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래시: 시간여행의 시공간 대탐험 - 새로운 시작을 불러온 선택

2023. 6. 19. 19:33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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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플래시> ⓒ 워너 브러더스 코리아(주)

'배리 앨런'(에즈라 밀러)은 여느 때처럼 '플래시'라는 캐릭터로 '저스티스 리그'에서 궂은일을 도맡고 있었다. 그는 자신의 어머니가 세상을 떠났다는 점, 그리고 자신의 아버지가 어머니를 살해했다는 죄로 감옥에 갇힌 것이 트라우마로 남아 있었다. '배리'는 두 가지를 모두 바꿔놓을 수 있다면, 자신은 지금보다 더 나은 삶을 살 것이라 여긴다. 빛보다 빠른 속도로 달리면 시공간을 이동할 수 있는 능력을 알게 된 '배리'는 '배트맨'으로 사는 '브루스 웨인'(벤 애플렉)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어머니가 죽은 날로 돌아가서 그런 일이 일어나는 것을 막는다. 어머니가 살아 있기 때문에, '배리'는 지금과 다른 삶을 살게 되지만, 문제가 발생한다.

현재로 돌아오는 과정에서 '배리'는 또 다른 '스피드스터'('플래시'처럼 빠른 스피드를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닌 캐릭터)에 의해 대체 2013년으로 돌아간다. 자신의 어머니와 조우한 것도 잠시, '배리'는 자신의 과거 모습을 발견하고, 자신이 힘을 얻은 날에 도착했다는 것을 깨닫는다. 자신의 과거 모습을 발견한 '배리'는 소심하지 않고, 자신의 친구들과 남다른 친화력을 자랑하는 과거 모습에 놀라워한다. 그렇게 자신과 똑같은 방식으로 초능력을 얻고, '또 다른 플래시'로 탄생한 2013년의 '배리'는 갑자기 얻게 된 초능력에 그저 신이 날 뿐이었다. 하지만 '배리'의 선택으로 '메타 휴먼'이 없는 세계를 맞이한 '조드'(마이클 섀넌) 장군이 지구를 침공해 온다.



'배리'는 자신이 알던 '배트맨'이 사라진 상황에서, 거대한 저택에서 홀로 은둔 생활을 하는 또 다른 '배트맨'(마이클 키튼)을 만난다. 비록 은퇴했지만, 명성에 걸맞게 망토로 총알을 막고 클래식한 액션을 선보이면서 '배트맨'의 위엄을 보인 그는, 뒤엉킨 세상을 바로잡기 위해 나서면서, '플래시'에게 연륜에서 나오는 조언과 든든한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배리' 일행은 '크립톤' 행성 출신으로, '배리'가 아는 '슈퍼맨'(헨리 카빌)과는 사촌지간인 '카라 조-엘'(사샤 카예)을 러시아의 군사 기지에서 탈출시킨다. '슈퍼걸'은 두 명의 '플래시', '배트맨'과 함께 세상을 바로 잡기 위해, 지구를 침공한 '크립톤'인, '조드' 장군에 맞선다.

<플래시>는 1940년 코믹스를 통해 대중에게 처음 소개된 '플래시'의 첫 번째 주연 영화다. 하지만 개봉을 앞두고, <플래시>는 여러 변수를 경험해야 했다. 먼저, '플래시'를 연기한 에즈라 밀러가 각종 범죄 및 기행을 저지르면서 영화의 공개 자체가 엎어질 뻔했다. 2억 달러가 넘는 막대한 제작비를 들여 만든 영화를 버리기에도 고심이 많았던 경영진은, 내부 스크린 테스트 등을 검토하면서 개봉을 결정했다. (에즈라 밀러는 <플래시>의 개봉을 앞두고, 각종 시사회에서 사진 촬영만 진행했을 뿐, 인터뷰에 나서지는 않았다) 대신 <플래시>는 <맨 오브 스틸>(2013년)로 시작한 'DC 확장 유니버스'(DCEU)가 10년의 여정을 마치고, 새 출발을 선언하는 작품이 됐다.



