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소설업계는 불법유통과의 전쟁 중

2022. 10. 26. 19:55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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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업계가 불법유통과의 전면전에 나섰다. 상대는 국내 최대 규모의 웹소설 불법유통 사이트인 북토끼다


요즘 콘텐츠업계의 최대 화두라면 단연 ‘스토리 IP 선점’일 것이다. 근래 좀 인기 있다 싶은 드라마를 대강만 골라도 웹툰 또는 웹소설 원작이 아닌 작품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다. 특히 최근 들어 무서운 기세로 치고 올라온 시장이 바로 웹소설. 지난해 말 뜨거웠던 사극 대전을 평정한 <옷소매 붉은 끝동>과 올해 초 국제적인 정주행 열풍을 일으킨 <사내맞선>을 비롯해 <어게인 마이 라이프> <키스 식스 센스> <미남당> 그리고 이제 막 방영을 시작한 <법대로 사랑하라>까지 모두 웹소설을 원작으로 한 드라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2013년 100억원대에 불과했던 웹소설 시장 규모는 지난해 기준 6000억원대에 이른다. 얼마 전 네이버웹툰의 웹소설 공모전에 6500여 편의 작품이 몰리는가 하면, 한 달 매출만 16억원을 달성한 인기작도 속속 등장하는 중이다. 문제는 시장이 성장한 만큼 이를 이용한 저작권 범죄 역시 날로 고도화·지능화되고 있다는 사실. 지난 7월 초 등장해 고작 한 달 만에 국내 최대 규모의 웹소설 불법유통 사이트로 거듭난 ‘북토끼’가 그 대표 격이다. 최근 플랫폼 3사가 참여한 북토끼 고소 사건은 오늘날 업계의 불법유통이 얼마나 심각한 상황인지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7월 말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이하 ‘카카오’)가 북토끼 운영진을 형사 고소한 데 이어 8월에는 네이버웹툰과 리디까지 법정 대응에 참여한 것. 북토끼는 원작자와 플랫폼의 허가 없이 수천 편의 웹소설을 무단 게시하고 광고 수익금을 취득해 저작권법을 위반한 혐의를 받고 있다.
 
사실 국내 스토리 플랫폼 업계가 불법 토끼들의 만행에 시달린 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 시작점으로 꼽히는 것이 2016년 등장한 ‘밤토끼’인데, 웹툰을 불법 복제·공유해 접속자를 모으고 음란 사이트나 불법 도박 사이트 광고를 수주하는 방식으로 막대한 수익을 챙겼다. 국내 웹툰업계에 끼친 피해액만 수천억원에 달한 데다 2018년 운영진이 구속된 이후 ‘뉴토끼’ ‘마나토끼’ ‘늑대닷컴’ 등 비슷한 유의 모방 사이트를 대거 양산시킨 주범이기도 하다. 최근 고소장을 받은 북토끼는 밤토끼를 계승한 뉴토끼의 자매 사이트로, 조직적인 대규모 불법유통이 웹툰에 이어 웹소설 시장까지 손을 뻗쳤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업계는 뉴토끼와 북토끼의 운영자가 동일하다고 판단 중인데 “단 하나의 사이트에서 이러한 수치가 나왔다는 점을 미루어볼 때 국내외 모든 불법 사이트를 합한다면 잠재 피해액은 감히 상상하기도 힘든 규모일 것”이라는 게 관계자들의 추측이다.
 
당연히 플랫폼들도 손 놓고 구경만 할 순 없는 상황. 지난해 네이버웹툰, 리디 등과 함께 웹툰불법유통대응협의체 구성을 주도했던 카카오의 경우, 업계 최초의 글로벌불법유통대응TF까지 꾸리며 적극적인 대처에 나섰다. 이호준 법무실장 겸 글로벌불법유통대응TF장은 “기술적 조치를 통한 검색 결과 차단 개수만 해도 2020년 230만 건, 2021년 430만 건에 육박했다”며 “그럼에도 적발하기 어려운 폐쇄형 커뮤니티가 국내외에서 성행해 전문 인력으로 이루어진 TF를 구성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들은 국가별 모니터링 및 언어권 커뮤니티별 신고 조치를 진행해왔는데, 불법 게시물을 발견하면 삭제와 함께 검색엔진을 통한 접속을 차단하는 것이 기본적인 조치. 이 밖에도 불법 근절 캠페인을 진행하거나 국가별 SNS 채널에 불법유통 근절 밈을 게시하는 등 저작권 인식 개선을 위해 다양한 활동을 펼쳐왔다. 물론 다른 플랫폼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네이버웹툰은 자체 개발한 AI 기술로 최초의 불법 유출자를 식별해 차단하는 중이며, 리디 역시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추적, 차단 요청 등을 통해 방지 시스템 구축에 힘쓰고 있다.
 
그렇다면 이런 다방면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불법유통이 근절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호준 TF장은 우선 “제도적 한계”를 꼬집었다. “일반적으로 불법 사이트는 법적 테두리 밖에서 활동합니다. 무경계로 불법 업로드를 하는 사람들과 합법의 테두리 안에서 싸우는 건 매우 힘든 일이죠. 보통 불법 사이트를 발견하면 저작권 확인 후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심의 의결에 의해 사이트를 차단하는데, 해당 심의는 사람이 일일이 확인해야 하기 때문에 발견 즉시 차단이 불가합니다. 또 인터넷이라는 초국가적 망을 통한 유통이다 보니 행정력이 미치지 않는 해외의 경우 어려움이 크고요.” 실제로 웹툰이나 웹소설은 콘텐츠 특성상 스크린샷만 공유하면 곧바로 불법유통이 이루어진다. 법적 대응이 까다로운 데 반해, 범죄가 이뤄지는 과정은 너무나도 손쉽다는 이야기다. 대개 서버가 해외에 있어 국제 공조 수사도 필수적이다.
 
업계에서 한층 강력한 제도와 정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하는 건 이 때문. 인터넷상에서 이뤄지는 저작권 범죄의 특성상 소비자들의 인식이 타 범죄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다는 점도 외면할 수 없는 문제다. 이호준 TF장은 “웹툰 및 웹소설이 그 어떤 콘텐츠보다 초독의 가치가 사수돼야 하는 콘텐츠”라는 점을 강조했다. “작품을 읽을 때 회차 하나하나가 작가들의 열정과 진심 어린 고뇌의 산물이라는 점을 인지하고 적법한 방법으로 콘텐츠를 이용해주셨으면 좋겠다”고 전하기도 했다. 그의 말처럼 작품의 가치란 결국 작가와 독자들이 함께 만들어가는 것. 우리가 좋은 작품을 지속적으로 즐기기 위해선 어떤 선순환 구조가 필요한지, 올바른 저작권 인식이 K-콘텐츠의 미래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칠지, 지속 가능한 콘텐츠 소비문화에 대해 한번쯤 깊이 고민해봐야 할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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