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환율 시대에 살아남기 - 연일 무서운 기세로 고공 행진 중인 환율, 과연 우리 일상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2022. 10. 25. 23:34ㆍ투자인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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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blog.kakaocdn.net/dn/k3qqT/btrPBrGxFdy/RsLqNpjalT3XK5uYB4ztdk/img.jpg)
지난해, 역병과 함께 주식투자 열풍이 한바탕 휩쓸고 지나갔다. 주식이라고는 삼성전자밖에 모르는 사람도, 주식을 하면 패가망신한다고 경계하던 사람도 증권사에 계좌를 만들고 뭐라도 샀다. 사면 오르는 나날이라고 했다. 가만히 앉아서 돈이 쑥쑥 불어나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노라면 주변에서 들려오는 이야기가 있었다. “국내 주식은 수익률이 지지부진해. 주식은 해외 주식이 진짜야.” 해외 주식이라고 해도 결국 미국 주식이다. 애플, 아마존, 구글, 테슬라…. 이름마저 고급스러운 저 회사의 주식을 사면 10년 뒤에는 집도 한 채 사고, 어쩌면 은퇴도 가능할 것 같다. 그런데 큰맘 먹고 미국 회사 주식 구매 페이지에 들어가는 순간 깨닫게 되는 사실. 미국 주식은 대충 주워 담기엔 꽤 비싸다. 이름이라도 들어본 회사들은 1주에 10만원대면 바겐세일 수준이고, 초심자에게 기본으로 추천하는 리스크 낮은 지수 추종 상품들은 50만원부터 시작이다. 그런데 얼마 안 되는 돈을 투자해 미국 주식으로 부자가 될 수 있는 치트키가 있다. 바로 원-달러 환율이 크게 떨어지는 상황이다. 지금도 1달러에 1400원을 찍는다 아니다 난리를 피우고 있는 환율이 1달러에 700원쯤으로 반토막이 나면, 삼성전자나 애플이나 비슷한 가격이 된다. 그런데 그럴 리가 없다는 걸, 우리는 모두 잘 알고 있다. 도대체 환율이 뭔지는 몰라도 말이다.
경제가 흔들리면 환율이 오른다 사실 환율은 아주 간단한 단어다. 예를 들어 카페에서 아메리카노 한 잔 사 먹을 때마다 찍어주는 도장을 열 개 모으면 서비스 아메리카노가 나오는 경우가 있다. 그러면 도장과 아메리카노의 교환 비율은 10:1이다. 그걸 미국 달러와 우리나라 원화로 바꿔 생각하면 된다. 어차피 요즘 뉴스에 나오는 환율은 다 원-달러 이야기다. 1달러가 1200원 언저리라는 걸 상식처럼 생각하고 살았는데, 지금은 글로벌 금융위기가 왔던 2008년, 2009년 이후 처음으로 1400원을 넘을 것 같다고 한다. 연말에는 1500원이나 1600원까지 갈지 모른다고 겁을 주는 전문가도 있다. 환율이 높아진다는 건 한국의 국력이 약해지고 있다는 의미다. 다들 미국 달러를 원하지 한국 돈을 원하지 않는다는 것. 위기를 맞을 만큼 위험한 나라에서는 돈을 빼내는 것이 합리적이다. 그러니까 경제위기가 닥쳐오면 환율이 오른다. 5원, 10원 왔다 갔다 하며 박스 구간에서 출렁거리는 게 아니라 크게 오르고, 빨리 오른다. 1997년 IMF 외환위기가 닥쳤을 때는 1달러에 700원, 800원 하던 환율이 순식간에 1990원대로 뛰어올랐다.
