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NFT 아트의 현주소

2022. 9. 28. 02:08IT 모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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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FT 아트는 지금 국내 미술계에 얼마만큼 침투해 있을까? 과연 우리를 어떤 미래로 이끌까?

 

몹시 당황스러웠다. 지난 6월 18일, 필자가 운영하는 출판사에서 야심차게 NFT 관련 책을 출간했다. 저자는 서울대학교 미학과를 졸업하고 KAIST 대학원에서 과학 저널리즘을 전공한 전문가였다. 저자로서는 신인이지만 NFT 라는 생소한 신대륙에서 가장 전문가다운 지식을 갖춘 이였으며, 원고는 똑똑했다. 하지만 현재까지 판매 스코어는 저조하다. 출판업계에서는 초반 판매 지수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첫 3개월의 판매지수가 총 판매량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출판사에서 신간 마케팅에 심혈을 기울이는 이유 역시 여기에 있다. 그런데 기대해 마지않던 이 책의 반응이 영 신통치 않다. 왜 그럴까? 정신을 가다듬고 원인을 분석해본다. 모든 결과에는 원인이 있기 마련이다. 비단 책 한 권의 판매 부진만이 아니라 한국의 NFT 현주소를 파악하는 데도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애초에 출간을 결심한 이유는 NFT 아트에 호기심과 기대를 느꼈고, 긍정적인 희망을 보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게 모두 착각이었을까?
 
일단 주변 아트 피플에게 “NFT 아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라고 질문을 던졌을 때의 반응은 크게 세 가지로 나뉘었다. 가장 흔한 첫 번째 반응은 “전 NFT에 관심 없고 잘 몰라요”였다. 사실 기존의 예술 분야에서 활동해온 아티스트나 큐레이터라면 이런 반응은 예상 가능하다. 창작물과 유통 방식이 너무 다르기 때문이다. NFT 아트가 도입된 시기도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아직 제대로 된 문화가 정착되었다고 보기는 이르다. 통상 NFT 아트의 원년은 2021년으로 보고 있다. 200년 전통의 영국 콜린스 사전은 2021년 NFT를 ‘최고의 단어’로 선정했다. 영국의 권위 있는 현대 미술잡지 <아트 리뷰>는 매년 연말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예술인 100인’을 선정하는데, 2021년 이례적으로 사람이 아닌 대상을 선정했다. 바로 ‘ERC-721’. NFT 발행 표준안을 일컫는 용어다. <아트 리뷰>는 NFT가 기존 예술시장에 ‘창조적인 불확실성’을 던졌다며 선정 이유를 밝혔다. 그러므로 NFT에 대한 무관심에는 약간의 여유가 생긴다. 초기 단계의 혼란을 벗어나면 NFT에 대한 윤곽이 잡히면서 자리를 잡을 것이라는 희망도 여전히 유효하다.
 
두 번째 주변 반응은 극심한 거부와 반대다. 어떤 이들에게 NFT는 ‘사기성 투기 아이템’ 혹은 ‘떴다방’ 정도로 여겨지는 것 같다. 그도 그럴 것이 NFT를 다루는 뉴스는 대부분 NFT가 얼마나 단기적으로 ‘대박’을 터트렸는가에 주목하거나, 혹은 반대로 일확천금을 노리던 사람들의 비극적인 최후를 보여주는 데 초점을 맞췄다. NFT가 처음 수면 위로 대두된 것은 그라임스와 비플 사태다. 2021년 3월 3일, 테슬라 CEO 일론 머스크의 연인이자 가수인 그라임스는 가상 이미지에 자신의 노래를 배경으로 깐 ‘War Nymph’를 온라인 경매에 올렸고, 디지털 이미지 10점이 20분 만에 580만 달러(한화로 약 65억원)에 낙찰됐 다. 불과 며칠 뒤인 3월 11일, 디지털 아티스트 비플의 NFT 작품은 경매사 크리스티를 통해 무려 6930만 달러(한화로 약 785억원)에 판매됐다. 이렇듯 NFT는 태생적으로 투기성 자본의 성격을 띠고 있으며, 이런 누명을 벗기 위해서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본다.
 
