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예술계 대표 8인, 자기만의 방 공개!
2022. 9. 15. 20:26ㆍ인테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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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찍이 버지니아 울프는 말했다. 주체적인 여성으로 살기 위해선 자기만의 방이 필요하다고. 싱글의 삶에서 자신만의 공간이란 과연 어떤 의미일까. 공간이 주는 힘은 우리 일상을 어떻게 변화시킬까. 문화 예술계의 여러 영역을 대표하는 8인의 여성이 <싱글즈>를 위해 자기만의 방을 공개했다.
가구 대신 시간을 채운 집, 방송작가 김민정
야트막한 산등성이 아래 느린 햇살이 궁그는 경기도의 한 주거단지. 찍어낸 듯 똑같은 구조, 똑같은 형태의 고층 아파트 숲 한가운데 김민정 작가의 ‘1인2묘 가구’가 숨어 있다. 현관에 들어서면 매끈한 원목과 화이트 톤의 단정한 가구들, 군더더기 없는 인테리어가 가장 먼저 눈에 띄지만, 사실 이 안에서 무엇보다 큰 자리를 차지하는 것은 다름 아닌 그의 시간이다. 그가 매일 아침 일어나자마자 앉아 책을 낭독하는 주방 테이블 의자, 한낮의 햇살을 받으며 마음껏 몸을 늘어뜨리는 거실 소파, 밤이 깊은 줄도 모르고 열심히 노트북 키보드를 두드리는 침실 책상. 공간마다 켜켜이 쌓인 시간과 그에 따라 변화하는 숨결은 이곳이 그의 공간이라는 인장과도 같다. 김민정 작가가 이 집의 소유주가 된 것은 지금으로부터 5년 전. 엄밀히 말하면 함께 방송작가로 일하던 친구 덕분이다. 내 집 마련은 그저 남의 일이라고만 생각해온 그에게 나이도 같고 수입도 비슷한 친구가 집을 사서 살아가는 모습은 그야말로 충격적이었으니까.
“알고 보니 친구의 집은 생각만큼 비싸지도 않았고, 대출 이자 역시 생각만큼 무시무시하지 않았어요. 그럼에도 아예 닿을 수 없는 세계라며 지레 포기했던 거죠. 빨리 나만의 계획을 세우고 싶은 마음에 그날 밤엔 잠도 잘 이룰 수 없더라고요. 늘 다이어트처럼 습관적이고 지키지도 못할 계획만 세워왔는데, 내 집 마련은 제 생애 최초의 의미 있는 계획이었어요. 결국 목표를 이뤄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고요.” 솔직히 이 집에서 보낸 첫날, 그가 느낀 감정은 지난 2년간 악착같이 돈을 모으며 상상했던 것만큼 특별하지 않았다. 이른바 ‘파이브 잡’까지 뛰며 쉴 새 없이 일하고, 최선의 집을 찾아 동서남북을 헤매고, 매매 계약과 인테리어를 하는 등의 온갖 과정을 거치며 에너지를 너무 소진했던 탓이다.
이후 집에 맞는 가구며 물건을 골라 채워가는 일도 버겁기는 마찬가지. 김민정 작가는 당시 ‘집과 물건을 소유한다는 것’에 너무 많은 의미를 둔 탓이 아니었을까 회고한다. “지금은 ‘소유한다’기보다는 집과 집 안의 물건과 함께 살아가는 느낌이에요. 나의 컨디션에 따라 집이 영향을 받고, 또 집의 컨디션에 따라 나도 영향을 받는 그런 삶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요.” 닥치는 대로 물건을 사들여 집을 꾸미다가 돌연 ‘자기만의 방을 위해선 자기만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깨달음을 얻으며 다시 공간을 비워내는 과정은 결국 집과 공간, 물건과 삶에 대한 그의 철학을 완성시켰다. 물론 ‘잠깐만 정신줄을 놓으면’ 또 금세 어지러워지긴 하지만, 물건에 대한 집착을 버리려고 꾸준히 노력하는 중이다. 최근에도 거의 한 달에 걸쳐 집기들을 정리하고 내다 버렸단다. 그의 집에서 5년간 꿋꿋하게 제자리를 지키고 있는 물건은 거실 소파와 주방 쪽 수납장 그리고 액자처럼 활용할 수 있는 프레임 TV 정도다.
