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2. 21. 13:10ㆍ문화
▲ 영화 <카메라를 멈추면 안돼! 프랑스에서도> ⓒ (주)까멜리아이엔티
'3D 영화'의 시대가 도래한 2010년대 초반, 느닷없이 출연한 무성영화 한 편이 평단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깔끔한 각본과 세련된 연출로 21세기형 무성영화를 만들고 싶다던 미셀 하자나비시우스 감독의 <아티스트>(2011년)가 그 주인공.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감독상 등 5개 부문을 받은 <아티스트>로 거장의 대열에 올라선 미셀 하자나비시우스가 차기작 프로젝트로 일본 저예산 독립영화를 리메이크한다는 소식은 영화인들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원하기만 하면 블록버스터 프로젝트도 진행할 수 있었을 감독이 갑자기 일본 저예산 좀비 영화를 선택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좀비 영화를 찍는 현장에서 벌어지는 소동을 담은 <카메라를 멈추면 안 돼!>(2017년)는 총, 제작비 3,000만 원의 저예산으로 만들어진 작품으로, 일본 최초 개봉 당시 단 2개 관에서 상영된 바 있다. 이후 관객의 입소문을 타고 전국 350여 개 관으로 확대 개봉했는데, 3,000억 원의 극장 매출을 기록하면서, 제작비 1,000배 이상의 흥행을 기록한 일본 박스오피스 역주행의 신화로도 불리기도 했다. 특히 작품은 조악한 소품과 허름한 세트장, 무명 배우들의 어설픈 연기, 그리고 좀비 촬영장에 진짜 좀비가 나타난다는 신선한 스토리가 조화를 이루며 독특한 코미디로 관객의 사랑을 받았다.
2022년 칸영화제 비경쟁부문 초청작, <카메라를 멈추면 안돼! 프랑스에서도>는 무명 배우를 캐스팅한 원작과 달리, 프랑스 최고의 배우들과 스태프가 작업했다. 주인공인 감독 '레미' 역에는, 프랑스에서 작품성 있는 영화와 오락 영화 사이를 오가며 활발한 연기 활동을 펼치고 있는 로망 뒤리스가 맡았다. 여기에 감독의 아내이자, 뮤즈로 <아티스트>에서 세자르영화제 여우주연상, <아무도 머물지 않았다>(2013년)로 칸영화제 여우주연상을 받은 베레니스 베조가 작품에 출연하는 배우 '리디아'를 연기한다. 심지어 음악 감독으로는 아카데미 음악상만 두 번 받은 알렉상드르 데스플라가 담당하기도 했다.
미셀 하자나비시우스 감독은 할리우드 매체 '인디와이어'와의 인터뷰에서 "처음 원작을 봤을 때, 콘셉트와 구조가 너무 화려했다"라고 원작에 대한 첫 감상평을 남겼다. 원작을 본 그는 리메이크 판권을 획득한 배급사 '와일드 번치'의 수장이자, 프로듀서인 빈센트 마라발에게 전화를 걸어 영화를 연출하겠다고 말했다. 감독은 "원작은 진정으로 영화를 만드는 사람들이 하루를 어떻게 보내는지 조명한다"라면서, "시간은 흘러가고, 예술가만의 진실성을 유지하고 싶지만, 처리해야 할 구체적인 일들이 있었다. 그것은 나에게도 매우 현실적이다"라고 언급했다.
이어 미셀 하자나비시우스 감독은 "사실 걱정됐다"라면서, "원작은 신인 감독(우에다 신이치로)이 만든 컬트 영화였다. 그는 아주 작은 예산과 매우 짧은 촬영 시간으로 기적을 만들었다"라고 찬사를 보냈다. 그는 "어떤 사람들은 두 영화를 비교할 것"이라면서, "하지만 나는 원작 감독을 존중하고, 그도 우리를 정말 좋아했다"라고 답했다. 그렇게 리메이크 작품도, 30여 분 동안 진행되는 '생중계'를 나흘 동안 여러 차례의 촬영을 거쳐 만들게 됐다. 감독은 "비록 우리가 '형편없어 보이는' 영화를 만들었다고 생각하겠지만, 우리는 올바른 방식으로 촬영했다. 나의 자아를 위해서였는데, 정말로 이상한 경험이었다"라고 전했다.
한편, 주인공 '레미'를 연기한 로망 뒤리스는 "영화 속 감독은 멋있거나, 재밌는 사람은 아니지만, 악마같이 열정적인 사람"이라면서, "이번 촬영을 통해 미셀이 뛰어난 감독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라고 밝혔다. 그는 "미셀은 구체적으로 작은 것까지 설명해준다"라면서, "단순히 원작을 똑같이 만든 게 아니었다. 이 영화는 영화를 만들 때 발생하는 많은 문제를 보여주면서, 순수한 행복을 느끼게 해준다. 일관성 있고 대단한 영화"라고 언급했다.
by 알지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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