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리뷰) 리멤버 : 친일파 청산하려는 노인, 청년도 함께했다

2023. 2. 18. 13:03문화

728x90
반응형
728x170

▲ 영화 <리멤버> ⓒ (주)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 영화 <리멤버>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필주'(이성민)는 은퇴 후 10년 넘게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일하는 최고령 아르바이트생이다. 같이 일하는 동료로는 20대 아르바이트생 '인규'(남주혁)가 있었다. '인규'가 곤란해하는 상황에서 도움을 주던 '필주'에게는 숨겨온 비밀이 있었다. 아내가 세상을 떠난 후, 뇌종양 알츠하이머병을 앓고 있는 탓에 남은 시간이 별로 없다고 느껴진 '필주'는 60여 년 전 일제강점기에 가족을 죽게 만든 친일파들을 찾아 평생 계획해온 복수를 시작한다. 문제는 '필주'가 일주일만 운전을 도와주면 비용을 넉넉히 주겠다고 '인규'를 이 일에 끌어들이게 한 것. '필주'의 복수 현장에 증거가 엮이는 바람에, '인규' 역시 그의 복수에 휘말리고 만다.



<리멤버>는 검사와 사기꾼이라는 공존 불가의 두 인물이 버디 호흡을 보여주면서 사건을 해결했고, 강동원이 이른바 '붐바스틱' 댄스 밈까지 만들어냈던 970만 관객 동원 영화, <검사외전>(2016년)을 연출한 이일형 감독의 신작이다. <리멤버>는 일제의 부역자였던 친일파들을 제거한다는 소재를, 어쩌면 요즘 시대에서 공존할 수 없다고 여겨지는 세대의 버디 액션을 바탕으로 제작한 작품이다. 영화의 원작은 <리멤버: 기억의 살인자>(2015년)로, 치매가 오기 시작한 '거트만'(크리스토퍼 플러머)이 가족을 죽인 아우슈비츠의 나치 잔당을 찾아내 원수를 갚기 위한 여정에 나서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이일형 감독은 '한필주'라는 개인의 삶을 통해서 국가나 민족이라는 거시적인 틀을 벗어나, 역사 교과서에 기록된 당시의 사건이 아닌, 현재의 시점과 연결된 포인트를 통해 일제강점기라는 시대를 그려보고 싶었다고 진술했다. 원작에는 없는 '인규'가 등장한 이유이기도 한데, '필주'의 복수에 아무것도 모른 채 동행하게 되는 20대 청년 '인규'의 시선과 생각은, 현시점에서 과거의 사건들을 바라보는 창구의 역할을 해준다. '필주'와 '인규'의 여정이 일제강점기를 머나먼 시간이 아니라, 현재의 우리 삶에 연결된 시간으로 생각해 볼 계기를 제공하고자 한 것. 당연히 '상업영화'이기 때문에, '필주'의 여정은 감정적으로 그려진다.



이성민, 남주혁의 캐스팅이 결정됐다는 보도가 나오기 시작한 시기는 2019년 9월이었고, 한일 양국의 경제가 급격히 악화한 때이기도 했다. 특히 'NO 재팬'의 영향이 가득한 가운데 기획이 된 만큼, 영화의 톤은 당연히 뜨거울 수밖에 없었다.(촬영은 2020년 상반기에 진행됐으나, 팬데믹 여파로 인해 개봉 시기가 늦어지게 됐다) '필주'의 가족은 다양한 형태로 일제의 착취 대상이 된 채 세상을 떠나야만 했고, 그 당시 일제에 부역했던 이들은 현재에도 떵떵거리며 살아가고 있었다. 대기업의 총수가 된 '정백진'(송영창), 일제의 통치는 정당했다는 이론을 설파하는 학자 '양성익'(문창길) 등은 그의 제거 대상이 된다.

그뿐이겠는가? '필주'의 메인 타깃은 육군참모총장까지 지낸 '김치덕' 장군(박근형)으로, 하필이면 그를 제거해야 하는 장소는 '독립기념관'이었다. '필주'가 죽여야 했던 인물은, 매스컴을 접한 이들이라면 대충 누군지 감이 올 수도 있는 인물들이기에, 영화는 그 현실성을 높이려 한다. 친일 잔재의 청산을 사적 복수로 행하는 것이 옳은가에 대한 의문, 그렇게 한 노인이 여러 명을 죽이는 과정에서 경찰이 허술한 수사 및 대응을 하는 것이 개연성을 잃고 말았다 등의 불안감이 곳곳에서 밀려오지만, 영화는 상업영화의 리듬감을 잃지 않고 착실히 움직인다.



<리멤버>의 가치는 결국 영화의 제목처럼, 당사자가 '기억'을 잃어버리는 현상이 벌어지더라도, 후세는 그 '기억'을 간직하고 있어야 하는 것으로 살펴볼 수 있겠다. 그 와중에 각각 대표 공포 영화 프랜차이즈 캐릭터인 '프레디'와 '제이슨'으로 불리는 두 노인과 청년이 세대를 뛰어넘는 우정을 보여준다는 내용은, 갈수록 격차가 심해지는 세대 갈등에 대한 하나의 해결책처럼 느껴진다.

 

by 알지미디어

728x90
반응형
그리드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