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8. 28. 00:39ㆍ생활정보
비건, 대체 그게 뭐기에
완전 채식을 일컫는 비건 채식은 단지 식이만을 위한 라이프스타일이 아니다. 동물과 환경 그 모든 것을 고려해 인간이 가장 쉽게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이 비건 채식이다. 지금 전 세계를 뜨겁게 달구는 비건 라이프를 살펴본다.
유럽을 떠도는 비거니즘
비거니즘(Veganism)’이 영국, 독일, 네덜란드, 스웨덴 등 유럽에서 시작해 이스라엘, 미국, 호주 등 전 세계로 확산되면서 비건 인구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특히 10대 후반에서 30대 중반의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엄청난 호응을 얻고 있는데, 이 흐름은 한국에도 상륙할 조짐이다. 올해로 6회를 맞는 ‘비건 페스티벌’은 이미 1만 명 넘게 다녀가는 성공한 축제로 정착했다.
비거니즘이 뭘까? 동물을 물건이나 식품, 착취의 대상으로 보지 않는 생각이다. 이를 실천에 옮긴다면 누구나 비건이다. 고기뿐 아니라 우유나 치즈 등의 유제품은 물론 가죽이나 모피 같은 동물성 제품까지 일체 거부하는 소비자 운동이기도 하다. 처음 접했을 땐 소수 과격분자들의 터무니없는 이상주의로밖에 들리지 않을 이 ‘대안’ 라이프스타일이, 어떻게 서구에서는 주류 사회에 진입하는 사회 움직임으로 성장했을까?
이유는 간단하다. 점점 많은 사람이 진실에 눈을 뜨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두 가지 진실을 들 수 있다. 첫째는 동물성 제품이 만들어지는 전 과정이다. 고통을 느끼는 생명을 단순 ‘원료’로 다루며 공장에서 기계를 찍어내듯 ‘동물 상품’을 대량 생산하는 공장식 축산 시스템의 어두운 면들이 폭로되었다. 축산업이 지구 온난화, 삼림 파괴, 가공할 물 낭비와 하수 오염의 주범이라는 사실, 동물을 극히 잔인하게 착취한다는 사실, 그렇게 생산된 제품이 우리 건강에도 악영향을 끼친다는 사실이 언론과 소셜미디어를 통해 빠른 속도로 대중에게 알려졌다.
두 번째는 우리가 동물을 먹거나 착취하지 않아도 얼마든지, 아니 심지어는 더욱 건강하고 행복하게 잘 살 수 있다는 진실이다. 그동안 ‘고기=건강=힘’ ‘우유=칼슘=튼튼한 뼈’라는 공식으로 우리 머릿속에 굳건히 자리 잡았던 건강 상식들이 무수한 연구와 임상 사례를 통해 전복되기 시작했다. 게다가 수많은 비건 운동선수, 가령 ‘세계에서 가장 힘센 사나이’로 기네스북에 오른 보디빌더 패트릭 바부미안부터 세계적인 테니스 스타 셀레나 윌리엄스에 이르기까지 최고의 기량을 뽐내는 프로 선수들이 말이 아닌 행동으로 건강한 비거니즘의 타당성을 증명했다.
채식은 정말 몸에 좋지 않을까?
초반엔 전문가나 공공 기관 역시 축산업과 육식 문화의 폐해에 무지했거나 어쩔 수 없다고 여겼다. 정부는 오히려 축산업의 공장화를 적극 지원하기도 했다. 의사나 영양사도 낡은 영양 상식에 의존하여 ‘적당히 먹으면 다 좋다’ 식의 안일하고 모호한 처방을 하거나, 제대로 공부해 보지도 않고 채식이 오히려 몸에 나쁘다고 폄하하기도 했다. 담배와 연결되어 묘한 기시감이 드는 대목이다. 불과 몇 십 년 전만 해도 담배와 폐암이 직결된다는 연구들이 발표됐음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의사는 적당히 피우라는 조언을 하곤 했다. 의사들 자신이 흡연자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국제 기구들을 중심으로 자각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2015년 세계보건기구(WHO)는 가공육과 적색육을 발암 물질로 규정했고, UN도 최근 들어 지구 환경을 위해 세계인이 채식 위주로 전환하기를 공식적으로 권고하고 있다. 많은 의사가 채식으로 건강을 회복한 임상 사례를 보고하며 비건식을 처방하기 시작했다.
유발 하라리 같은 지식인도 공장식 축산은 ‘인류 역사상 가장 최악의 범죄’라고 비판하며 몸소 비건의 삶을 실천하고 있다. 비건 비즈니스에 대한 투자도 급등하면서 최신 기술을 통해 맛으로만 따져도 손색없는 ‘비건 버거’ 등의 식물성 대체 식품을 선보이고 있다. 여기에 비건 요리사들이 가세해 창조적이면서도 결코 어렵지 않은 레서피로 맛있고 풍부한 비건 요리의 세계를 보여 주고 있다. 이제 한국에서도 수요만 더 확대되면 좀 싼 가격에 질 좋고 다양한 비건 제품이 늘어나는 건 시간 문제다.
한국에서 비건으로 사는 법
물론 한국에서 당장 비건을 실천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아직은 식당도 많지 않고 장볼 때도 옵션이 제한적이다. 가장 큰 걸림돌이라면 사회 생활에서 겪는 몰이해나 편견이다. 그래서 나는 사람들에게 늘 이렇게 권한다. 첫째는 ‘천천히 하기’다. 자기 삶의 호흡에 맞춰 단계적으로 가라. 처음부터 모두 단번에 바꾸는 건 누구에게나 버겁다. 가령 지구 환경을 배려하고 건강에 관심이 많다면 탄소발자국이 가장 크고 몸에도 부담을 주는 적색육부터 끊는 식으로 차근차근 몸이 익숙해지는 시간을 주면 변화가 한결 쉬워진다. 중요한 점은 장기적 관점에서 점점 ‘비건’으로 사는 방향성을 잃지 않는 것이다.
둘째는 ‘같이 하기’다. 최측근들이 나의 가치관과 생활 방식 변화를 이해해 기꺼이 동참하거나 지지해 주면 그만큼 기쁜 일도 없다. 설혹 그렇게 안 되더라도 너무 안타까워하진 말자. 조금만 찾아보면 온오프라인에서 마음도 맞고 고민과 정보도 공유할 수 있는 커뮤니티가 제법 있다. 동물 학대 영상을 보고 비건을 선언한 초등학생부터 멋진 비건 패션을 만들어 내는 디자이너까지, 비건이라는 창을 통해 만나는 새로운 사람들은 나의 일상에 늘 새로운 감동을 안겨 준다.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 가는 이 움직임은 언제나 열려 있다.
*김한민은 그림작가이자 번역가다. <카페 림보> <사뿐사뿐 따삐르> 등의 그림책을 썼고, 페르난두 페소아의 글을 여러 편 번역했다. 비건을 직접 실천하는 사람으로서 비건을 둘러싼 다양한 현상과 경험을 담아 <아무튼, 비건>을 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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