그가 평소 가장 애착을 갖는 공간도 TV와 마주 보는 거실 소파 위. 소파가 창 쪽으로 향해 있어 바깥 풍경을 편안히 조망할 수 있는 명당 자리다. 그는 소파에 앉아 주로 창밖을 구경하거나 책을 읽거나 TV를 보며 시간을 보낸다. 한없이 늘어지고 싶을 때 이보다 좋은 장소가 없다. 온전한 자신만의 공간이 생긴 뒤 김민정 작가에겐 스스로에게 집중하는 시간이 훨씬 많아졌다. 심리적 안정감이 커지니 먹고사는 문제를 넘어 정체성이나 신념에 대해 고민하기도 하고, 앞으로 해보고 싶은 일이 뭔지 생각할 기회도 잦아졌다. 또 다른 변화는 일상을 공유할 반려동물이 생겼다는 것. 그의 비혼 유튜브 채널 ‘1인2묘 가구’와 내 집 마련 분투기를 담은 저서 <결혼은 모르겠고 내 집은 있습니다>는 모두 공간과 함께 일궈낸 결과물이다. 김민정 작가가 삶에서 가장 우선하는 가치는 ‘자유’와 ‘자율’. 나에게 집중한 뒤로 매일 운동하기, 책 여섯 쪽 낭독해 읽기 등의 규칙을 세웠는데, 이런 자율적 규칙으로 얻은 나름의 에너지가 자신의 삶을 더욱 자유롭게 한다는 걸 점점 느끼고 있단다.
그래서일까, 최근 이 집에서 가장 파격적으로 변신한 공간이 하나 있다. 본래 서재 겸 드레스룸이었으나 어느샌가 고양이 장난감이나 요가 매트, 택배 박스 등이 쌓여 창고처럼 너저분해진 작은 방을 ‘클라이밍 홈짐’으로 바꾸기로 결심한것. “처음엔 일반적인 운동기구를 넣으려고 했는데, 아무래도 근력 운동에는 익숙지 않으니 분명 옷걸이가 될 것 같더라고요. 그렇다면 내가 좋아하는 운동과 관련된 것을 채우면 되지 않을까 생각했죠. 수영과 클라이밍 중 실현 가능한 것이 클라이밍이었고요. 과정은 힘들었지만 결과적으로 매우 만족스럽습니다. 보통 대형 암장에 가면 루트세터들이 만든 문제가 있는데, 저는 마스킹 테이프로 스스로 문제를 만들어 풀어보는 식으로 이 공간을 활용하고 있어요.” 김민정 작가는 ‘자신만의 공간이란 나의 자유가 실현되는 최소한의 공간 단위’라 말한다. “살아가면서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잖아요. 그런데 여기서는 순간순간 그렇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어요. 나만의 공간이란 그런 게 아닐까요?” 자율적인 삶을 통해 자유를 누리는 공간, 때론 위안이 되고 때론 새로운 에너지를 얻는 공간. 그런 자신만의 공간에서 그의 시간은 오늘도 차곡차곡 쌓이고 있다.
공간, 생명력을 품다, 플로리스트 박혜림
며칠 동안 비 내리던 하늘이 맑게 갠 날, 박혜림 대표의 작업실 아보리스타를 찾았다. ‘식물과 나무에 빠져 있고, 그를 위해 일하는 사람’이라는 의미가 담긴 아보리스타는 경리단길 언덕을 따라 오르는 길가, 해가 잘드는 곳에 자리 잡았다. 늦여름이라 색이 잔뜩 짙어진 식물들이 건물을 한껏 휘감았다. 살갗에 내리쬐는 계절의 햇살이 반갑게 느껴질 정도로 싱그러운 풍경이다. 아보리스타의 시간은 지금도 현재진행형이라 박혜림 대표가 여기에 처음 왔을 때와 그 모습이 많이 달라졌다. 2년 전 심기 시작했을 땐 아주 작은 식물들이었는데, 이제는 그가 손대지 않아도 스스로 자리를 잡을 만큼 자랐다. 아보리스타의 가장 좋아하는 장면을 꼽아달라는 질문에 어느 때보다도 반짝이는 눈빛으로 답을 건네왔다.
“봄에는 등나무에 꽃이 막 주렁주렁 열리고요. 여름에는 초록으로 바뀌었다가 가을이 되면 또 다른 풍경이 돼요. 계절마다 때맞춰 예쁜 모습을 보여줘요. 식물은 계절의 흐름을 거스르지 않으니까, 거기에서 오는 안정감도 있어요. 제가 꾸민 것 이외에 식물의 생명력을 느낄 수 있죠.” 2년 전까지만 해도 베트남 음식점이 있던 건물인데 지금은 그 시절의 모습이 전혀 기억나지 않을 정도로 ‘아보리스타답게’ 바뀌어 있다. 건물 바깥의 식물부터 출입문, 남쪽으로 길게 난 창문, 공간을 채운 가구와 오브제까지 어느 하나 박혜림 대표의 손길을 거치지 않은 것이 없어서 가능한 풍경이다. 작업실 가운에 놓인 커다란 테이블은 물론 안쪽 창가에 자리 잡은 테이블, 시멘트로 거칠게 마감한 싱크대 선반도 모두 직접 제작했다. 오래된 나무의 질감을 좋아하는 박혜림 대표는 아버지가 오래 보관하고 있던 고재들을 가져와 의자로 만들었다. 작은 소품이나 유리 화병도 언젠가 해외에서 하나둘 사 모은 것들이다.
