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5. 17. 19:55ㆍ문화
▲ 영화 <롱디> ⓒ (주)NEW
5년 전, '이도하'(장동윤)는 홍대 길거리에서 버스킹을 하는 인디밴드 '연신굽신'의 보컬이자, 싱어송라이터 '김태인'(박유나)을 보고 한눈에 반한다. 팬으로 시작해 연인이 된 '도하'와 '태인'의 관계는, 5년이 지나 서른을 앞두고 갑자기 시작된 장거리 연애 때문에 위기를 겪는다. '태인'은 음악 작업을 핑계로 잠시 고향으로 내려왔고, 매일 자신에게 전화를 하는 '도하'가 그립지만, 한편으로는 부담감도 느낀다. 꿈과 현실 중 어느 것을 선택해야 할지 고민하는 사이, 화면 너머로만 만나는 연인에게 '태인'은 말 못 할 비밀이 조금씩 늘어난다. 한편, '도하'는 '태인'과 같이 살기 위해 몰래 프러포즈를 준비하지만, 문제가 찾아온다.
패션계에서 잘나가는 인플루언서로, 외제차 딜러가 된 '도하'의 VIP 고객이자 초등학교 동창 '제임스'(고건한)가 나타난 것. '제임스'는 성실한 '도하'에게 인간적인 호감을 느끼면서, 일이 잘되도록 밀어주려 하지만, 그의 연애 사정에는 관심이 없었다. 프러포즈를 앞둔 '도하'를 자신의 핼러윈 파티에 초대한 가운데, '제임스'는 걱정하지 말라면서 '도하'에게 술을 건넨다. 다음 날 아침, 파티장에서 깨어난 '도하'는 약속 장소에서 기다렸다 돌아간 '태인'의 실망이 담긴 메시지를 받았고, '레이디 카카'라는 유튜브 채널을 운영 중인 인플루언서 '가은'(이시우)이 인터넷에 '도하'의 취중 영상을 올리게 되면서, '태인'의 오해는 커지고 만다.
팬과 가수로 만나 인연이 된 5년 차 동갑 커플 '도하'와 '태인'이 장거리 연애를 시작하면서 벌어지는 오해를 담아낸 영화 <롱디>는 <서치> 시리즈의 제작사 바젤레브스와 젊은 남녀의 사랑을 담아낸 <연애 빠진 로맨스>(2021년)의 제작사 트웰브져니가 함께 한 작품이다. 훌륭한 킬러 영화, <원티드>(2008년)를 연출하면서 이름을 알린 티무르 베크맘베토브 감독은 '스크린라이프' 형식으로 대중을 인도한 선구자라 할 수 있겠다. '스크린라이프'는 디지털 기기의 화면으로만 영화를 구성하는 형식으로, 컴퓨터, 태블릿, 스마트폰 등의 스크린이 곧 영화 화면이기 때문에, 실제 촬영은 아이폰이나 고프로와 같은 디지털 기기로만 진행된다.
2015년, 티무르 베크맘베토프는 10대 주연 호러 작품, <언프렌디드: 친구삭제>의 제작을 맡으면서 100만 달러의 예산으로 전 세계 6,500만 달러의 수익을 올리는 기염을 토했다. 이 작품의 흥행 성공으로 고무된 그는 존 조 주연의 <서치>(2018년)로 전 세계적으로 7,500만 달러 이상의 수익을 올렸고, 올해엔 같은 세계관을 바탕으로 한 속편이 만들어지기까지 했다. 2020년, <원티드>의 배급사인 유니버설 픽쳐스는 티무르 베크맘베토프의 제작사와 함께 '스크린라이프' 형식으로 제작될 5개 작품에 대한 파트너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지금 소개할 <롱디>도 티무르 베크맘베토프 감독이 제작한 2018년 러시아 영화를 원작으로 한다.
물론, 러시아 영화를 원작으로 하지만, <롱디>는 커다란 사건(파티로 인해 망가져 버린 남녀 관계)만 옮겨져 진행됐다. 작품을 연출한 임재완 감독은 "프로포즈하기로 한 날 눈떴더니 어떤 사건으로 얽혀서 고군분투하는 내용이 재미있었다"라면서, 원작에 등장한 '미국식 화장실 유머 코드'를 없애고, 한국적인 로맨스 정서를 넣은 것. 티무르 베크맘베토프 감독도 "<서치>의 한국 흥행(295만)에서 알 수 있듯이, 한국 관객은 IT 기기의 활용도가 높고 새로운 것에 대한 수용성이 높아서 '스크린라이프' 형식을 가장 잘 받아들이고 선도할 수 있는 관객들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밝혔다.
'스크린라이프'가 스릴러와 호러 장르에서 잘 이용될 수 있기 때문에, 로맨스 장르에서 성공한다는 보장은 사실 없다. 그렇기 때문에, 국내 제작진은 '생일 파티'라는 의미가 담긴 원작의 설정은, 장거리 연애이기 때문에 '스크린'을 통해 서로를 만날 수밖에 없는 사이인 <롱디>로 제목을 변화해, '롱디 커플'이 느낄 수 있는 애로사항을 '스릴러'의 형태로 그려냈다. 이를 연기한 배우들의 모습도 인상적인데, 특히 장동윤은 진짜 유튜버처럼 보이기 위해 카메라와 유튜브를 공부하면서 배역에 빠져들었다. 그는 블루스크린에서 연기를 하기 위해서 모든 장면을 모두 머릿속에 넣고 시뮬레이션을 펼쳤다고. 박유나 역시 숨겨진 가창력을 유감없이 뽐내기도 했다.
물론, <롱디>는 인플루언서의 삶이나, 유튜브 라이브에 관심이 없는 관객이라면, 크게 공감하지 못할 소재로 전개된다. 게다가 <연애의 참견>에서나 볼 법한 사연이 '스크린라이프'라는 기술을 통해서 구현되기 때문에, 작품의 '내용 자체'는 싱거울 수도 있다. 최근 한국 로맨스 코미디 장르 영화들이 '극장'에서 실종된 이유가, '안방'에서도 좋은 퀄리티로 볼 수 있는 대체 작품들이 쏟아지고 있기 때문인 것을 떠올려 볼 때, '인상된 극장 가격 환경'에서 <롱디>는 쉽게 선택할 수 있는 작품은 아니다. 그래도 현재를 살아가는 청춘들의 고민과 사랑이 담긴 <롱디>는, 가볍게 즐길 수 있는 '데이트 영화'가 사라진 판국에서, 마냥 반가운 존재였다.
by 알지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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