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월 전시회추천) 미술관의 혁명가들, 이 전시만큼은 꼭 챙겨볼 것

2023. 2. 19. 22:48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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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가’라고 하면 세상에 큰 변화를 일으키는 사람이 떠오르지만 혁명가들은 미술관에도 있습니다. 세상의 문법에 갇히지 않고 자신만의 정의를 새롭게 쓰는, 미술관의 혁명가들을 소개합니다.

 

01. 에르빈 부름 개인전
< 나만 없어 조각 >

‘조각’하면 어떤 것들이 떠오르나요? 보통은 무언가를 깎아서 만든 형상들이 떠오를 텐데요. 오스트리아의 조각가 에르빈 부름은 무엇이 조각이고, 어디까지가 조각인지를 궁금해 했습니다. 이번 전시에서는 조각에 대한 전방위적 탐구에 나선, 에르빈 부름만의 정의를 엿볼 수 있습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는 모든 것이 조각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사진도 조각이고, 그림도 조각이며 하물며 전시를 보는 관람객도 조각이라고요. 그렇다면 인간이 어떻게 조각이 되는지에 대한 물음에 에브린 부름은 흥미로운 답을 내놓습니다. 인간이 살이 찌고 빠지는 과정이야말로 직접 겪을 수 있는 조각적 경험이라는 겁니다. 그리고 이를 증명하기라도 하듯, 에르빈 부름은 작품을 통해 본인의 몸을 조각합니다. ‘8일 만에 L사이즈에서 XXL사이즈 되는 법’이라는 책자형 작품에는 ‘점심 먹고 낮잠 자기’, ‘핫초코 1ℓ 마시기’ 등 조각을 완성하기 위한 행동 강령이 적혀 있습니다.

또 이 전시에서는 작품을 직접 만지며 조각의 일부가 되는 체험도 할 수 있습니다. 전시를 보고 나면, 어렵게 느껴졌던 조각에 대해 마음의 거리를 한 뼘 좁힐 수 있을 거예요.

INFORMATION

기간2022.12.7~2023.3.18

장소수원시립아이파크미술관

 

02. 키키 스미스 개인전
< 자유낙하 >

몸을 특별하게 바라본 작가가 한 명 더 있습니다. 미국의 키키 스미스인데요. 그는 몸에 대해 ‘우리 모두가 공유하는 형태이자, 각자의 경험을 담을 수 있는 그릇’이라고 정의합니다. 그리고 그는 본인의 몸을 피사체로 과감히 내던졌는데요. 신체를 왜곡해 공포스러운 이미지를 연출하거나, 머리카락을 복사기로 인쇄하기도 하고, 나체를 적외선 필름으로 촬영한 뒤 동판에 새기기도 합니다. 이런 작품은 우리 모두가 가지고 있는 몸이라는 객체의 생명력을 자각하게 합니다.

[키키 스미스, 지하, 면 자카드 타피스트리, 293.4 x 190.5, 2012]

이 밖에도 전시는 설화, 신화, 종교 등을 작가만의 시각으로 재탄생시킨 140여 작품을 소개합니다. 조각, 판화, 태피스트리 등 다양한 장르를 아우르지만 저마다 생동하는 에너지를 분출한다는 데에는 차이가 없습니다. 특히 늑대의 배를 가르고 당당하게 걸어 나오는 여성을 조각한 <황홀>은 앞을 떠나기 어려운 강렬한 인상을 남깁니다.

INFORMATION

기간2022.12.15~2023.3.12장소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본관

03. 최우람 개인전
< MMCA 현대차 시리즈 2022: 최우람 – 작은 방주 >

 

드라마를 볼 때, 일상을 견뎌내는 인물들이 꼭 내 모습 같아 재미있게 보다가도 가볍게 웃어 넘기기가 힘들 때가 있죠. 최우람 작가의 <작은 방주>는 이와 비슷한 감정을 느끼게 합니다.

열여덟 명의 사람이 4.5m의 무거운 원탁을 짊어진 <원탁>이라는 작품이 특히 그렇습니다. 원탁 위의 공이 바닥에 떨어지지 않으려면 원탁의 기울기를 끊임 없이 바꿔줘야 하는데요. 이를 위해 짚으로 만든 사람들은 쭈그렸다 일어나는 동작을 끊임없이 반복합니다. 어깨와 머리로 원탁을 받치느라 공을 바라볼 새도 없습니다. 관성적인 노동을 끊어낼 길 없는 우리의 일상처럼, 목적 없는 노동만이 남습니다.

최우람 작가는 1990년대부터 정교한 설계를 바탕으로 ‘기계 생명체’를 만들어 자신만의 세계관을 창조했습니다. 이를 통해 인간의 욕망이나 경쟁 사회에 대한 비판적인 질문을 던지는데요. 설치, 조각, 영상 등 총 49점을 선보이는 이번 전시에는 움직이는 작품이 많습니다. 특히 전시실을 거대한 배 한 척으로 채운 <작은 방주>는 놓치지 마세요. 앰비언트 사운드와 함께 좌우로 도열한 35쌍의 노가 일제히 군무를 시작하고, 흑백의 물결이 출렁이는 퍼포먼스를 보는 순간 단숨에 압도될 거예요.

INFORMATION

기간2022.9.9~2023.2.26

장소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04. 박민준 개인전
< X >

세계관 탐험을 즐긴다면 이 전시는 꼭 놓치지 마세요. <라포르 서커스>와 <두 개의 깃발>을 집필한 박민준 작가는 소설의 등장인물과 사건을 다양한 매체로 구현하고 있습니다. 소설은 천재 곡예사인 형 라포와 평범한 동생 라푸를 중심으로 일어나는 라포르 서커스 단원들의 이야기인데, 이번 전시는 글로 묘사된 등장인물과 그들의 비밀스러운 사연을 화려한 색감으로 되살려 냈습니다.

 

[박민준, Tower of eternity, Gold leaf, oil on canvas, 220 x 145cm, 2021]

작품엔 거대한 동물, 요정 등 초현실적인 요소가 가득하지만, 섬세한 이미지 덕분에 어딘가 존재할 것만 같은 현실감을 느낄 수 있어요. 덕분에 갤러리를 한 바퀴 돌고 나면, 이 세계의 서커스장 한 가운데에 있는 듯한 착각이 들지도 몰라요.

INFORMATION

기간2022.12.21~2023.2.5

장소갤러리 현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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