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2. 27. 15:44ㆍ사회뉴스
40년간 추진돼 온 설악산 케이블카 신규 설치 사업이 '허가'로 결론났다.
환경부 원주지방환경청은 강원 양양군의 설악산국립공원 오색케이블카(삭도) 설치사업 환경영향평가에 대해 '조건부 협의'(조건부 동의) 의견을 제시했다고 27일 밝혔다.
이 사업은 양양군 설악산국립공원 오색지구와 설악산 정상 대청봉에서 직선거리로 1.4㎞ 떨어진 '끝청'을 오가는 연장 3.3㎞ 케이블카를 놓는 사업이다.
환경청은 이날 보도자료에서 양양군이 지난해 12월 28일 제출한 환경영향평가서 재보완서에 "환경영향을 줄이기 위한 방안 등이 제시돼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로써 오색케이블카 설치사업은 사실상 최종 관문을 통과했다. 남은 절차는 '500억원 이상 예산이 투입될 것으로 예상되는 사업'으로서 행정안전부 지방재정투자사업 심사 등이다.
[그래픽]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설치 허가
(서울=연합뉴스) 이재윤 기자 = yoon2@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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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케이블카가 하나 있는 설악산에 추가로 케이블카를 놓자는 목소리는 1980년대부터 나왔다. 이명박 정부 때부터 본격적으로 추진되기 시작한 오색케이블카 설치사업은 윤석열 대통령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지역균형발전특위가 선정한 강원도 15대 정책과제 중 하나이고 김진태 강원도지사 선거공약이기도 했다.
원주지방환경청은 2019년에는 오색케이블카 설치사업 환경영향평가에 '부동의'한 바 있다. 이에 양양군은 행정심판을 제기해 환경청 결정을 뒤집으면서 환경영향평가서를 재보완할 기회를 얻어냈고 이번에 동의 의견을 받아냈다.
환경청은 앞서 2019년 부동의 의견을 낼 때 "환경적 측면에서 바람직하지 않다"라면서 '입지 부적정' 등을 이유로 들었다.
이후 행정심판에서 중앙행정심판위는 '국립공원위원회가 2015년 케이블카 설치를 위해 공원계획변경을 가결할 때 입지 타당성을 검토했는데, 환경영향평가에서 입지 타당성을 또 검토하는 것은 위법·부당하다'라고 지적했다. 환경청이 양양군에 규정상 부여해야 할 재보완 기회를 주지 않은 점도 행정심판에서 부당하다고 지적됐다.
행정심판 결과는 이번 조건부 동의 결정에도 영향을 미쳤다.
원주지방환경청은 "전문 검토기관 1곳이 (케이블카) 입지가 적절하지 않다는 의견을 제출했으나 행심위 재결에 따라 반영하지 않았다"라고 밝혔다.
앞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이은주 정의당 의원이 공개한 오색케이블카 설치사업 환경영향평가서 검토 전문기관 의견서를 보면 한국환경연구원(KEI)이 의견서에 '자연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큰 케이블카 설치는 부적절하다'라고 명시했다.
원주지방환경청은 양양군의 환경영향평가서 재보완서에 대해 "무인센서카메라·현장조사를 통한 산양 등 법정보호종 서식 현황과 앞서 (평가서에) 누락됐던 공사 작업로와 헬기 이·착륙장 등 일시 훼손지 식물조사 결과도 제시됐다"라고 설명했다.
또 케이블카 공사·운영 시 소음·진동을 줄이기 위해 임시케이블카를 활용해 헬기 운행 횟수를 줄이고 설악산국립공원 중청대피소에서 전기를 끌어와 디젤발전기를 대신한다는 방안이 제시됐다고 밝혔다.
케이블카를 타고 산에 오른 사람들이 산에 흩어지면서 환경피해를 키울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서는 상부정류장 위치를 해발고도 1천480m 지점에서 1천430m 지점으로 낮춰 기존 탐방로와 거리를 더 확보하는 방안이 제시됐다고 한다.
케이블카 안전대책으로는 설계기준 풍속을 40~45㎧을 예측모델로 산출된 지주(기둥) 높이 최대풍속 예측치(36.91㎧)보다 높게 잡기로 했다.
원주지방환경청이 부여한 조건은 동물과 관련해 '산양 등 법정보호종 공사 전·중·후 모니터링과 이를 통한 피해 저감책 마련', 식물과 관련해 '학계·전문가 참여 모니터링위원회 구성과 법정보호·특이식물 추가 현지조사' 등이다.
자연생태·지형 영향·훼손을 최소화하기 위한 상부정류장 규모 축소 방안을 강구하고 착공 전 시추조사, 주변 경관과 조화를 이루는 시설물 계획, 기상을 고려한 강화된 설계기준 적용 등도 조건으로 부과됐다.
조건들은 사업 승인기관이 사업계획을 승인할 때 반영했는지 확인해 원주지방환경청에 통보해야 한다. 오색케이블카 설치사업 승인기관은 사업주체이기도 한 양양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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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 양양군이 추진 중인 설악산 오색케이블카를 반대하는 환경·시민단체 회원들이 지난 2일 원주지방환경청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설악산에 케이블카가 신규 설치되면 육상국립공원에 수십년만에 새로 케이블카가 놓이는 것이다. 육상국립공원에 마지막으로 설치된 케이블카는 전북 무주군 덕유산리조트에서 덕유산 설천봉을 잇는 곤돌라로 이 곤돌라는 1989년 허가돼 1997년부터 운영됐다.
이날 원주지방환경청이 전문기관과 결론을 달리해 사업 허가 결정을 한 것이어서 오색케이블카 설치를 둘러싼 찬반 논란은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오색케이블카 설치 예정지는 전 국토의 1.65%에 불과한 국립공원 공원자연보존지구이자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 백두대산 보호지역 핵심구역, 천연보호구역, 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 등 여러 보호지역으로 겹겹이 지정된 곳이다.
이런 지역에 케이블카 설치가 허용됨에 따라 각지에서 산에 케이블카를 설치하자는 목소리가 커지고 국립공원이 개발대상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유력 후보지'는 과거 설악산과 함께 국립공원 케이블카 시범사업에 도전했다가 탈락하는 등 긴 케이블카 추진 이력을 지닌 지리산이다.
광주 무등산국립공원과 울산 울주군 영남알프스, 대전 보문산, 대구 팔공산(갓바위), 경북 문경시 주흘산 등도 지역에서 케이블카를 설치하자는 주장이 나오는 산들이다.
앞서 환경부 국립공원위원회가 흑산공항 건설을 위해 부지를 다도해국립공원에서 제외하기로 결정한 것과 맞물려 정부가 국립공원 보전을 포기했다는 비판도 거세게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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