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2. 21. 13:12ㆍ문화
▲ 영화 <피터 본 칸트> ⓒ (주)드림팩트엔터테인먼트
성공한 영화감독 '피터 본 칸트'(드니 메노셰)는 어시스턴트 '칼'(스테판 크레퐁)과 동거하던 사이. 어느 날, 오랜 기간 감독의 뮤즈였던 배우 '시도니'(이자벨 아자니)의 소개로 23세 청년 '아미르'(카릴 벤 가르비아)를 만난다. 연인과 이별해 생긴 상실감으로 고통받던 '피터'는 '아미르'에게 반하고, '아미르'에게 영화계 스타가 될 수 있다는 꾐으로 사랑을 고백한다. 2022년 제72회 베를린 영화제 개막작(경쟁 부문)이자, 국내에서는 제27회 부산국제영화제 '아이콘' 섹션을 통해 첫선을 보인 <피터 본 칸트>는 프랑소와 오종 감독의 신작이다.
현대 프랑스 영화계의 대표적인 영화감독 중 한 명인 프랑소와 오종은, 독일의 거장 라이너 베르너 파스빈더의 영향을 받아 기발한 상상력과 파격적인 성 묘사를 특징으로 한다. 프랑소아 오종 감독은 "학생 때부터 파스빈더는 나에게 영화의 큰형과 같은 존재였다"라고 언급했다. <피터 본 칸트>는 라이너 베르너 파스빈더의 영화 <페트라 폰 칸트의 쓰디쓴 눈물>(1972년)을 바탕으로 한 것이었다. 이 작품은 여성들만 캐스팅해 동성애를 묘사하면서, 개봉 당시 이슈가 된 바 있다.
시대의 유행을 리드하는 디자이너 '페트라'(마르기트 카르스텐센)와 패션모델을 꿈꾸는 젊은 여성 '카린'(한나 쉬굴라)이 격렬한 사랑에 빠지는 광적이고도 절망적인 관계를, 프랑소아 오종 감독은 <피터 본 칸트>에서 주인공들의 '성'을 남성으로 바꿔 그만의 방식으로 재해석한다. 특히, 영화의 주인공 '피터 본 칸트'는 라이너 베르너 파스빈더 감독의 페르소나로, 외향적으로도 그와 비슷한 배우 드니 메노셰를 캐스팅했다. 배우 드니 메노셰의 넓적한 얼굴, 기름진 듯 이마에 딱 들러붙은 머리, 멋대로 자란 수염 사이로 삐죽 삐져나온 반쯤 타버린 담배, 그리고 슬픈 듯 광기 어린 눈빛은 파스빈더를 연상케 한다.
여기에, 프랑소아 오종 감독은 <피터 본 칸트>의 시대적 배경 또한 파스빈더의 <페트라 본 칸트의 쓰디쓴 눈물>이 개봉한 1972년으로 설정했고(원작은 독일 브레멘을 배경으로 한다), 파스빈더의 오랜 뮤즈이자 <페트라 본 칸트의 쓰디쓴 눈물>에서 '카린'을 연기한 배우 한나 쉬굴라를 '피터 본 칸트'의 모친 역으로 캐스팅하며 오마주를 더한다. 원작처럼 주인공의 집을 무대로 연극처럼 전개되는 <피터 본 칸트>는 주인공이 '생식 없는 사랑'을 갈구하면서 벌어지는 몰락을 깊이 있게 담아냈다. 성숙한 사랑을 위해서라면, '성역할'의 구분 혹은 '큰 나이 차'와 무관하게 '지켜야 할 것'이 있음을 보여주는 위트도 느껴진다.
그렇게 <피터 본 칸트>는 자신의 "큰 형" 같은 존재라고 표현을 아끼지 않은, 라이너 베르너 파스빈더 감독을 향한 프랑소와 오종 감독의 사랑을 간절히 그려낸 영화가 됐다. 최근 <썸머 85>(2020년), <다 잘된 거야>(2021년) 같은 작품을 통해 죽음에 대한 시선을 탐구한 프랑소와 오종 감독의 변화에 주목하면 흥미로운 관람이 될 수 있을 것이다.
by 알지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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