한편, 지난 6월 보도된 ‘완도 일가족 자살 사건’의 배경에 루나 코인의 폭망이 관련되어 있음이 밝혀지면서 NFT를 포함해 암호화폐에 대한 전 국민적인 공포와 불신을 확인받은 것 또한 NFT의 어두운 단면이다. 이와는 별개로 NFT 아트에서는 작품의 예술성을 판단하는 기존의 기준이 적용되기 어렵다는 점도 한몫한다. 지금 구글에서 785억원짜리 디지털 아트를 검색해보라. 예술 전문가가 아니라 하더라도 당황스러움을 감출 수 없을 것이다. 지난 10년간 순수 현대미술 분야에서 예술 작품과 예술가를 접해온 필자의 입장 또한 다르지 않다. (움짤을 미학적으로 비평해야 하는 시대가 오다니!) NFT는 미술시장 질서에도 새로운 판도로 접근하고 있다. 기존의 미술시장 판매 수수료가 50%라면, 세계 최대의 NFT 마켓인 오픈시의 판매 수수료는 2.5%로 파격적이다. 기존 경매사나 화랑들의 반발심은 불 보듯 뻔한 것이지만, 이는 당연히 창작자에게 더 많은 지분이 돌아가 도록 하는 NFT 마켓의 순기능이다.
 
세 번째는 NFT 아트의 장기적인 미래를 도모하고 준비하는 소수로, 현재 NFT 아티스트로 활동하고 있는 사람들의 반응이다. ‘살아 있는 조각’으로 이미 1990년대에 이름을 날렸던 아티스트 이윰은 ‘레드디멘션(Red Dimension)’ 등의 NFT 프로젝트를 통해 한국 최초의 퍼포먼스 아트 NFT를 선보였다. 이미 자리 잡은 기성 작가들 중 NFT 아트라는 신대륙에 도전한 또다른 인물은 전병삼 작가. 그의 NFT 작품 ‘Lost in Tallllllllllk’와 ‘스핀(SPIN)’ 프로젝트 등은 기업과의 협업과 색다른 접근 방식(스핀은 컬렉터가 직접 디지털 그림을 그릴 수 있는 ‘페인터블 NFT’다)을 선보인 이상적인 사례다. 10년 동안 패션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했던 그리다도 NFT 프로젝트 ‘하이브리드 부케(Hybrid Bouquet)’를 선보인 바 있다. 한국 최초의 NFT 아티스트 커뮤니티 빌더로 활동하는 킹비트, 올해 뉴욕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의 NFT 컨퍼런스 ‘NFT.NYC’에 연사로 참여한 한동이 코리안 NFT 대표, 한국 최초의 청소년 NFT 아티스트인 아트띠프. 이 외에도 NFT 아티스트 수십 명과 글로벌 NFT 거래 플랫폼 니프티게이트웨이, 슈퍼레어(주로 유명 작가나 연예인만 NFT를 발행할 수 있고 동양인의 진입이 어렵다)에서 이미 유명 작가로 자리 잡은 한국 작가 미스터 미상(Mr.Misang) 등의 존재는 한국 NFT 아트가 현존하고 있고, 어디선가 미래와 연결되고 있음을 방증한다.
 
마지막으로 NFT 아트의 미래에 대해 낙관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이것은 바꿀 수 없는 현재의 흐름이다. 전 세계적으로 이미 발생하고 있으며, 디지털 이미지에 익숙한 미래 세대뿐 아니라 전통 예술과 순수 예술의 모순과 허점 속에 아티스트로 우뚝 서고 싶은 야망을 품은 이들에게는 거의 유일한 기회다. 그러므로 한국 아티스트들과 예술 분야 종사자들이여, NFT 아트에 좀 더 관심을 기울여라. 우리의 미래는 어쩌면 그곳에 해답이 있다.
1 이윰의 시리즈를 담은 메타버스 뮤지엄 전시 광경. 2 온사이버를 기반으로 한 ‘IUM NFT MUSEUM’. 3 이윰 ‘THE RED DIMENSION’.
4 그리다의 ‘Hybrid Bouquet’ 컬렉션 중 하나인 ‘The petals are like dots #2’. 5 그리다 ‘Portrait of JUN-HO’. 6 아트띠프 ‘meong(To zone out)’.
7 아트띠프 ‘Wildfire Crew 01-anger’. 8 그리다 ‘금강전도트 Geumgangjeondo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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