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에서 발견한 어른이를 위한 하루
2022. 10. 11. 00:37ㆍ국내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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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나 처음, 오로지 나를 위해 부산 여행을 떠났다.
부산에서 태어나고, 20년 넘게 살았던 나는 서울에 온 지 몇 년 만에 고향을 가장 모르는 사람이 돼버렸다. 서울 친구들이 “부산에서 뭘 하면 좋을지 알려달라”고 물을 때마다 우물 쭈물, 어떤 정보를 줘야 할지 전혀 몰랐다. 그 정도로 여행지로의 부산은 내게 여전히 미지의 세계다. 앞서 부산 여행을 다녀온 친구들에 의하면 요즘 기장과 해운대에 이르는 동부산이 그렇게 핫하다던데. 마침 최근 새로 생긴 놀거리도, 볼거리도 많아 내 첫 부산 여행지로딱 좋아보였다. 열차와 숙박을 예매하며 묘한 기분이 들었다. 여행자의 마음으로 바라보는 부산의 모습은 어떨지 마음이 설레었다. 이왕이면 서울에서 매일같이 시달리는 어른 세계의 근심, 걱정은 훌훌 털어버린 채 떠나기로 했다. 부산에서의 1박 2일은 귀엽고, 아기자기하고, 신나는 것들만 보며 완전히 힐링하는 시간을 보낼 참이다.
DAY 1 지금 가장 뜨거운 테마파크
서울을 출발한 지 2시간 남짓, KTX 차창 밖으로 눈에 익은 풍경이 지나가기 시작했다. 익숙한 동네에 다다랐다는 뜻이다. 마침내 열차 문이 열리고 플랫폼에 내려서는 순간을 나는 가장 좋아한다. 적당한 온도와 매서운 바람, 바다의 짠내가 피부로 파고들어 부산에 도착했음을 직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부산역 광장에 잠시 걸음을 멈추고 마스크를 살짝 내린 채 불어오는 바다 냄새를 만끽했다. 바닷바람에 몽롱했던 머리가 맑게 깨는 기분이다. 평소 같았으면 택시를 잡아타고 본가로 향했겠지만, 이번만큼은 목적지가 다르다.
지난 3월 31일 공식 오픈한 롯데월드 어드벤처 부산(이하 ‘롯데월드 부산’)으로 차를 몰았다. 평일, 주말을 가리지 않고 발 디딜 틈 없이 붐빈다는 부산 유일의 테마파크. 서울로 수학여행을 떠나야만 제대로 된 놀이공원을 만날 수 있었던 학창 시절이 떠올랐다. 부산에서 놀이공원이라니! 순식간에 동심으로 돌아가는 기분이다. 내려오는 기차 안에서 인터넷 검색으로 롯데월드 부산에서 꼭 하고 싶은 것 몇 가지를 미리 정했다.
가장 기대한건 오후 2시와 8시, 하루 두 번 펼쳐지는 ‘로티스 매직포레스트 퍼레이드’ 다. 놀이공원 퍼레이드 첫 경험은 디즈니랜드였는데, 이유도 없이 마냥 행복해진 기억 덕분이다. 오후 2시가 되자 퍼레이드의 스토리를 설명하는 방송과 함께 520m의 코스를 지나는 행렬이 이어졌다. 마녀의 저주로 깨지 않는 잠에 빠진 로리 여왕이 용감한 기사 로티의 도움으로 다시 깨어나 매직 포레스트의 평화를 위한 파티를 연다는 내용이다. 퍼레이드 테마송과 함께 30분가량 행진하는 행렬을 따라 파크를 둘러보는 내내 나도 모르게 어깨가 들썩였다. 퍼레이드를 보기 가장 좋은 명당은 로리 캐슬을 마주 보는 중앙 광장이다. 퍼레이드 행렬이 여기에 멈춰 서서 메인 공연을 펼친다. 춤추는 캐릭터, 행복한 표정의 아이들, 미세먼지 없는 청명한 초여름 날씨까지 더해져 완벽한 그림을 완성할 수 있으니 포토 스폿으로도 추천한다.
퍼레이드 행렬을 쫓으며 몸도 마음도 적당히 워밍업 됐다면 제대로 놀아볼 차례. 자이언트 디거, 자이언트 스윙, 자이언트 스플래쉬까지 롯데월드 부산에서 가장 유명한 어트랙션 세 가지를 순서대로 도장 깨기 해보기로 했다. 시작은 입구에서 가장 가까이에 있는 자이언트 디거다. 약 1km의 트랙을 고속주행하는 롤러코스터인데 다소 짧은 길이지만 스릴만큼은 확실하다. 360도 회전 구간이 세 번이나 있고, 최고 속도는 시속 105km나 된다. 아슬아슬하게 뒤집히며 주행하는 구간에서는 이 속도감을 오롯이 느낄 수 있다. 다음은 자이언트 디거의 트랙과 맞붙을 것처럼 솟은 자이언트 스윙의 차례. 무려 120m나 되는 회전 반경을 최고 110km/h의 속도로 진자운동하는 어트랙션이다. 최고 높이는 44.8m로 아파트 12층보다 높다. 아래에서 힘껏 내달린 뒤 허공에 머무르는 동안, 기장의 푸른 하늘로 온몸이 내던 져지는 듯한 아찔함을 맛본다. 평소 무서운 놀이기구도 곧잘 즐기는 편이라 만만하게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맵다.
