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리뷰) 탑건: 매버릭 , 2022년 첫 '10억 달러' 돌파 영화가 나왔다

2023. 2. 18. 01:43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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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탑건: 매버릭> ⓒ 롯데엔터테인먼트

콜네임 '매버릭'(톰 크루즈)으로 불리는 '피트 미첼'은 1980년대 냉전 후기에 미그기 3기를 격추했으며, 두 차례의 이라크 전쟁 등 다수의 참전 경험도 있기에 훈장도 여럿 받았으나, 36년의 세월이 흐르도록 여전히 '대령'이었다. 친구인 '아이스맨'(발 킬머)은 별이 네 개인 태평양 함대 사령관까지 지낸 제독이었으며, 그 나이에 아무리 못해도 별은 하나쯤은 달거나, 상원의원 정도는 하고 있어야 할 나이였지만, 그가 여전히 대령인 이유는 오직 '전투기를 조종하기 위해서'였다. 테스트 비행 조종사로 살던 '매버릭'은 무단 출격 등의 지시 불이행으로 불명예 전역 위기에 처하고 만다.

다행히 '아이스맨'의 '도움'으로, 그는 우수한 해군 파일럿을 위한 훈련 학교 '탑건'으로의 복귀 명령이 떨어진다. 적국의 우라늄 농축 시설을 파괴한다는, 불가능해 보이는 작전을 위해서 훈련생들을 선별할 교관으로 발탁된 것. 자신의 모든 것이 시작된 '탑건'으로 복귀한 '매버릭'은 작전 수행을 위해서 훈련생 개개인의 역량을 최대치로 끌어올림과 동시에 작전에서 '살아 돌아올 수 있는' 팀워크를 가르쳐야만 했다. 한편, 훈련생 중에는 '매버릭'의 윙맨이었으나 세상을 떠난 '구스'(안소니 에드워즈)의 아들 '브래들리 브래드쇼', 콜사인 '루스터'가 있었다.



'루스터'는 자신을 가르칠 교관이 '매버릭'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그와 얽힌 과거로 훈련에 집중하지 못한다. '구스'가 세상을 떠난 이유가 '매버릭' 때문이라고 굳게 믿고 있었던 것. 그사이 '매버릭'은 과거 연인이었던(<탑건>(1986년)에선 해군 제독의 딸로, 대사에 언급만 됐었다) '페니 벤자민'을 만난다. '탑건'이 있는 지역에서 바를 운영하던 '페니'는 '매버릭'이 뜻대로 되지 않는 훈련 프로그램으로 인해 좌절에 빠지자, 옆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의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 그러던 중 실전 일정이 단축되면서, '매버릭'은 직접 작전에 투입되어 함께 작전에 나설 인원을 뽑게 되는 상황에 부닥친다.

<탑건>은 1980년대 중반 미국 문화의 대표 상징이나 다름없는 작품이었다. 아카데미 주제가상 수상곡인 벌린의 'Take My Breath Away'나, 이번에도 오프닝 시퀀스에 등장한 케니 로긴스의 'Danger Zone' 등 명곡들을 남겼으며, 톰 크루즈라는 배우를 전 세계에 알린 작품이 됐다. 게다가 당시 배우 출신의 레이건 대통령 정부가 취할 수 있는 최고의 프로파간다이기도 했다.(자원 입대도 증가했다고) 미군의 전폭적인 지원 아래에 이뤄지는 액션을 통해서, 좌충우돌 '마초' 주인공이 성장하고, 영웅이 된다는 내용은 비슷한 시기 나온 대표 반전주의 영화 <플래툰>(1986년), <풀 메탈 자켓>(1987년)과 분명 차이가 있었다.



훗날 톰 크루즈도 반전주의 영화 <7월 4일생>(1989년)의 홍보를 위해 '플레이보이'와 진행한 인터뷰에서, "어떤 이들은 <탑건>이 해군을 홍보하기 위한 우익 영화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많은 아이가 좋아하는데, 나는 아이들이 전쟁이 그런 것이 아니라는 걸 알았으면 한다. <탑건>은 놀이공원의 놀이기구에 불과하고, 현실로는 다가오지 말았어야 하는, 'PG-13' 등급을 받은 재미있는 영화일 뿐"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그러면서 톰 크루즈는 자신이 <탑건>의 2편, 3편, 4편, 5편을 만들지 않은 이유가 바로 그 때문이라면서, 이는 '무책임한 짓'이라고 덧붙였다. 그사이 할리우드는 몇몇 아류작들을 내놓기도 했다.

1990년대 중반부터 톰 크루즈는 '매버릭' 대신, '이단 헌트'가 되어 세계를 수호하는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에 전념했고, <탑건>의 속편 이야기는 2010년이 되어서야 흘러나왔다. 파라마운트가 제리 브룩하이머 제작자와 1편의 감독 토니 스콧에게 속편을 만들자고 제안하면서 영화 개발이 시작된 것. 토니 스콧 감독은 현대 공중전에서 '도그 파이팅'의 종말과 '드론'의 역할 등에 포커스를 두고, '리메이크'가 아닌 '새로운 영화'를 만들기를 원했다. 다만, 2012년 토니 스콧 감독이 세상을 떠나면서, 프로젝트는 잠시 잊힌 존재가 되고 말았다.