“오래된 소재와 손때가 묻은 가구, 애정을 담아 만든 소품으로 가득한 이곳이저에겐 가장 편안한 공간이에요. 꽃과 식물을 다루기에도 실용적이고요. 영국에서 공부할 때부터 나만의 공간을 만들면 바닥을 배수가 되도록 하고, 싱크 아래에 호스를 연결해 어디에든지 물을 줄 수 있게 하고 싶었거든요. 그걸 모두 실현한 곳이라고 할 수 있죠.” 가구는 필요에 따라 상판을 분리하거나 전시 또는 행사 콘셉트에 맞춰 위치를 옮기기 편하게 만들었다. 기본적으로 아보리스타는 박혜림 대표의 개인 작업실이지만 행사를 위한공간으로 활용하거나 플라워 마켓으로 오픈하기도 한다. 지금은 외부 작업과 일정 때문에 자주 오픈하지 못하지만 예전처럼 전시를 하거나 플라워 클래스를 열고싶은 마음도 간절하다.
처음 꽃을 배워보겠다고 마음을 굳힌 아일랜드에서 마주쳤던 정원과 들판은 여전히 그에게 영감을 준다. 일부러 힘줘 꾸민 것보다 투박하고 다소 거칠어도 정감 가는 풍경. 아보리스타를 지나치는 누군가에게도 기억에 남는 풍경이길 바란다고, 그는 지천에 깔린 정원을 구경하느라 20분 거리를 2시간이나 들여 걸었던 더블린 유학시절을 떠올리며 말했다.
낭만적 자유를 위하여, 작가 홍인혜
홍인혜 작가는 2018년 여름을 잊지 못한다. 전세 사기로 3년의 시간을 불안에 떨다가 마침내 공매 낙찰로 ‘내집’을 얻었기 때문. “등기필증이라는 문서를 들고 이 집에 들어온 날 현관에 오랜 시간 서 있었어요. 그 문서가 있기 전까지 이곳은 지옥과 같았거든요. 탈출하고 싶다는 생각만 가득했는데 그날은 ‘이 공간이 이렇게 아늑했었나?’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언제 쫓겨날지 알 수 없는 풍전등화의 상황에서 휴지는 6개 단위로만 사고, 커튼도 달지 않았던 곳은 금세 홍인혜 작가의 취향으로 바뀌었다.
아늑함을 콘셉트로 삼은 인테리어는 스틸보다 우드, 가죽보다 패브릭을 활용했다. 벽 곳곳에는 다채로운 톤의 일러스트가 갤러리처럼 걸려 있다. 3년 전 프리랜서로 독립한 이후에는 안락한 휴식을 취하는 공간이자 작업실이 됐다. “집과 작업 공간을 합치니 일과 삶이 분리되지 않는다는 말이 이해가 가더라고요. 놀아도 논 것 같지 않고 일하는 데도 집중이 안 됐죠. 3년이 지난 지금은 루틴이 생겨 안정기에 접어들었어요.” 대개 오후 4시에 작업을 시작하면 새벽 2~3시까지 이어진다. 9시에 출근해 6시에 퇴근하는 직장인의 일과와는 시차가 있지만 실제 일하는 시간은 비슷하다. 스스로에게 가장 능률적인 시간을 찾은 셈이다.
