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나의 사소한 슬픔> - 자매의 운명과 결속: 나의 사소한 슬픔 속의 이야기

2023. 6. 19. 19:38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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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나의 사소한 슬픔> ⓒ 스튜디오 에이드

지난 6월 14일 개봉한 <나의 사소한 슬픔>은 가족이면서도 완벽한 타인으로 다른 삶을 사는 자매를 중심으로 '삶과 죽음'을 이야기하는 영화다. '욜리'(알리슨 필)는 실패한 결혼 생활을 계기로 일련의 잘못된 결정을 내렸다. 아동 도서 작가로서의 경력은 허우적거리고, 재정 상태도 엉망에 로맨스 따윈 생각할 겨를도 없다. 그리고 10년 전 아버지의 자살이 여전히 트라우마다. 언니 '엘프'(사라 가돈)는 정반대의 삶을 살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국제적으로 성공한 피아니스트로 환상적인 남편(앨리 모지)이 있고, 팬들을 사랑하고 전 세계적으로 매진된 음악 홀에서 연주하는 경력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자살을 시도하고 그 모든 건 물거품이 된다.

행복한 줄만 알았던 '엘프'가 극단적 선택을 하려다 실패하고, 안락사하겠다며 스위스행을 '욜리'에게 부탁하면서, 자매가 묻어뒀던 슬픔은 수면 위로 떠오른다. 2014년에 출간된 캐나다를 대표하는 작가 미리암 토우스의 동명의 원작을 바탕으로 한 작품은 삶에 대해 인물들이 가진 저마다의 생각과 관계에 대한 솔직한 심정을, 문학성이 돋보이는 인물들의 내레이션과 대사를 통해 풀어낸다. 작품을 연출한 마이클 맥고완 감독은 "소설은 미리암의 직접적인 경험에서 나온 것이기 때문에, 그 이야기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가슴 아프다"라면서, "관객들을 어떻게 감동하게 할 수 있는지 탐구하는 것은 정말 흥미로웠다"라고 밝혔다.



영화의 핵심은 두 자매의 사랑 이야기라고 언급한 감독은 "'엘프'는 죽고 싶어 하고, '욜리'는 '엘프'가 살기를 원하기 때문에, 그들은 서로를 사랑하는 적"이라면서, "이 역할들을 캐스팅하는 데 있어서 단순히 연기를 잘하는 것만이 아닌, 배우들 사이의 케미스트리가 작동하는 것이 필수적이었다. 겉보기에는 단순해 보이는 이야기도 강력한 열연이 초월적인 무언가를 만들어 내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욜리' 역을 맡은 주인공인 알리슨 필은 담담한 듯 힘 있는 연기로 극을 이끄는데, 알리슨 필은 봉준호 감독의 <설국열차>(2013년)에서 만삭의 교사를 연기한 바 있다. '엘프' 역의 사라 가돈 역시 지독히 현실적인 연기력으로 또 다른 공감을 이끌려 한다.

영화는 일명 '안락사'라 불리고 있는, '존엄사'라는 절대 사소하지 않은 죽음과 '웰다잉'에 대한 이야기로 관객에게 많은 물음을 던진다. 이는 원작자 미리암 토우스의 실제 가족 이야기를 바탕으로, 존엄사라는 시의성 있는 주제를 마주한 가족들의 이야기를 감성적으로 담아내어 공감을 더한다. 생전에 스스로 연명 치료 중단을 결정할 수 있는 '연명의료 결정법'이 5주년이 되어, 국내에서도 존엄사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커지면서, 웰다잉 운동이 다시금 조명받고 있기에, 영화는 시의성 높은 소재를 담아냈다.



한편, 작품의 제목인 '나의 사소한 슬픔'은, 영국의 대표적인 낭만주의 시인 새뮤얼 테일러 콜리지가 쓴 "나에게도 자매가 있었다 딱 한 명의 자매가/그녀는 날 사랑했고 난 그녀를 소중히 여겼다/그녀한테 내 사소한 슬픔을 전부 토해낼 수 있었다"의 시구절에서 인용한 것이다. 제목에서부터 느껴지듯 영화에는 셰익스피어, 라흐마니노프, 필립 라킨, 폴 발레리, 페르난도 페소아, 데이비드 로렌스, 버지니아 울프 등 다양한 예술가의 작품이 대사로 등장하여 문학적 감수성을 자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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