건장한 성인들도 손을 내젓게 만드는 스릴에 벌써부터 체력이 달렸다. 하지만 여름의 초입에 들어선 5월은 해가 길다. 벌써부터 물러설 수는 없다. 대신 당 충전을 위해 중앙 광장에 있는 카페 루이테라스에 들러 아이스크림을 주문했다. 놀이동산에서 빼놓을 수 없는 달달한 맛을 입에 물고 지체 없이 자이언트 스플래쉬로 향했다. 자이언트 스플래쉬는 엄청난 물보라를 일으키는 워터코스터다. 우비를 입어도 흠뻑 젖을 만큼의 물폭탄이 기다린다. 바깥에서 지켜보기만 해도 속이 뻥 뚫리는 시원함이다. 무시무시한 자이언트 시리즈를 모두 즐기고 나면 조금은 여유롭게 파크를 둘러봐도 좋다.
손바닥을 누르면 인자한 목소리로 이야기를 들려주는 토킹 트리, 로리 여왕의 아름다운 캐슬과 분수 광장은 소문난 포토존. 로리 캐슬 안에 위치한 교복 대여점에서 교복을 빌려 입을 수 있는데 학창 시절로 돌아간 듯한 하루를 보내고 싶은 어른들에게 더 인기다. 스마트폰을 들여다 볼 시간도 없이 파크 안을 헤집고 다니다 보니 어느덧 해가 넘어가고, 놀이기구들도 불을 밝힌다. 기다렸던 저녁 8시 퍼레이드를 마지막으로 파크를 나섰다. 이만하면 꽤 스트레스 없는 하루를 보냈다.
DAY 2 다시 돌아온 해운대
사실 부산 사람에게 해운대는 ‘놀러’ 가는 곳이 아니었다. 사계절 상관 없이 외지인으로 너무 붐비기 때문이다. 부산 사람들은 해운대보다 더좋은 해변도 많다고 생각하므로 굳이 여름 바다를 찾아갈 일도 없었다. 기껏해야 1년에 몇 번쯤, 바닷가 뒷골목 노포 어딘가에서 막 썰어낸 회에 소주잔을 기울이는 정도가 전부다. 시간을 내서 뭔가를 구경하거나 여유를 즐기러 가는 동네는 아니라는 의미. 그런데 최근 몇 년 새 부산 사람들도 궁금할 만한 놀거리가 해운대에 부쩍 늘었다.
먼저 해운대로 넘어오기 전, 기장에서의 마지막 일정으로 스카이라인루지 부산에 들르기로 했다. 지난 여름 첫 오픈해 부산, 경남뿐 아니라 전국의 관광객을 기장으로 끌어모으고 있는 대표 관광지다. 무동력 카트를 타고 테마가 다른 네 개의 트랙을 따라 내려오는 어트랙션이다. 루지 체험도 재미있지만, 출발지까지 이동할 때 탑승하는 스카이라이드가 숨은 하이라이트. 롯데월드 부산과 기장 해안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기 때문. 주말에는 운영시간이 조금 더 길기 때문에 이 지역의 빼어난 야경을 감상 하기에도 그만이다.
루지까지 알차게 즐겼다면 이제는 진짜 해운대로 향할 시간이다. 첫 번째 목적지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스타벅스가 있다는 부산 엑스더스카이 전망대. 우리나라에서 두 번째로 높은 건물인 해운대 엘시티 랜드마크 타워 100층에 위치했다. 1층에서 티케팅을 한 뒤 고속 엘리베이터를 타고 꼭대기로 향한다. 100층까지 다다르는 시간은 단 60초. 문이 열리자마자 해운대 해변과 동백섬, 그 너머의 광안대교까지 보인다. 부산의 해안선을 이렇게 한눈에 담는 건 흔치 않은 경험이다. 그 아름다운 광경을 감상하는 것만으로도 100층까지 올라온 보람이 충분하다.
뻥 뚫린 유리 바닥 아래로 해운대 백사장이 깔린 쇼킹 브리지는 빼놓지 말아야 할 스폿이다. 유리가 절대 깨지지 않을 걸 알면 서도 한 발을 떼기가 어찌나 어렵던지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웃음꽃이 핀다. 100층 전망대를 감상하고 99층으로 내려오면 라운지 레스토랑과 카페가 위치한다. 이렇게 높은 곳에서의 식사나 티타임도 자주 있는 기회는 아니니, 시간이 된다면 꼭 한번 즐겨보기를 추천한다. 하늘 위에서의 시간을 만끽한 뒤 향한 곳은 바다 위다. 해운대 미포에서 청사포, 송정까지 이어지는 옛 동해남부선 철길은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방치됐다가 최근 재개발을 통해 ‘해운대 블루라인파크’라는 이름의 해변 열차가 들어섰다. 옛 철길엔 다인승 해변 열차를, 그 위 새로 닦은 길에는 4인까지 탑승 가능한 스카이캡슐을 운행한다. 각각 시야가 달라서 편도는 해변 열차로, 돌아오는 길은 스카이캡슐로 선택하면 더 좋겠다. 그렇게 하면 먼바다에서 밀려오는 파도도, 해변을 따라 이어진 솔숲도, 모래사장을 알알이 비추는 햇볕까지도 구경할 수 있다.
