팝업이 많이 열리는 이유
2022. 10. 14. 19:17ㆍ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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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프라인 경험의 힘은 생각보다 강하다. 최근 팝업 스토어의 인기가 이를 증명한다.
오랜만에 휴일을 맞아 여의도 더현대 서울로 향했다. 친구가 ‘꼭’ 가고 싶다며 예약해둔 블랙핑크 콘셉트 팝업 스토어에 가기 위해서였다. 정규 2집 에서 가장 먼저 공개된 ‘핑크 베놈’ 뮤직비디오 콘셉트를 모티프로 체험 공간을 구현했는데, 입장 예약부터 ‘피케팅’이라 할 만큼 치열했단다. 팝업 스토어를 제외하고는 백화점에 딱히 볼일이 없었으므로 그날 외출의 목적은 블랙핑크 팝업 스토어라고 할 수 있겠다. 돌이켜보면 최근 이런 식의 외출이 꽤 잦았다. 20년 가까이 야구를 즐기고 있는 야구 팬으로서 지난달엔 KBO가 한국프로야구 40주년을 기념해 성수동에서 연 팝업 스토어를 찾았다. 평소엔 볼 수 없었던 KBO 리그 기록물이나 한정판 굿즈가 마련돼 있었다. 또 지난 주말엔 코엑스에서 열린 아트페어 프리즈 서울 현장에 자리한 노티드 도넛 팝업 스토어를 찾아 한정판 메뉴를 먹었다. 짧게는 며칠, 길어도 한 달 정도로 ‘빛났다 사라지는’ 팝업 스토어를 놓치지 않으려면 시간이 날 때마다 부지런히 찾아다녀야만 한다. 요즘은 F&B부터 K-팝, 스포츠, 명품, 주류 등 분야를 가리지 않아서 블랙핑크 팝업 스토어가 그랬듯 그 자체로 외출의 목적이 되곤 한다. 게다가 팬데믹 이후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경계가 허물어지며 한 동네에서도 동시다발적으로 여러 브랜드의 팝업 스토어가 열린다. 그야말로 팝업 스토어 대폭발의 시대다.
소비자 입장에서 더 즐거운 건 그 형태나 방식이 다양하게 뻗어나가고 있다는 거다. 때로는 예측 불가할수록 오히려 효과가 좋다. 수면 전문 브랜드 시몬스가 지난해 부산에서 열었던 ‘시몬스 그로서리 스토어’가 대표적인 예다. 당시 팝업스토어를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침대 없는 침대 회사 팝업 스토어’였다. 대신 외국 휴양지의 숍처럼 꾸민 공간과 한정판 굿즈, 로컬 브랜드와 협업한 제품이나 현지 식재료 등으로 콘텐츠를 채웠다. 다소 무겁던 브랜드 이미지에서 벗어나 젊고 힙한 사람들이 찾고 싶은 이미지로 탈바꿈하는 계기였다. 침대를 체험해보는 공간은 전혀 마련되지 않았지만, 그곳을 찾은 사람들의 머릿속에 시몬스라는 브랜드 네임은 확실하게 새겨졌을 테다. 시몬스 그로서리 스토어는 서울로 올라와 청담동에 플래그십 스토어로 정착했다. 시몬스 관계자는 침대는 한 번 사면 10년은 쓰니까, 10년 후에도 이름을 기억할 수 있는 브랜드가 되기 위해 이런 마케팅을 편다고 밝혔다. 효과는 즉각 나타났다. 시몬스는 2021년 매출 3054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12%나 성장했다. 과거의 행사 매장, 팝업 스토어라 하면 신제품을 홍보하고 판매하는 역할이 주였다면 요즘 잘되는 팝업 스토어가 목표하는 건 매출이 아니라는 말이다. 제품의 카테고리와 상관없이 브랜드 그 자체로 소비자의 라이프스타일에 각인될 수 있는가가 팝업 스토어의 성패를 좌우하는 기준이 됐다. 소비자를 붙들고 설득하기보다는 공간을 채운 아트워크나 제품, 체험의 방식을 통해 자연스레 브랜드의 가치를 읽어낼 수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좀 더 강렬한 체험을 남길 필요가 있다.
코오롱스포츠는 브랜드의 친환경 행보를 제주에서 열린 팝업 스토어 전시 <해녀의 잠수>를 통해 알리고 있다. 도시 재생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탄생한 솟솟리버스 제주 매장에서 열렸다. 최소한의 인테리어 공정만 거쳐 만들어진 솟솟리버스 제주에서는 업사이클링 제품만 판매한다. 테이블이나 선반, 의자도 제주 바다에서 발생한 해양폐기물을 재사용했다. 이곳에서 코오롱스포츠의 재고 원단을 사용해 제주 해녀의 연철조끼인 어깨말이를 새로 리메이크한 작품들을 전시한다. 지역 부녀회원들이 만든 것들이다. 한편 하우스 파티를 콘셉트로 대규모 팝업 스토어를 여는 브랜드도 있다. 코카콜라 크리에디션의 두 번째 프로젝트 ‘코카콜라 제로 마쉬멜로’ 출시를 기념해 성수동 피치스 도원에서 열린 팝업 스토어다. 레이든, 그루비룸 규정 등 핫한 DJ 아티스트들의 공연, 포토존과 스포츠카 전시, 게임존과 이름을 각인한 세상에 단 하나뿐인 코카콜라 제로 마쉬멜로 특별판 증정 등 놀이 콘텐츠로 꽉 채웠다. 팝업 스토어의 인기는 수치로도 확인된다.
더현대 서울 지하 2층 크리에이티브 그라운드에는 팝업 전용 공간만 세 곳이 있다. 현대백화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오픈 첫해 이곳에서 상품을 구매한 2030고객은 140만여 명에 이른다. 서울에 거주하는 2030세대 약 290만여 명 중 절반이 방문한 셈이다. 그러므로 팝업 스토어의 가치는 오프라인이 가진 힘으로 귀결된다. 스마트폰에 검색만 하면 모나리자 그림을 감상할 수 있지만 오늘도 루브르 박물관 앞에는 작품을 직접 보기 위해 모여든 전 세계의 사람들이 줄을 선다. 이 역시 마찬가지 이유가 아닐까? 팬데믹을 지나오며 NFT, 메타버스, 비대면 행사 같은 온라인 세상이 엄청나게 비대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30세대가 오프라인 경험을 이토록 원하는 한 팝업 스토어의 인기는 쉬이 사그라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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