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말없는 소녀 - 숨겨진 비밀의 마을 어느 조용한 소녀의 이야기

2023. 6. 6. 11:51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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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말없는 소녀> ⓒ (주)슈아픽처스

1981년 여름, 9살 '코오트'(캐서린 클린치)는 아일랜드의 작은 마을에서 가난하고 방임적인 부모님과 함께 사는 많은 형제자매 중 한 명이다. 어머니가 또 임신하게 되면서 가정이 형편이 더욱 나빠지자, '가장 조용한(말 없는) 소녀'인 '코오트'는 여름 동안 먼 친척 부부에게 맡겨진다. '코오트'는 '에블린'(캐리 크로울리)과 '션'(앤드류 베넷) 아래에서 집안일과 농사짓는 법을 가르쳐준다. 예를 들어, '에블린'은 '코오트'에게 땅 위에 있는 우물을 보여주면서, 물이 치유력이 있다고 말하는 한편, 우물이 깊으니 물을 뜰 때 주의해야 한다고 친절히 이야기해 준다. 낯선 환경도 잠시, '코오트'는 다정한 친척 부부에게 마음의 문을 조금씩 열기 시작하지만, 여름은 짧았다.

<말없는 소녀>는 클레어 키건이 쓴 아일랜드어 소설 <맡겨진 소녀>(2010년)를 각색한 작품으로, 가족의 복잡한 유대 관계, 감정적이고 심리적인 성장의 문제, 슬픔의 현상과 그 슬픔이 우리 삶을 형성한다는 걸 주제로 한다. 영화의 배경인 1980년대, 아일랜드는 2차 오일쇼크로 인해서 경제적 위기를 겪었고, 이로 인해 1960년대 '베이비 붐' 세대의 청년 실업은 급증하게 됐다. 좋은 교육을 받은 엘리트 집안은 아일랜드를 떠나 영국 등 타국으로 향했는데, 이 시기를 배경으로 한 <싱 스트리트>(2016년)에서도 이런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말없는 소녀>에 나오는 '코오트'의 가족은 타국으로 향할 수도 없는 평범한 서민이었고, '말을 잘 따를 것 같은' 소녀를 다른 가족에게 맡겼던 것.



콤 베어리드 감독은 이런 사회적 '현상'을 '코오트'의 시선으로 보여준다. '코오트'가 경험을 형성하는 요소들을 영화의 최우선으로 두었고, 캐릭터 탐구와 관계의 역학이 전면에 배치되도록 했다. 그러면서도 이야기가 주는 '소소함'을 챙기고자 했는데, 광대하고 심오한 것은 사소한 곳들에서, 서사적으로 겸허한 지점에서 발견될 수 있다는 감독의 생각이 드러나는 대목이었다. 영화는 이야기 이면에 도사리는 감정의 흐름에 주목했는데, 절제된 감정에서 결국 터지고 마는 카타르시스의 분출은 관객에게도 오롯이 다가온다. 마치 한때를 풍미했던 '초코파이' 광고 문구인, "말하지 않아도 알아요"를 떠올리게 하는 캐릭터 사이의 '정'은 영화의 마지막을 아름답게 장식했다.

또한, '코오트'가 친척 부부의 사랑을 받으며 점점 성장해 가는 서사를 화면에 담기 위해, 케이트 맥컬로프 촬영감독은 1.37:1로 화면 비율을 결정했다. 1980년대 TV 방송의 화면 비율과 유사한 비율이기 때문에, 그 시대의 분위기를 물씬 풍길 수 있다는 이점도 있겠으나, '코오트'의 고립된 심리를 표현하기에도 매우 적당한 비율이었다. 그리고 섬세한 빛의 조율과 함께 아일랜드 시골 농가의 아름다움이 잘 담겨있다. 그렇게 <말없는 소녀>는 2022년 72회 베를린영화제 2관왕(제네레이션 K플러스 부문 대상인 국제심사위원상, 수정곰상 작품상 특별언급)을 차지했고, <헤어질 결심>을 밀어내면서 2023년 아카데미 국제장편영화상 후보에 지명되는 '이변'을 보여줬다.



한편, <말없는 소녀>는 아일랜드의 고유 언어인 '게일어'로 제작되어 있는데, '게일어'로 만들어진 영화 중에 최초로 아카데미 국제장편영화상(전신 외국어영화상) 후보로 올랐을 뿐 아니라, 이 언어로 만들어진 작품 중 최고의 수익을 올린 영화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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