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엘리멘탈' 후기 리뷰 : 애니로 만들어진 한국계 2세의 생존기, 어땠나?

2023. 6. 21. 20:38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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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엘리멘탈> ⓒ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불의 원소인 '버니 루멘'(로니 델 카르멘/이장원 목소리)과 '신더 루멘'(쉴라 옴미/전숙경 목소리) 부부는 배를 타고 '엘리멘트 시티'로 이주한다. '엘리멘트 시티'는 물 원소가 세우고, 공기, 흙, 불이 이민을 온 세상. 하지만 다른 원소들은 불 원소를 배척했고, 불 원소들은 자신만의 공간 '파이어 타운'을 변두리에 세워 지내고 있었다. '루멘' 부부는 '파이어플레이스' 가게를 일궈가면서, 불 원소의 유산과 전통을 대표하는 '푸른 불꽃'을 세웠고, 시간이 지나면서 많은 불 원소 고객들을 끌어들인다. '버니'는 자신이 은퇴하면 딸 '앰버'(레아 루이스/정유정 목소리)에게 가게를 물려줄 생각이지만, 우선 '앰버'의 불같은 성격을 억제해야 했다.

어느 날, '앰버'는 가게 일을 하던 중 욱하는 성격에 화를 냈는데, 그로 인해 지하실 수도관이 터지고 만다. 물을 타고 '엘리멘트 시티'의 시청 소속 조사관 '웨이드'(마무두 아티/박성영 목소리)가 떠내려온다. '웨이드'는 배관에 결함이 있다는 것을 알고 마지못해 시청으로 향한다. 상관인 공기 원소 '게일'(웬디 맥렌던 커비/임주현 목소리)에게 위반 사항을 보고한 가운데, '앰버'를 불쌍하게 여긴 '웨이드'는 '게일'을 설득하기 위해 '사이클론 스타디움'으로 향한다. 농구와 비슷한 '에어볼'을 하는 경기장에서 '게일'은 두 사람에 반복적인 홍수의 원인을 시간 내에 조사하면, '파이어플레이스'의 운영 중단 결정을 무효로 하겠다고 약속한다.



원인을 찾는 과정에서, 정반대의 성격을 지닌 '웨이드'를 만나 예기치 못한 사건에 휘말린 '앰버'는 자신 안에 숨겨져 있던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하게 된다. 지난 5월 열린 76회 칸영화제에서 폐막작으로 상영된 <엘리멘탈>은 한국계 이민 2세 감독으로, <굿 다이노>(2015년)를 연출한 바 있는 피터 손 감독의 신작이다. 그의 자전적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 작품답게, 영화는 백인들이 세운 뉴욕이라는 공간에, 이질적인 아시아계 부모가 생존을 위해 건너오면서 벌어지는 서사처럼 오프닝을 꾸몄다. 영화 제작 중 피터 손 감독의 부모가 세상을 떠나서인지, <엘리멘탈>은 자신을 지탱해 준 부모를 위한 헌사처럼 느껴졌다.

영화는 아시아계 관객이라면, 혹은 국내에 있는 관객이라도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소재로 구성됐다. 불 원소의 화끈한 성격은 분명 보편적인 한국인들이 지닌 성격처럼 느껴졌다. 한국인으로 대입하고 나니, 어느 정도 이해가 되는 대목도 등장했다. '버니'가 '웨이드'에게 불 원소가 즐기는 '숯콩'을 권하는 장면, 그리고 '웨이드'가 '숯콩'을 먹고 당황하는 장면은 마치 서양인들이 김치를 먹는 것처럼 보였다.(이는 피터 손 감독의 아내가 다른 인종인 점에서 착안했는데, 그의 아내가 매운 음식을 먹을 때의 반응이 이와 유사했다고 한다)



또한, '앰버'가 '버니'에게 "아슈파"라고 종종 말하는데 이는 한국어 '아빠'에서 따온 것(불 원소가 사용하는 언어는 <왕좌의 게임> 시리즈와 <듄> 시리즈에 등장하는 가상 언어를 창조한 언어학자 데이비드 L. 피터슨이 만들었다)이며, 그들의 터전인 가게는 아궁이를 형상화했다. 그리고 주인공의 민족이 헤어지는 순간 등장하는 의식은 우리의 전통 큰절에서 들어온 것.(실제로 피터 손 감독의 부모는 영화처럼 친지들에게 큰절을 하고 한국을 떠났다고) 이에 대해 피터 손 감독은 이 작품에 대한 주제가 '고생'이라면서, '고생'이라는 단어는 영어로 단순히 'Suffer'로 표현하기 어렵다고 언급했다.

하지만 <엘리멘탈>의 가장 큰 메시지는 K-장녀 같은 '앰버'의 성장을 통한 사랑과 평등이라 하겠다. 불은 여러 원소 사이에서 배척당하는 경우가 많았다. 흙 원소인 토양을 기반으로 태어난 나무를 태울 수 있기 때문에, 식물원 출입은 불가능했으며, 물 원소의 편의에 맞게 구성된 각종 SOC(사회간접자본)는 불 원소가 이용할 수 없는 것으로 꾸며졌다.(이는 장애인이 비장애인 중심의 세상에서 이동권조차 제대로 부여받지 못한 현상을 연상케 한다) 그런데도 '앰버'는 물 원소가 할 수 없는 자신만의 장점을 발견하고, 이 장점을 활용하겠다는 꿈을 꾼다. 마치 피터 손 감독이 가게를 운영했던 부모와 달리, 애니메이션 감독이 되겠다며 뉴욕에서 할리우드가 있는 LA로 떠난 것처럼 말이다.



물론, <엘리멘탈>은 세상을 바꿔나가기 위한 수단 중 하나인 '투쟁'이라는 요소를 배제할 수밖에 없었다. 세상은 사랑만으로는 호락호락하게 움직이지 않는다는 것을 나이가 든 관객이라면 뼈저리게 느낄 터. 하지만 적어도 영화는 사랑으로는 혐오를 누를 수 있다는 명쾌한 진리를 보여주기 위해 노력한다. 그렇게 <엘리멘탈>은 '물'과 '불'이라는 서로 섞이면 안 되는 존재들이 화합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면서, 각종 차별을 딛고 모두가 평화롭게 살 수 있다는 사랑 이야기를 아이들에게도 편안하게 전해줄 수 있는 작품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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