루나파크로 탄탄한 마니아층을 확보한 홍인혜 작가는 언어를 기반으로 다양한 세계를 직조한다. 스스로를 ‘언어 세공가’로 정의하기도 한 그의 언어는 광고, 만화, 에세이, 시 등 목적과 상황에 따라 다양한 형태로 발현된다. 가장 정제된 언어를 쓰는 활동이자 공적인 자아가 발현되는 광고, 홍인혜라는 인간으로서 대중과 소통하는 만화와 에세이 등이 그것. 조금 더 “왁왁” 외치고 싶은 마음이나 은밀한 감정의 정수를 담은 건 시다. 그가 포착한 뾰족한 인사이트는 읽는 것만으로도 어떤 연대의 힘이 느껴지는 마력이 있다. 그 고민과 생각의 시작과 끝은 온전한 ‘나’로서 존재하는 이 집이다. 내가 가장 나답게 머물 수 있는 공간에 대해 그는 ‘취향의 최고 확장판’이라고 표현했다. “일할 때, 요리할 때도 그렇고 이 공간에 있는 내 모습이 마음에 들고 아름답다고 여겨질 때 제일 흥이 나요. ‘이곳에 있는 내 모습이 흡족해!’라고 말할 수 있는 게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홍인혜 작가가 가장 좋아하는 공간은 거실. 소파에 앉으면 마주 보이는 서재가 그의 작은 우주다. 음반, 시집, 바텐더 키트가 밀집돼 그의 낭만이 실현된다. “집에서는 내 눈치만 보면 되고, 내 취향만 생각하면 되니 내게 집중할 수 있어요. 낭만에 오롯이 빠져 문학·예술적 감성이 살아나는 공간이라고 생각합니다.” 촬영 당시 홍인혜 작가는 집과의 이별을 앞두고 있었다. 오래 살게 될 터전을 마련하기 전 심도 있는 고민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놓은 채 ‘살고 싶은 곳에서 살고 싶은 형태로 살아보는 실험’을 하기로 결정했다. 그의 새로운 주거는 ‘루나의 주거 실험’이라는 이름 아래 다양한 형태의 콘텐츠로 펼쳐 보일 예정이다
내가 나일 수 있어서, 작가 정혜윤
“공간에도 에너지가 있다고 믿어요. 어떤 산은 굉장히 싱그럽게 느껴지는데 또 어떤 산은 어둡고 무서울 때가 있잖아요. 절이나 교회에 가면 괜히 마음이 정갈해지는 것도 마찬가지고요. 처음 융지트 공간에 들어왔을 때 나랑 잘 맞을 것 같다는 직감이 들었어요.” 정혜윤 작가가집 겸 작업실로 쓰는 이 공간의 이름은 ‘융지트’다. 그는 8년을 만난 애인과 헤어진 후 예상치 못한 인생으로 튕겨져 나왔고, 관계로부터 또 집으로부터의 독립을 결정했다. ‘누군가의 연인’이라는 정체성은 그에게 매우 거대한 기둥이었기에 상실감도 컸다.
“내가 좋아한다고 믿었던 모든 것이 헷갈리기 시작했어요. 내 의지로 좋아하는것인지, 그 사람 때문에 좋아했던 것인지 모르겠더라고요. 그래서 융지트를 꾸미는 일 자체가 제겐 치유의 과정이었어요.” 일단 창밖에 좋아하는 자연이 가득한 것이 마음에 들었다. 독립할 집을 구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것이 이 점이다. 여기에 초등학생 때부터 치던 파란색 피아노, 디터 람스의 턴테이블, 독립을 축하하며 동생이 선물한 임스 체어, 40여 종의 식물까지 하나하나 남다른 애정의 농도로 고른 것들만 채웠다. 뿌리 깊은 정체성까지 흔들리던 시절, 나를 설명하는 존재가 생긴다는 건 큰 위로였다. 누군가 ‘너랑 꼭 어울리는 공간이다’라고 감상을 건네올 때면 안도감마저 들었다. 그래서 ‘나만 할 수 있는 인테리어’라고 자부한다.
그에게 영감을 주는 것들도 마찬가지다. 영화나 아주 어릴 적 닳도록 읽었던 동화책도 그의 공간에 녹아 있다. 작업 공간으로 사용하는 책상 주변에는 요즘 그가 푹 빠져 있는 식물이 숲처럼 우거져있다. 가장 좋아하는 지브리 애니메이션 <바람계곡의 나우시카> 속 나우시카의 작업실과 꼭 닮았다. 낡고 오래된 걸 좋아하는 까닭은 어린이 책 시리즈 <박스카 칠드런> 때문이다. “취향의 시작을 들여다보면 아주 어릴때부터 빠져 있었던 것들이 있어요. 그런 것들로 채워진 공간은 아무나 따라 하기 힘들죠.” 단순한 욕심만으로 사들인 물건들이 아니기 때문일까. 미니멀리스트의 라이프를 존경하지만 맥시멀리스트를 자처하는 그의 물건들에는 나름의 쓸모와 질서가 있다. 심지어 잘 정돈돼보인다. 최근에는 여행차 떠났던 발리 우붓에서 느끼고 얻은 영감을 토대로 융지트 플리마켓도 열었다. 매일 명상하고, 제사를 올리고, 하루를 축복하며 단순하게 사는 우붓 사람들에게서 ‘비우고 나눌 때 오히려 얻는다’는 메시지를 배웠기 때문이다.