2017년 6월이 되어서, 제작자의 위치에 선 톰 크루즈는 <탑건>의 속편 제목에는 '숫자'가 필요하지 않다면서, "'매버릭'을 위한 진전"이 될 것이라며 부활을 알렸다. 그해 7월, 톰 크루즈의 출연작인 <오블리비언>(2013년)을 연출한 조셉 코신스키가 감독으로 발표됐고, <탑건: 매버릭>은 본격적인 날갯짓을 펼치게 됐다. 2018년과 2019년 'IMAX 인증 카메라'로 촬영을 진행하면서, 2020년 개봉을 목표로 제작됐지만, '코로나19' 변수로 인해서 개봉은 무기한 연기되고 만다. 그사이 파라마운트 측에서는 자사 OTT '파라마운트+'로 동시 개봉할 것을 톰 크루즈에게 제안했으나, 톰 크루즈는 거절했다고.

그 결과 <탑건: 매버릭>은 2022년 첫 번째 전 세계 10억 달러 돌파 영화로 기록됐으며, '파라마운트'는 영화 덕분에 2022년 북미 극장 배급 점유율 1위를 기록 중이다. 톰 크루즈의 혜안이 그야말로 빛났지만, 사실 <탑건: 매버릭>이 이번 여름 할리우드 박스오피스의 승자가 될 것이라 예상한 이들은 그렇게 많지 않았다. 아무리 새로운 시대의 <탑건>이라고는 하지만, 분명 1편과 비슷한 전개 흐름이 반복될 것이라는 걱정도 있었고, 미군의 후원이 또다시 이뤄졌다는 점에서 분명 또 다른 신냉전 시대의 프로파간다가 될 것이라는 예상도 없지 않았기 때문. 특히 중국의 텐센트가 투자에서 손을 뗐다는 점 역시 한몫했다.



하지만 <탑건: 매버릭>은 그런 우려를 보기 좋게 날렸다. (심지어 중국 자본이나 개봉이 이뤄지지 않아도, 할리우드 영화가 10억 달러는 넘을 수 있다는 사례가 됐다) 톰 크루즈는 조셉 코신스키 감독에게 두 가지 방향성을 제시했다. 하나는 이야기가 굉장히 감동적이어야 하고, 두 번째는 실제 촬영이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었다. 단연 <탑건: 매버릭>은 VFX에 크게 의지하는 다른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를 경계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직접 태평양 함대를 찾은 톰 크루즈와 출연진은 체계적인 항공 훈련을 받았다. 그러면서 실제로 배우가 전투기에 탑승한 모습을 내부에 설치한 카메라로 촬영했다.

덕분에 중력에 의해 톰 크루즈를 포함한 배우들의 얼굴이 일그러지는 모습은 CG로는 할 수 없는, 날 것 그 자체였다. 배우의 모습 덕분에 관객 역시 실제로 전투기에 탑승한 것 같은 느낌을 제공받았다. '4D 관람'이 아닌 이상, 극장에서 영화로 관객이 느낄 수 있는 건 시각과 청각이 전부이지만, <탑건: 매버릭>은 여기에 공간 감각까지 장착한 셈이 된 것. 그린 스크린으로 둘러싸인 공간에서 배우의 모습이 촬영되는 여타 블록버스터에선 받을 수 없는 충격이었다.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시각과 청각을 자극하는 화면과 사운드 역시 <탑건: 매버릭>의 강점이다.)



또한, <탑건: 매버릭>은 매우 뻔한 이야기임에도 감동적이다. 예를 들어, 클라이맥스 전투는 마치 <스타워즈>(1977년)의 '야빈 전투'를 떠올리게 한다. 몇 기의 전투기가 말도 안 되게 작은 표적 안으로 미사일을 날려야 했고, 작전에 나선 이들에게는 '포스'와 같은 초능력이 느껴졌다. "전투기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조종사가 중요한 것"이라는 '매버릭'의 대사도 비슷한 맥락에서 작동된다. 특히 '매버릭'과 '루스터'와의 관계는 마치 '오비완'과 '루크'의 관계처럼 느껴지기까지 했다. '구스'라는 존재로 인해서 두 사람이 느끼는 갈등이나, 이를 극복하는 과정이 유사점으로 보였다.

하지만 뻔한 이야기를 <탑건: 매버릭>은 에둘러 돌리지 않고, 직설적으로 접근한다. 이는 <탑건>을 즐겼던 30년 전의 청춘 세대나, 현재의 청춘 세대 모두에게 적용되는 '신화'와도 가깝다. '매버릭'이 36년이 넘은 세월에도 여전히 현역으로 전투기를 몰지만, 동시에 미래 세대를 존중하는 모습은 톰 크루즈가 진정 할리우드에 바라는 메시지처럼 느껴졌다. 이미 최고의 자리에 있는 스타이지만, 이에 안주하지 않는 프로페셔널한 모습도 현재 관객들이 톰 크루즈를 '추앙'하는 이유인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탑건: 매버릭>은 극장에서 오프닝부터 다리를 저리게 만드는, 엔딩 때는 경의의 박수가 절로 나오는 영화가 됐다.

 

by 알지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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