지금껏 알던 부산의 바다와는 또 다른 매력을 발견하며 내가 얼마나 이 도시를 잘 몰랐는지 다시 한번 깨달았다. 돌아오는 KTX 안, 이틀 내내 도시를 뛰어다니느라 녹초가 되었지만 마음만은 여전히 들떠 있었다. 이제 부산 여행을 앞둔 친구들에게 적어도 핫플 하나쯤은 알려줄 수 있을 것 같다.
부산 동네 골목 투어 저마다 다른 재미가 있는 동네에서 테마별로 즐기는 골목 호핑.
해운대 와인 스폿
1 오스테리아 밀즈 해운대 바닷가 뒷길, 오래된 주택을 개조해 만든 와인 다이닝. 바질페스토와 부라타치즈, 절인 토마토가 들어간 냉파스타가 이곳의 시그너처 메뉴다. 밀즈의 야외 테라스에서 와인 마시기 좋은 때는 지금부터 딱 한 달 남짓이다. 위치 부산시 해운대구 우동3로 16 문의 0507-1347-2805 2 와르켓 작지만 필요한 건 다 있는 와인&그로서리 스토어. 아티피셜 와인부터 내추럴 와인까지 라인업을 착실히 갖췄을뿐 아니라 치즈와 스낵, 샤퀴테리 등 와인에 곁들이면 좋은 제품도 판매 중이다. 위치 부산시 해운대구 우동1로38번길 11 문의 0507-1405-0604 3 유어네이키드치즈 해운대점 서울 성수동에서 시작한 유어네 이키드치즈가 해운대에도 문을 열었다. 수십 가지 와인과 테이크아웃용 치즈 플레이트를 만나볼 수 있다. 간단한 메뉴와 함께 와인을 즐길 수 있는 테이블도 마련돼 있다. 위치 부산시 해운대구 우동1로20번길 53 문의 0507-1494-7026
전포 베이커리
4 자이콥21 서면 중심가보다는 전포역과 더 가까운 구움 과자 전문점. 런던 지하철을 본뜬 간판과 푸른색 대문이 이국적이 다. 카운터 옆에 전시된 40여 종의 디저트를 고르면 예쁜 패키 지에 담아 준다. 시즌마다 조금씩 달라지는 메뉴가 재미있다. 위치 부산시 부산진구 서전로46번길 14 문의 0507-1418-5 5 GOOL 신비로운 분위기의 베이커리 굴에서는 크루아상, 퀸아망 등의 빵은 물론 스콘, 피낭시에, 마들렌 같은 구움 과자도 판매한다. 힐튼호텔 출신의 오너 셰프가 만드는 만큼 수준급의 맛을 기대해도 좋다. 위치 부산시 부산진구 전포대로176번길 12-7 문의 0507-1446-1578 6 희소 이곳을 방문하는 모든 이가 밝은 하루를 보내기 바라는 마음을 담은 비건 베이커리다. 모든 빵은 100% 쌀로 만들고, 우유와 버터를 사용하지 않고도 충분히 부드러운 맛과 향을 자랑하니, 믿고 먹어도 좋다. 위치 부산시 부산진구 전포대로186번길 16 문의 0507-1468-4002
영도 카페
7 모모스 로스터리&커피바 영도의 오래된 항구가 바라다보이는 카페. 단순한 오션 뷰와는 또 다른 정취를 느낄 수 있다. 바리스타와 5~10분가량 대화를 통해 원하는 스타일의 커피를 주문하는 독특한 방식으로 운영된다. 위치 부산시 영도구 봉래나루로 160 문의 070-5129-0184 8 컵넛 영도 흰여울 문화마을에 위치한 도넛 맛집. 인절미, 고구 마, 옥수수 등 친근한 재료로 독특한 도넛을 만든다. 컵넛에서 도넛만큼 맛있는 건 거칠 것 없이 펼쳐진 오션 뷰다. 탁 트인 바다 위에 앉아 있는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다. 위치 부산시 영도구 절영로 222 문의 0507-1364-1547 9 페블 그리스 산토리니의 해안 절벽을 떠오르게 하는 카페다. 겉보기엔 평범해 보이지만, 안으로 들어가면 바다를 향해 뚫린 창에 푸른 절경이 그림처럼 걸려 있다. 오션 뷰가 파노라마로 펼쳐지는 통창과는 또 다른 멋을 찾을 수 있는 곳이다. 위치 부산시 영도구 흰여울길 395 문의 0507-1378-8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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