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T 상 가장 뜨거운 소재, '몸'의 예능

2022. 9. 7. 20:18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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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OTT에서 가장 뜨거운 소재는 다름 아닌 ‘몸’이다.

BY 에디터 김희성 | 2022.09.07

알고리즘이 내 생각까지 읽는 건지 유튜브는 난생처음 헬스장에 출석 체크를 하며 몸 만들기에 돌입한 내게 다양한 운동 영상을 추천해준다. 지기TV, 흑자헬스, 핏블리, 핑크힙 응비, 지피티 같은 유명 헬스 유튜버들의 채널부터 최근 유튜브를 시작한 스켈레톤 국가대표 윤성빈의 ‘아이언빈’까지. 신나게 웨이트를 하고 돌아오면 헬스 유튜버들의 식단, 운동 영상을 보며 닭가슴살을 먹다 잠드는 게 자연스러운 일상이 됐다. MZ세대에게 운동은 인생을 즐겁게 만들어가는 도구 중 하나다. 인스타그램에 #오운완 #오하운 을 인증하고 1일 1샐러드를 먹는 등 놀이하듯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만들어나간다.
 
자신의 몸을 긍정하고 기왕이면 건강한 몸으로 가꾸려 하는 헬시플레저 인구가 늘어 나는 트렌드를 반영해 OTT 플랫폼에서도 몸을 소재로 한 예능을 속속 제작해 선보이는 추세다. 티빙 <제로섬게임>은 몸무게를 가지고 하는 서바이벌 형태의 심리 게임이다. 참가자들은 정해진 공간에서 생활하며 하루 5번 몸무게를 측정해야 한다. 참가자들의 몸무게를 모두 더했을 때 기존 몸무게와의 총합 차이가 적을수록 유리하다. 입소 시 잰 몸무게와의 차이가 0kg인 참가자는 유지어터라 칭하고 특별한 혜택을 준다. <제로섬게임>은 인류 공통의 고민거리인 몸무게를 소재로 삼고, 이해하기 쉬운 룰을 더해 그동안 서바이벌 예능의 복잡한 규칙을 입문 장벽으로 여긴 시청자들의 마음까지 사로잡는다.
 
넷플릭스는 최고의 ‘몸’을 찾기 위한 서바이벌 <피지컬: 100> 제작에 돌입했다. 최강 피지컬이라 자부하는 100인 중 최종 1인을 뽑는다. 웨이브와 라이프타임은 최대 상금 3억원을 놓고 벌이는 보디빌딩 서바이벌 <배틀그램>을 공동 제작했다. 트레이너, 모델 등 8인의 참가자는 3주 동안 최대한 살을 찌운 뒤 다양한 미션을 통해 다시 조각 같은 몸으로 거듭나는 과정을 보여줄 예정이다.
 
<제로섬게임>을 연출한 고동완 PD는 제작 발표회 당시 “몸무게는 남녀노소 모두 관심 있고 모두가 컨트롤 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것이 쉽지 않다. 이를 예능의 소재로 삼고 싶었다”고 말했다. 근력을 키우거나 체지방을 빼거나 활력 있는 삶을 원하거나 조각 같은 몸을 갖길 원하는 등 운동하는 이들이 지향하는 각자의 목표는 다르지만 그 과정이 절대 만만치 않다는 데는 모두가 동의한다. 몸을 소재로 한 예능이 이토록 뜨거운 관심을 받는 것도 가장 원초적이면서도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영역의 노력과 고통, 희열이 동반되기 때문일 것이다. 거기에다 ‘쇠질’ 좀 해본 헬시플레저인이 늘어나면서 피지컬 예능에 공감할 수 있는 시청자층도 두터워지고 있다.
 
참가자들이 몸을 만드는 과정에서 수반되는 인내, 노력, 고통이 얼마나 큰지 지켜보며 자연스레 자신들의 과거를 소환할 뿐 아니라 양념치킨 대신 닭가슴살을 먹으며 불행함을 느끼던 각자의 지난날을 떠올리며 출연자에게 마음을 내어준다. “식단하고 있어서요. 저는 샐러드 먹을게요”라고 말하는 다이어터에게 “무슨 소리야. 한 끼는 괜찮아”라며 푸짐한 밥상을 권하는 빌런에게 당해본 경험이 모두 한번씩은 있을 테니 말이다.
 
피지컬 예능은 근육질 몸에 대한 찬양, 건강한 몸에 대한 선망, 몸무게에 관한 고민 등을 공개적인 장소에 올려놓는다. 몸에 대한 이야기는 은밀한 곳에서 해부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여기던 한국인들의 암묵적인 대화 룰도 덩달아 유연해졌다. 무엇보다 몸을 소재로 한 예능은 아드레날린 그 자체다. ‘다이어트를 할 때 가장 재미있는 건 남 다이어트 하는 걸 볼 때’라는 말처럼 운동 좀 해본 사람들은 방구석에서 누워 지켜보기만 해도 저 동작이 얼마나 고통스럽고 힘든지 안다. 그렇기에 남의 몸에 얽힌 서사는 더 재미있고 흥미롭다. ‘3대 몇?’ ‘언더아머 단속반’처럼 커뮤니티에서 쓰던 운동인들의 밈을 알아가는 재미도 크다. “오늘 뭐해?”라는 말에 “상체” 또는 “하체”라고 답하고 세상에서 가장 두려운 것이 근손실인 신인류에게 몸의 예능은 새로운 장르의 오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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