2. 문학살롱 초고

그래픽이 햇빛이 아름다운 낮의 공간이라면, 문학살롱 초고는 조명이 매력적인 밤의 장소입니다. 조용한 곳에서 책도 읽고 싶고 바 같은 분위기에서 칵테일도 한잔하고 싶을 때, 서늘한 여름밤에 어울리는 이곳에 와보시기를 권합니다.

문학살롱 초고는 합정동의 복잡하고 시끌벅적한 거리에 자리한 바 겸 독서 공간입니다. 이곳은 문학을 매개로 사람들이 모이고 교류하는 장소로 만들어졌어요. 때로는 조용히 독서하며, 때로는 책을 주제로 대화하며 시간을 나눌 수 있습니다.

바에서는 낮에는 커피를, 저녁에는 칵테일을 판매합니다. 그 에서도 문학 칵테일은 문학책을 주제로 개발한 이곳만의 시그니처 메뉴입니다. 메뉴를 주문하면, 같은 이름의 책이 칵테일과 함께 서빙돼요.

Pick 문학살롱 초고 운영자의 여름휴가 추천 도서

<행성어 서점> 김초엽 “여름휴가 때 챙겨갔는데, 한 편의 길이가 짧아서 여행지에서 이동할 때 잠깐씩 읽기 좋았습니다.”

열네 편의 짧은 이야기가 담긴 소설집. 김초엽 작가 특유의 다정하고 애틋한 SF 세계를 만나볼 수 있습니다.

INFORMATION

서울 마포구 독막로2길 30 지하 1층16:00-24:00(수요일 휴무)@chogo_seoul

3. 소전서림

해외에는 입장료를 내고 이용하는 도서관이 종종 있지만, 한국에는 2020년 청담동에 문을 연 소전서림이 유일합니다. 문학을 중심으로 3만여 권의 책을 소개하는 도서관으로, 반나절(5시간) 이용권이 3만 원이니 저렴하다고 보기는 어렵죠. 하지만 그만큼 공들인 콘텐츠와 공간으로 완전한 독서 경험을 제공합니다.

이곳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나무의 향이 코를 자극합니다. 차분한 내음이 숲속에 온 듯한 기분을 일깨우고, 계단을 마저 내려가면 탁 트인 서가가 등장해요. ‘흰 벽돌로 둘러싸인 책의 숲’이라는 이름처럼 높은 층고의 공간에 벽면은 온통 책으로 채워져 있습니다. 벽의 위쪽에는 조명을 설치하고 한지 느낌이 나는 재료로 마감해 빛이 부드럽게 퍼져나가요. 책장 규격에 맞춰 선을 내어 벽돌벽 같은 모습에 은은한 빛이 공간 전체에 드리워 지하임에도 창이 없는 답답함이 느껴지지 않습니다.

소전서림에서 꼭 경험했으면 하는 곳은 1인용 서가입니다. 프리츠 한센의 에그 체어, 카시나의 LC4 셰이즈 롱 등 하이엔드 가구 브랜드의 의자에 앉아 나만의 서재에 온 듯 프라이빗하게 책을 즐길 수 있습니다. 이런 분위기에서 창이 없는 지하의 단점은 오히려 주변을 잊게 하는 장점이 됩니다.

Pick 소전서림 마케터의 여름휴가 추천 도서

<낮술> 하라다 히카 “소전서림의 일부 공간에서는 낮술도 가능하니, 이곳에서 책과 함께 여름휴가를 즐겨 보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낮술처럼 운치와 여유가 담긴 단어가 또 있을까요? 주인공이 지친 일상에서 낮술을 마시러 다니는 이야기로 읽다 보면 여름의 향기가 물씬 느껴집니다.

INFORMATION

서울 강남구 영동대로138길 23 지하 1층화-토 11:00-23:00, 일 9:30-18:00(월요일 휴관)@sojeonseol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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