<플래시>의 장점은 단연 DCEU의 14번째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생각보다 낮은 진입 장벽을 구축한 것에 있다. <맨 오브 스틸>, <저스티스 리그>(2017년) 같은 기존 DCEU 작품, 혹은 마이클 키튼이 등장한 팀 버튼 감독의 30여 년 전 <배트맨> 시리즈를 보지 않아도, 영화의 이해에는 무리 없는 전개를 '멀티버스' 형태로 풀어낸 것. 영화의 이해를 돕기 위한 설정들이 곳곳에 이스터 에그로 넣어져 있긴 하지만, 이는 '팬 서비스'에 가깝기 때문에 진입 장벽에는 무리가 없다. 시간 여행이라는 설정 역시, 작품의 개그로 소개된 <백 투 더 퓨처> 시리즈처럼, 한 주인공의 선택에 따른 '나비 효과'로 인해 벌어진 일이라는 익숙한 소재이기에 큰 무리가 없었다.

<플래시>의 주제는 "풀 수 없는 문제는 그냥 두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는 '배리'의 어머니가 남긴 대사로 볼 수 있다. 그간 DCEU가 어떻게든 옆 동네 MCU(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와의 간극을 따라가기 위해 노력했지만, 성급하게 시작해 버린 탓에, DCEU는 '비교만 당하는 존재'가 되고 말았다. 그래서인지, '배리'의 어머니가 남긴 말은 생각보다 DCEU의 정체성을 잘 드러낸 대사가 됐다. 워너는 DCEU를 끝내고, 자신들의 프랜차이즈를 여러 틀로 분화하기로 했는데, <더 배트맨> 시리즈, <조커> 시리즈를 서로 다른 세계관으로 독립하기로 했으며,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시리즈를 연출한 제임스 건 감독은 새 유니버스 DCU(DC 유니버스)의 수장(DC 스튜디오 공동 대표)이 됐다.



물론, 그사이 1억 달러를 들여 만든 '바바라 고든(배트걸)'이 주인공인 영화 <배트걸>을 '미공개 작품'으로 버린 것에 대한 반발도 존재하기도 했다. ("개봉할 수준이 아니었다"라는 DC 스튜디오 공동 대표 피터 사프란의 언급이 있었다.) 아무튼 <플래시>는 하나의 유니버스가 모종의 이유로 막을 내릴 때, '어설프게' 끝내버린 다른 유니버스와 비교해서 나쁘지 않은 결말을 보여줬다. 대표적인 예가, 디즈니에 인수되면서 기묘하게 끝난 폭스 '엑스맨 유니버스' 작품 <엑스맨: 다크 피닉스>(2019년)로, 기존 작품들에 대한 예의는 살펴볼 수 없었으며, 캐릭터의 설정도 이상하게 바뀌면서, 두 주역 캐릭터가 화해의 '체스'를 하면서 끝내는 기괴한 엔딩을 보여줬다.

적어도, <플래시>는 '팬 서비스'가 될 요소들을 가미하면서, 기존 작품들에 대한 예우는 갖춘 채 막을 내렸다. 그러면서도 새롭게 등장할 유니버스에 대한 기대감도 부풀게 해준다. 당장 DCU는 8월, 히스패닉 캐릭터 '하이메 레예스'의 성장을 담은 <블루 비틀>을 선보일 예정이다. 이어 제임스 건이 직접 메가폰을 잡을 새 <슈퍼맨> 영화를 비롯해, '슈퍼걸'의 단독 영화 등 다양한 종류의 이야기를 영화화할 예정. <어벤져스: 엔드 게임>(2019년) 이후 주춤거리는 MCU의 모습을 본 상황에서, 조급하지 않아도 되는 DCU의 선택은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 자못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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