책과 소품, 화장품 등을 플리마켓에 내놓고 1시간에 6명씩 총 30명의 손님을 초대했다. 수익금은 전액 기부할 예정이다. 한편 융지트를 꾸미는 일은 몰랐던 나를 발견하는 계기이기도 했다. 식물 기르기에 소질이 있다는 것도 독립 후에 알게 됐다. 지금은 한 주에 한 번 식물에 물을 주는 시간을 소소한 리추얼로 삼는다. 정혜윤 작가는 프리랜스 마케터, 작가, 뉴스레터 발행인, 사이드 프로젝트 커뮤니티 대표 등 ‘다능인’으로 산다. 하루가 48시간이라도 모자랄 것 같은 그지만 사실은 생산성 없는 시간이 일상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믿는다. 정혜윤 작가의 표현을 빌리자면 그는 일과 일상의 경계가 모호한 ‘워크앤라이프 블렌딩’의 삶을 살고 있다. 그런 삶이 싫지 않지만 또 그로부터 벗어나는 시간도 꼭 필요하다. 하루 중 제일 편안한 시간을 선사하는 스폿 역시 디터 람스 턴테이블이 있는 음악 듣는 공간과 책으로 둘러싸인 침대다.
“LP로 음악을 듣는 게 사실은 굉장히 번거로워요. 그런데 그 번거로움이 오히려 저를 현실 세계에서 벗어나게 해줘요. 침대도 마찬가지예요. 저기에선 얼마든지 책으로 도망칠 수 있어요.” 정혜윤 작가는 사람들이 융지트에서 ‘이런 삶도 있다’는 메시지를 읽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모두가 아티스트인 시대’라는 표현을 덧붙이며, 누구든지 자신만의 삶을 만들어가는 것이라고. 나를 위한 공간을 꾸미고, 옷을 골라 입는 것처럼 일상의 어떤 사소한 선택이든 나로 더 잘 지낼 수 있는 기회로 삼았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전했다. 그런 의미에서 그에게 융지트는 ‘내가 온전한 나로 있을 수 있는 곳’이다. 예상치 못한 상실을 겪은 뒤 융지트를 만나고, 약 2년이 지난 지금 그에게 이전과 같은 거대한 기둥은 남아 있지 않다. 대신 음악과 식물, 책과 융지트, 소중한 사람들 등 그를 지탱하는 수많은 작고 단단한 기둥이 생겼다. 설령 하나가 무너지거나 사라진다고 해도 이전과 같은 위기를 맞진 않을 테다.
비우고 다시 채우는 작업실, 금속공예가 아미라
어떤 수식어보다 ‘아티스트’라고 소개하는 것이 잘 어울리는 그는 미호미두와 핸즈 두 개의 브랜드를 이끄는 대표이자 금속공예가이자 모델이다. 미호미두는 그가 키우는 고양이 두 마리의 이름을 딴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다. 패딩으로 감싼 거울, 금속공예 주얼리 등을 선보인다. 핸즈는 라이엇 스케이트보드와 함께하는 스케이트 보드 업사이클링 브랜드로 버려진 스케이트보드로 선반을 만든다. 그는 고등학교 때부터 친구인 아티스트와 작업실을 공유하고 있다. 하지만 각각의 개성이 뚜렷해서 얼핏 서로 다른 공간인 것처럼 보인다. 약 1년 반 전에 자리 잡은 작업실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조금 어수선했던 탓에 정 붙이기가 쉽지 않았다고. 움직이기 좋게 구조를 바꾸고 가구를 들이면서 이제는 집보다 더 편안하게 느낀다.
“원래는 통으로 뚫려 있는 구조였어요. 공용 공간과 제 공간이 구분되어 있지 않았는데, 올해 초 가벽을 세우면서 더 프라이빗해졌어요. 그 이후로 애정을 더 갖게 된 것 같아요. 처음 이 공간을 봤을 땐 무엇보다 빛이 많이 들어오는 곳이라서 좋았어요.” 하루 중 가장 오랜 시간을 보내는 곳 또한 여기다. 업무가 없는 주말에도 나와서 시간 보내기를 즐긴다. 일하는 공간이라기보다는 일상에 가깝다는 말이다. 그의 작품 세계를 완성하는 영감의 대부분도 이 작업실에 있을 때 떠오른다. 그는 직접 작업한 거울이나 금속 오브제를 곳곳에 전시하듯 진열해뒀다. 일종의 작업 기록이다. 머무르는 동안 계속해서 눈길을 주고, 만지다 보면 그 안에서 또 새로운 아이디어가 샘솟는다. 동선이나 구조를 스스로의 루틴에 최적화했기에 가능한 일이다. 덕분에 여기에 있는 시간만큼은 언제든 어떤 생각이든 떠오르는 대로 행동에 옮길 수 있다.
