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8. 26. 00:30ㆍ문화
반도의 격렬한 사계절을 살아내는 우리에게, 지중해는 동경해 마땅한 날씨 조건을 가진 곳이다. 유럽과 아시아, 아프리카가 서로 마주한 '땅 한 가운데의 바다', 지중해는 여름엔 건조한 바람이 땀을 씻어내 주고, 겨울엔 따뜻한 우기가 계속된다. 바람이 부는 차분한 가을 밤. 거실 불을 끄고 감자 칩을 서걱서걱 씹으며 지중해 스타일이 펼쳐지는 영화를 찾아 본다면, 바로 이 영화다.
01. @그리스 미기스티 섬
가브리엘 실바토레 감독의 <지중해>
"전투가 있을까요?."
"없길 바라자."
영화 마니아들이 '두 번은 봐야 한다'고 평하는 영화 중 하나. 삶과 도피라는 제법 무거운 주제가 2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펼쳐지지만, 주고 받는 대사에 깨알같은 재미가 그려진다. 그리스의 외딴 섬에 버려진 여덟 명의 이탈리아 해군들이 전쟁을 잊고 주민들과 어울려 밝은 지중해 햇빛 아래 뛰어 놀고, 일하고, 어울린다. 흙빛의 집, 올리브 창고, 눈부신 푸른 바다는 영화의 제목처럼 그 자체로 '지중해'다. 전쟁은 현실, 자유는 이상. 지금 우리의 삶과 야릇하게 닮아 있는 작품 속 인물들은 지중해를 표류하는 우리의 모습이다.
02. @이탈리아 코르토나
오드리 웰스 감독의 <투스카니의 태양>
"뜻밖의 일은 항상 생긴다. 그로 인해 인생이 달라진다."
어깨가 축 쳐질 때, 늘 떠오르는 장면이 이 영화 안에 있다. 주인공인 작가 프란시스가 투스카니에서 집을 덜컥 사고 집 안을 고치는 장면이다. 이 영화는 누구나 꿈 꾸는 '도피'의 페르소나. 힘 내라고 이탈리아로 가는 비행기 티켓을 끊어 주는 친구와 언덕 위의 오래된 집 한 채, 낯선 이방인에게 사랑의 미소를 보내는 이탈리아 남자가 인생에서 왜 필요한지 알려주는 영화. 희망이라곤 눈꼽만치도 찾아볼 수 없었던 주인공이 결국 지상낙원에서 새 삶을 시작하는 방법에 우리가 간직해야 할 행복의 열쇠가 있을지도. 이탈리아 투스카니의 아름다운 목가적 풍경은 영화의 '덤'이다.
03. @그리스 아테네 파르테논 신전
호세인 아미니 감독의 <1 월의 두 얼굴>
"1월이 새해 첫 달인 줄 알고 있지만, 한국에선 12월이 첫 달이지."
여름의 끝, 미국에서 아테네로 휴가를 떠나 온 체스터와 콜레트 부부. 아테네 신전을 거닐던 이들 부부에게 호감을 느끼며 접근한 여행 가이드 라이달. 이 세 사람 사이에 벌어진 살인 사건과 이를 은폐하기 위한 묘한 의심과 긴장감을 그린 영화로 커스틴 던스트와 비고 모텐슨이라는 쟁쟁한 캐스팅도 작품의 호감도를 높였지만, 장황하게 펼쳐지는 그리스 아테네 신전과 이들의 패셔너블한 스타일은 수준급이다. 지중해를 여행하려면 화이트 린넨 수트와 스트라이프 원피스, 그리고 챙이 넓은 모자를 반드시 챙겨야 한다는 스타일 공식을 엿볼 수 있는 복고 스릴러.
04. @시칠리아 살리나 섬
마이클 래드포드 감독의 <일 포스티노>
"시는 만든 사람의 것이 아니라, 그걸 필요로 하는 사람의 것이에요."
대표적인 지중해의 관광명소, 시칠리아를 배경으로 한 영화로 '일 포스티노'를 빼놓을 수 없다. 영화는 시칠리아 동북쪽의 '살리나 섬'에서 촬영되었는데,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 자연유산지로 매년 관광객으로 붐비는 청정지역. 1950년 잉그리드 버그만 주연의 <스트롬볼리>라는 영화 역시 이 섬에서 촬영되었을 정도로 감독들이 사랑하는 시네마 스팟이기도 하다. 지중해의 뜨거운 햇살 아래 형성된 울창한 숲과 깎아지른 절벽, 깊고 푸른 바다가 삼박자로 일궈낸 절경에서 큰 숨을 들이키고 싶게 만드는 영화.
05. @로마 나보나 광장
라이언 머피 감독의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
"균형이 깨져야 더 큰 균형을 잡을 수 있다"
안정적인 생활을 뒤로 하고 자신의 불행에 집중한 주인공은 자신이 누구인지 찾는 여행을 다름 아닌 이탈리아에서 시작한다. 로마의 한 비스트로에서 빨갛게 버무려진 토마토 파스타를 맛있게 감아 먹는 리즈의 모습은 먹방의 원조라면 원조. 지중해의 태양을 받고 자란 올리브유, 마늘, 과즙이 시고 풍부한 토마토 그리고 바질의 조합은 어떤 까다로운 입맛을 지닌 미식가라도 거부하기 힘들 것이다. 신선한 재료와 간단한 조리법으로 탄생하는 지중해의 풍부한 먹거리. 이 영화를 통해 가슴 뻐근하게 경험할 수 있다.
'문화' 카테고리의 다른 글
MTV VMAs , K 팝 그룹의 수상 소식 "블랙핑크, 방탄소년단, 세븐틴의 2022 MTV 비디오 뮤직 어워드 수상을 축하하며." (0) | 2022.08.29 |
---|---|
[전시회추천] 키뮤풀한 우리 동네, <키뮤 타운>에 초대합니다 (0) | 2022.08.28 |
이번 주말 집에서 뭐 하지? "감수성 풍부한 '어른이'에게, 애니메이션 5편 추천" (0) | 2022.08.25 |
오싹함과 함께 하는 한 여름 밤 "소장가치 충분한 공포 영화 5편" (0) | 2022.08.23 |
어쩌면 최고의 피서지, 미술관 '놓치기 아까운 전시3' (0) | 2022.08.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