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5. 15. 20:08ㆍ문화

▲ 영화 <토리와 로키타> ⓒ 영화사 진진
'로키타'(졸리 음분두)는 난민 지위 심사에 합격해 체류증을 받아 정식으로 취직하고, 미성년자 난민 보호 센터에서 만난 동생 '토리'(파블로 실스)를 학교에 계속 보내고 싶어 한다. 하지만 인터뷰에서 실수를 하면서 끝내 체류증을 받지 못하고 좌절한 '로키타'는, 위조 서류를 만들 돈을 구하기 위해 불법의 일(마약 배달용 원료 재배)을 택하면서, 잠시 '토리'와 헤어진다. 지난해 75회 칸영화제에서 경쟁 부문에 진출해 '75주년 특별기념상'을 받은 <토리와 로키타>는 거장 형제, 장 피에르 다르덴, 뤽 다르덴 감독의 신작이다. 다르덴 형제는 늘 사회 문제를 탐구하면서, 핸드헬드, 롱테이크 촬영 스타일과 비전문 배우 기용을 통해 현실감을 더한 '허구의 이야기'를 창조해 냈다.
최신 작품인 <소년 아메드>(2019년) 같은 경우는 이슬람 극단주의에 빠져버린 소년의 신념과 그 신념을 뒤흔든 사건을 통해, 종교를 맹신하는 것이 한 사회의 구성원을 어떻게 변질시키는지를 보여준 작품이었다. 이번 <토리와 로키타>의 경우도 유럽 언론에서 나온 신문 기사를 재구성한 작품. 젊은 이민자들이 18세가 되면 유럽 국가 밖으로 추방당하기 때문에, 유럽의 젊은 난민들은 몸을 숨기면서 유럽에 남게 되고, 영화에 나온 것처럼 마약과 관련된 마피아의 쉬운 먹잇감이 된다는 내용의 기사를 읽은 형제는 '토리'와 '로키타'라는 두 난민 캐릭터를 만들었다.

<토리와 로키타>의 국내 시놉시스에는 "서로의 보호자가 되기로 결심한 이들의 아름다운 이야기"라는 표현이 있다. 상호보완적인 관계로 설정이 된 것인데, '로키타'는 몸이 다소 커 보이면서, 폭력에 노출되고, 남자들에게 성적으로 학대당하지만, '토리'는 호리호리하고 예민하며, 폭발적인 성격으로 활동적이다. 상대적으로 육중한 '로키타'가 넘어져서 매를 맞으면, '토리'가 '로키타'를 다시 얼어날 수 있게 해주는 것. 그래서 영화는 폭력이 난무하는 누아르 영화에서 범죄 소굴의 여성 캐릭터가 처한 상황을 연상케 하는데, '토리'는 어드벤처 영화의 주인공처럼 '로키타'가 빠져나갈 수 있도록 해결책을 준다.
물론, 영화는 마지막까지 '토리'가 어두운 터널 끝에 빛을 발견하고, 해결책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 여긴 관객의 기대를 차갑게 저버린다. 두 아이의 우정이 어떻게 장애물을 뛰어넘고 헤쳐가는지 보여주면서, 동시에 젊은 이민자들이 처한 상황이 어떤 것인지를 영화는 소름 끼치게 분출한다. 다르덴 형제는 이를 통해 "우리는 관객들이 이들의 운명에 슬픔을 느끼면서, 용인할 수 없는 부당한 현실에 저항하기를 바란다"라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최근 전주국제영화제의 개막작 상영을 위해 한국에 방문했을 때도, 다르덴 형제는 "한국 관객들이 한국에 도착하는 또 다른 '토리'와 '로키타' 같은 이주 아동들의 친구가 되어주길 바란다"라고 당부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토리와 로키타>는 롱테이크를 통해 '토리'와 '로키타'의 심리를 섬세하게 잡아낸다. 이를테면, 오프닝 장면에서 '로키타'는 정부 관계자로부터 난민 지위 심사를 받는데, 감독은 어딘가에 갇힌 한 인물이 거기에서 빠져나오기가 굉장히 어렵다는 것을 카메라의 시선으로 대신 전해준다. 어떤 질문에는 능숙하게, 어떤 질문에는 어설프게 답변하고, 무너지는 모습이 관객에게 오롯이 전달됐던 것. 참고로 작품에 출연한 '로키타' 역의 졸리 음분두는 이번 작품이 데뷔작으로, 오디션 당시 어머니와 통화하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상대와 전화하는 연기를 통해 캐스팅됐다고.('토리' 역의 파블로 실스 역시 이번 작품을 통해 스크린에 데뷔했다)
그렇게 <토리와 로키타>는 전작들보다 더욱더 서늘해진 다르덴 형제의 선택과 시선(물론,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한 여러 형태의 폭력 장면은 직접적인 노출을 자제한다)을 드러낸 작품이 됐다. 한편, 영화에는 종종 '로키타'가 '토리'에게 가르쳐준 아프리카 자장가가 나온다. 동물들 사이에서 반복되는 이야기를 노래하는 것인데, 더 큰 동물이 더 작은 동물을 때리고, 더 작은 동물을 때린 동물을 그보다 더 큰 동물이 때린다는 내용으로, "큰 동물이 다른 동물에게는 작은 동물이 된다"는 가사의 뜻은 의미심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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