누군가 그의 작업실에 있는 물건은 두 가지로 나뉜다고 표현했다. ‘이케아가 만든 것’과 ‘아미라가 만든 것’. 이곳의 가구나 오브제는 아미라의 작업물의 무드를 해치지 않는다. 가운데에 놓은 널찍한 소파는 컬러와 형태가 과감한 아트워크와 함께 둬도 잘 어울리는 단순함이 특히 마음에 들었다고. 주변이 아무리 복잡해도 이 소파 위만큼은 말끔히 정리해 언제든 쉴 수 있는 곳으로 유지한다. “온갖 생각을 끊지 못하는 성격이라 심지어 꿈속에서도 아이디어 스케치를 하거나 일을 해요. 사실은 더 비워내고 싶은데 쉽지 않죠. 말끔하게 정리된 것들을 보면 생각도 많이 비워지거든요.” 아미라 대표에게 공간 가꾸기도 마찬가지다. 즐거움을 얻는 일보다는 머리를 비워내기 위한 일에 가깝다. 가구나 오브제 위치도 자주 바꾸고, 손 뻗으면 닿을 거리에 물티슈를 항상 가져다 둔다. 한창 일에 몰입하다가도 한숨 돌릴 틈이 필요하면 물티슈를 뽑아 들고 여기저기를 닦으며 생각을 정리한다. 마치 커피 한 잔 마시는 시간처럼. “공간은 그 사람의 생각이나 말과 똑같은 것 같아요. 어떤 공간이 어지럽고 정리가 덜 되어 있다면 마음이 복잡하고 정리되지 않은 거라고 생각해요. 비우면서도 채우고, 다시 영감을 떠올리는 곳. 제게 이 공간은 그런 의미인 것 같아요.”
공간과 함께 성장하는 예술, 설치 미술가 김윤하
널찍한 선반마다 막 형태를 잡아 깎아낸 합판 조각이 가득하다. 벽면에는 공구며 페인트, 각종 재료들이 저마다 자리를 지키고 있고, 입구 쪽에 딸린 작은 방에는 책상과 소파, 귀여운 오브제들이 빈틈없이 포개진다. 새로운 시즌을 맞아 에르메스 윈도 작업이 한창인 이곳은 을지로 중부시장 골목에 자리한 창작 집단 길종상가의 작업실. 김윤하 작가가 요즘 일상의 대부분을 보내는 곳이다. “길종상가의 거의 모든 작업이 이뤄지는 공장이라고 보면 돼요. 저의 성장을 함께한 공간, 작가로서 다음 단계로 넘어가게 해준 공간이기도 하죠.”
그는 몇 년 전 자신의 이름으로 이 작업실의 계약서를 쓰던 순간을 지금도 생생히 기억한다고 했다. “살면서 ‘적(籍)’을 둔 적이 없었거든요. 대학 졸업 후 늘 조금쯤 붕 뜬 기분으로 살아왔는데 여길 구한 뒤론 내게도 그런 존재가 생긴 느낌이었어요.” 오랜 동료인 박길종 작가가 가구나 큰 집기 디자인에 특화돼 있다면 김윤하 작가는 주로 이야기를 풀어내는 작업을 즐긴다. 그러다 보니 넓은 작업장보다는 작은 방에 혼자 있는 시간이 꽤 많다. 서류 작업도 하고, 글을 쓰거나 이야기를 구상하기도 한다. “일부러 팀원들이 안나올 때 출근하는 경우도 많아요. 주말에 혼자 조용히 작업하며 라디오를 듣고 있으면 굉장히 평화로운 기분이 들거든요. 막 완성한 오브제들을 바라볼 때 행복감을 느끼고요.” 공동 작업은 물론 개인 작업도 이곳에서 이뤄진다. 실제로 김윤하 작가는 자신만의 작업을 꾸준히 선보여왔다. 틈틈이 전시를 열거나 협업을 진행하는 한편, 송주원 안무가의 댄스 프로젝트에도 참여하고 있다. 이번 윈도 작업이 끝나면 송주원의 연말 공연에서 미술 작업을 맡을 예정이다.
아무리 평화롭고 안온해도 작업실이 과연 집만 할까 싶지만, 김윤하 작가는 오히려 집이 지긋지긋해질때가 있다고 털어놨다. 언제든 가만히 앉아 있지 못하고 계속 뭘 치우거나 정리하는 성격 때문이다. “그럴때면 여기로 오는 듯해요. 일에서 도망칠 수 있는 공간이 집이라면, 작업실은 집에서 도망칠 수 있는 공간인 셈이죠. 만약 저 하나만을 위한 작업실을 구했다면 결국 제2의 집이 되어 숨 막히지 않았을까요? 여긴 공동으로 사용하는 공간이다 보니 그나마 제 집착을 덜어주고, 저를 조금은 쉬게 해주는 것 같아요. ” 결국 그에게 자신만의 공간이란 계속해서 스스로를 환기시키며 새로운 에너지를 주는 존재가 아닐까. 공간에 관한 호기심은 그의 가장 일상적이고 유쾌한 화두이기도 하니까. 박길종 작가와 처음 이태원에 10평 남짓한 작업실을 얻은 것도 ‘심심하면 부동산에 뭐 나온 것 없나’ 구경 다니다가 우연히 싸고 괜찮은 공간을 발견했기 때문이라고.
