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이 이야기한다
2022. 9. 3. 00:00ㆍ인테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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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살고 있는 집을 구할 때 조건은 딱 2가지였다. 거실 벽은 길이가 2m를 넘을 것, 그리고 창은 반드시 남쪽을 향해 나 있을 것. 언뜻 간단해 보이지만 쉽지 않았다. 위치, 채광 그리고 비용까지 모든 것이 만족스러운 집은 넉넉한 크기의 거실에도 불구하고 벽이 짧았고, 비용 부담을 감수하고 싶을 정도로 마음에 드는 집은 남향이나 동향이 아니었다. 동네의 웬만한 매물은 거의 다 봤을 정도로 발품을 팔았다.
3주가 지나고 나서야 내 마음에 쏙 드는 집이 나타났다. 이전에 살던 사람이 갑자기 이사를 가면서 나온 집이다. 남쪽을 향해 큰 창이 있고, 그 옆으로 무려 2.4m나 되는 벽이 길게 뻗었다. 바쁜 와중에도 3주씩이나 시간을 쏟아가며 집을 찾은 이유는 간단하다. 내가 좋아하는 것과 내가 필요로 하는 것을 집에 담고 싶었기 때문이다. 야근과 출장 등으로 집에서 지내는 시간이 적었지만 주말 낮만큼은 햇살 아래에서 편안하게 휴식하는 것이 첫 번째 바람이었다. 부동산 중개업자는 “싱글은 주말에도 푹 자고 싶어서 그런지 남향을 선호하지 않더라고요.
주말 낮잠을 포기해야 하잖아요”라고 말했지만 상관없었다. 오디오도 문제다. 궤짝만 한 스피커와 15kg이 넘는 큼직한 앰프 그리고 만만치 않은 크기의 턴테이블 등을 놓기 위해서는 2개의 스피커 사이에 성인 키만큼의 공간이 필요하다. 지금은 한 달에 한 번 켤까 말까 하는 LP 플레이어지만 그때는 매일 음악을 들으며 살았으니 꽤 필요했다.
사람들은 자신의 취향대로 집을 꾸민다. 아기자기한 소품이나 취미 생활을 위한 시설에 투자를 아끼지 않는 경우도 많다. <싱글즈>가 창간 18주년을 맞이해 찾은 문화 예술계 여성 8인의 집과 작업실도 그렇다. 클라이밍 시설을 들여놓았고, 식물원 못지않게 녹색으로 채운 사람도 있다.
내 경우에는 음악이 그랬다. 지금은 출퇴근길에 자동차 안에서 듣는 노래가 전부지만. 하지만 우리 집에 놀러 온 사람들은 내가 얼마나 음악을 좋아하는지 안다. 문을 열자마자 보이는 스피커와 꽤 존재감을 뽐내는 오디오 덕분이다. 또 눕기 좋게 만든 소파와 그 위로 쏟아지는 따뜻한 햇살을 경험해본 사람들은 안다. 내가 얼마나 휴식에 진심인지. 집의 가치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 하늘 높은지 모르고 치솟는 집값 이야기가 아니다.
코로나19가 시작된 이후 집에서 보낸 시간이 많아진 탓이다. 나만의 공간에서 보내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집은 더욱 나를 위한 공간으로 진화하기 시작했다. 집에 놀러 오는 사람은 줄고, 집은 휴식과 함께 업무의 영역이라는 또 하나의 역할을 떠맡았다. 그런 공간을 함부로 놀릴 수는 없다.
어느덧 18세 생일을 맞이한 <싱글즈>라는 공간도 다르지 않다. 2003년에는 왠지 모르게 특별해 보이던 '싱글’이라는 단어가 이제는 익숙하다. 별스럽지도 않다. 당당한 싱글의 삶을 응원하는 <싱글즈>의 슬로건은 더욱 많은 사람들의 고개를 끄덕이게 만드는 가치가 되었다. 누구 한 명을 위한 특별한 공간이 될 수는 없겠지만 최대한 많은 싱글에게 환영받는 공간이 되고 싶은 마음이 더 절실한 이유다. 결국 공간을 완성하는 것은 사람의 몫이다. 그곳에 사는 사람, 그곳을 찾는 사람들이 특별한 공간을 만든다. 지금 이곳의 문은 활짝 열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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