“늘 새로운 공간을 만나면 이 부분엔 이걸 더하고, 저 부분은 저렇게 쓰고 싶다는 생각을 해요. 빈 공간을 채워 넣는 것도 좋아하고, 공간이 지닌 성향이나 역사에 대해 알아보는 것도 좋아하죠.” 그가 특히 중요하게 여기는 건 귀여움과 유머러스함. 얼핏 작업실 곳곳에 아무렇게나 놓인 듯한 오브제들도 자세히 살피면 하나하나의 숨은 유머를 발견할 수 있다. “꼭 예술이 아니더라도 사람들은 다양한 방식으로 자신을 표현하고 싶어 하잖아요. 저의 경우엔 공간을 꾸미는 행동으로 발현되는것 같아요. 진짜 나를 보여주는 가장 정확한 표현 방식이란 생각이 들어요.”
빛과 이야기를 담다, 유리공예가 양유완
역할에 따라 분명하게 이름 붙여진 공간들이 있다. 이를테면 작업실이란 ‘작업을 위한 방’, 존재 이유 자체가 생활이 아닌 일에 집중된 공간이다. 그런데 양유완 작가의 작업실은 단순히 ‘작업’이란 단어로만 규정하기가 쉽지 않다. 분명 그가 1250℃짜리 가마 여러 대와 씨름하며 치열하게 공예품을 탄생시키는 현장이지만, 홀로 휴식을 취하기에 더없이 완벽한 쉼터, 새벽까지 지인들과 술잔을 기울이는 아늑한 사랑방이기도 하다. 공간 전체가 건물 2채를 합친 독특한 구조인데, 이를 작업실과 쇼룸, 리빙룸 등으로 적절히 분리해 활용하고 있다.
“집보다 여기서 훨씬 더 오래 생활하거든요. 일상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공간이다 보니 언제든 집 같은 편안함을 줄 수 있어야 한다는 마음이 컸어요. 한번 들어오면 나가기가 힘드니까 이 안에서 최대한 많은 걸 누려야 했죠. 물론 개인적인 취향이 많이 담겨 있긴 하지만, 의도했다기보다는 제 삶과 생활에 필요한 물건, 작업물들이 끊임없이 더해지며 서로 어우러진 결과예요.” 작업실과 리빙룸 사이 외부 공간을 테라스로 꾸민 것도 그 때문. 바람도 잘 통하고 볕도 잘 드니 특히 봄가을엔 이만한 놀이터가 없단다. 빈 땅에 식물을 들여 조촐하게 시작했던 가드닝이 어느새 그를 도시 농부의 삶으로 끌어들이기도 했다. “울타리를 세워 토마토도 심고 바질도 심고, 거의 농사 짓는 수준이에요. 원래 테라스는 지인들과 가볍게 술도 마시며 즐기기 위한 공간이었거든요. 그런데 언제부턴가 여기서 무언가를 키우고 가꾸는 즐거움이 제 일상에서 무척 중요해졌어요.”
평소 양유완 작가는 넓은 소파와 커다란 테이블이 있는 리빙룸에서 가장 오랜 시간을 보낸다. 개인 작업이나 프로젝트 미팅을 할 때도 있지만, 별다른 용무가 없는 지인들도 수시로 이곳을 드나든다. “집에서처럼 제가 만든 공예품을 자유롭게 사용해볼 수 있잖아요. 많은 사람들에게 자연스레 제 작업을 표현하고 또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인 셈이죠.” 워낙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과 교류하다 보니 웃고 떠들다가 작품의 영감을 얻는 경우도 적지 않다. 생각지 못한 아이디어나 질문이 던져질 때, 이를 받아들이고 재해석하는데도 적극적이다. 지금껏 그가 다양한 브랜드, 아티스트들과 협업해온 것은 공간만큼이나 유연하고 다재다능한 예술적 성향 덕분. 지금도 재단법인 아름지기와 함께 고려청자를 유리로 재해석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양유완 작가의 공간에서 소통만큼이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은 빛이다. “햇살이 주는 행복이 확실히 있더라고요. 제가 다루는 유리라는 소재의 물성 자체가 빛을 받으면 특히 돋보이기도 하고요. 그러다 보니 빛을 많이 쫓아다니는 듯해요.”
그는 ‘공간의 시작과 끝이 빛’이라 말했다. 빛이 주는 느낌에 따라 오전과 오후, 낮과 밤의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진다고. 예를 들면 리빙룸이 가장 아늑한 시간대는 오후 4시경, 테라스가 가장 눈부신 시간대는 이른 아침이다. 적당한 시간대와 적절한 빛, 공기처럼 떠도는 삶과 이야기들은 그의 일상을 더 생기 있게 만들어준다. “내가 간직해온 다양한 기억이 구석구석 숨어 있는 공간, 그래서 그것들이 언제든 툭툭 튀어나올 수 있는 공간. 나만의 스토리가 있는 공간이 진정한 나의 공간인 것 같아요.”
작고 귀여운 나의 세계, ‘디에디트’ 대표 이혜민
사는(live) 재미가 없으면 사는(buy) 재미라도’라는 슬로건을 장착한 디에디트는 MZ세대의 소비 패러다임을 바꾼 플랫폼이다. 다양한 제품을 리뷰하고 신상품 소식을 전하며 에디터의 취향에 맞는 콘텐츠를 소개하는 웹사이트, 유튜브, 인스타그램, 뉴스레터 콘텐츠를 발행한다. 이 모든 것을 진두지휘하는 이혜민 공동대표는 말 그대로 24시간이 모자란 삶을 산다. 그런 그에게 집은 온전한 쉼의 공간이다. 지난 4월 이사한 이 집은 채광을 기준으로 택했다. “집에 있는 시간이 길지 않아 채광이 중요할까 했는데 해가 잘 들지 않는 공간은 죽은 공간이 되더라고요.”
독립 후 두 번째 터전이 된 이곳에서 가장 만족스러운 것도 가로 3m에 육박하는 창문이다. 계절의 변화를 오롯이 목격할 수 있는 창문을 배경으로 주황색 소파, 파란색 테이블 등 볼드한 컬러 플레이가 인상적이다. 문을 열면 가장 먼저 보이는 공간에는 커다란 액자와 인센스 스틱, 감각적인 조명이 자리한다. 쏟아지는 트렌드 속에서 살아가지만 그의 집은 나름의 방법으로 깔끔하게 정리 정돈돼 있었다. 그에게 정리란 삶을 온전히 지탱하는 힘이기 때문이다. “혼자 살기 시작하면서 빠르게 행복해지는 방법을 찾게 됐어요. 청소와 정리 정돈을 하는 활동이 제게 행복을 가져다준다는 것을 깨닫고 나니 밖에서 힘든 일을 겪어도 괜찮아지더라고요. 몸과 마음을 충분히 회복할 수 있는 나만의 세이프티존 덕분에 안정감이 생겼죠.”
이곳에서 그는 조물주이자 창조주로서 모든 것을 컨트롤할 수 있다. 혼자 살기 시작한 뒤 그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시간은 아침이다. “야근이 너무 잦아 집에서 뭔가를 할 수 있는 여지가 없어요. 그래서 출근 전 1시간 일찍 일어나 온전히 저만을 위한 시간을 보내요.” 침구를 정리하고 환기를 시키고 인센스를 피워 좋아하는 향을 맡는 등 소소한 일이지만 그는 리추얼을 통해 얻는 성취감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오늘 아침에도 뭔가를 해냈다는 성취감이 쌓여 저를 단단하게 만들어요. 출근을 하고 세상에 나가면 내 맘대로 되는 것이 하나도 없는데 집에서는 저만의 속도와 문법으로 움직일 수 있죠.”
실제로 이러한 성취는 스트레스의 농도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되었다. 무서운 속도로 쏟아지는 트렌드를 다루면서도 그는 자신의 공간을 채우는 물건은 실용성을 염두에 두고 신중하게 선택한다. 정리를 중요하게 생각하다 보니 물건을 들일 때는 제로섬게임을 떠올린다. 새로운 물건을 취하면 비슷한 역할을 하는 물건은 자리를 비워야 하기에 목적성이 분명한 아이템을 고른다. 소비 철학이 있다면 자주쓰는 물건만큼은 제일 좋은 것을 선택한다는 점. “하루 세 번 사용하는 칫솔, 하루의 시작을 함께하는 헤어드라이어, 잠옷, 오일 버너와 같이 일상에서 자주 마주하는 물건에는 돈을 아끼지 않았어요. 가장 빠르게 행복에 닿을 수 있는 길이라고 여기기 때문이죠.” 디에디트를 통해 손에 잡히는 로망을 주는 콘텐츠를만들고 싶다는 이혜민 대표. 그의 바람이 가능한 건 확실하고 분명한 자기만의 방공호를 마련했기 때문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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