한국은 수출로 먹고사는 소국개방경제 국가다. 특히 원자재를 수입해 고부가가치 상품으로 만드는 가공무역이 경제의 주요 생태계다. 그런데 환율이 오르면 원자재 수입 가격도 그만큼 오르게 된다. 원가가 올라가니까 장사를 잘해도 적자를 본다. 실제로 원자재 가격 상승에 유가 상승, 환율 상승이 겹치는 바람에 8월에는 마이너스 94억7000만 달러라는, 통계 작성이 시작된 1956년 이후 사상 최대의 무역 적자가 났다. 환율을 포함한 경제 여건이 진정되지 않는다면 적자는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결국 손해를 보면서 운영할 수 없는 기업들은 소비자 가격을 올리게 된다. 수입 물가가 오르면서 시장 물가가 전반적으로 상승하고 있고, 앞으로도 오를 가능성이 크다. 평소 구매하던 저렴한 공산품에 ‘메이드 인 차이나’나 ‘베트남’ ‘인도네시아’가 붙어 있다면 그 물건은 환율이 오르면 가격도 오르는 물품이다. 그런데 국내에서 판매하는 웬만한 생필품은 모두 탄생지가 중국이나 베트남, 인도네시아다. 아무도 손톱깎이를 사면서 ‘메이드 인 코리아’를 찾지 않으니까. 또 하나, 식탁 물가도 환율이 오르면 바로 영향을 받는다. 한국의 식량(곡물) 수입 의존도는 80%를 넘는다. 우리 식탁에 오르는 음식 재료는 조선시대부터 해 먹던 레시피 재료가 아니고서야 전부 수입산이다. 특히 밀가루를 사용하는 빵과 면이 그렇다. ‘빵이 없으면 고기를 먹으면 되지 않느냐’ 하면, 고기 반찬도 비싸지기는 마찬가지다. 환율이 오르면 미국·호주산 소고기값만 오르는 게 아니다. 한돈도 한우도 수입산 콩을 먹고 자라니 함께 가격이 오른다. 2022년 상반기 기준으로 물가 상승분의 1/3~1/2은 환율 상승분이다.
사실 역병 이전에도 저금리 유동성은 풍부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양적 완화로 풀린 돈이 여전히 시장에 돌아다녔다. 여기에 코로나19가 창궐하면서 경기 침체를 막기 위해 각국 정부는 금리를 더 이상 끌어내릴 수 없을 만큼 끌어내리고 지원금도 살포했다. 이 유동성이 부동산이나 주식, 심지어 코인 같은 자산에까지 흘러 들어가 버블을 잔뜩 키웠다. 가격이 단시간에 천정부지로 치솟았다는 이야기다. 이 버블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가져온 에너지 가격 상승과 맞물려 어마어마한 인플레이션을 낳았다. 이제 세계는 물가를 잡기 위해 금리를 올리고 허리띠를 조이기로 했다. 역병도, 역병 때문에 혼란스러워진 일터도, 전쟁도, 아직 고통의 원인 중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은 채 세계 경제는 함께 가라앉는 중이며, 금리가 한껏 높아진 미국 달러의 매력도만 높아졌다. 현재 고환율 시대의 배경이다.
굳이 지금 재테크를 해야겠다면 그렇다면 고환율 시대에는 무엇을 어떻게 하면 돈을 벌 수 있을까. 사실 이런 시기에는 안 쓰는 만큼 벌 수 있다. 투자는 돈을 버는 일이면서 동시에 돈을 쓰는 일이다. 경제는 ‘호황-후퇴-침체-회복’의 사이클을 반복하기 때문에 다음 회복기를 기다리며 열심히 월급을 모으고 공부할 시기다. 물론 이미 모은 돈이 있다면 가치가 한껏 높아진 돈을 풍요롭게 굴릴 수 있다. 돈의 크기에 따라 누군가 금리 상승에 대출이자 부담으로 던진 부동산 급매물까지 노려볼 수 있는 상황이다. 지난해 8월, 한국은행이 미국 연준보다 먼저 기준금리를 올리기 시작했을 때 슬금슬금 원화 자산을 팔고 달러 자산을 쌓아뒀다면 환차익을 노릴 수도, 미국 주식을 운용할 수도 있다. 다음에 환율이 낮은 시기가 오면 반드시 달러로 된 자산을 사두자. 2000년대 초 중국이 한창 떠오를 때는 달러도 저렴했는데, 투자자들이 중국처럼 빠르게 성장하는 신흥국에 투자하려고 달러를 팔고 그 나라 돈을 샀기 때문이다. 그래서 달러는 대체로 주식시장과 반대로 움직인다. 이 시기에 반드시 첫 투자를 시작해야 하겠다면 금을 주목해보자. 지금처럼 달러 가치가 치솟을 때는 금값이 떨어지는데, 자산은 가격이 떨어졌을 때 사서 모아둬야 한다.
금값이 떨어진다는 소리가 슬슬 나오기 시작했다. 지금부터 관련 뉴스를 유심히 지켜보자. 최소한 계속해서 떨어지고 있다는 이야기가 들리면 바로 그때가 타이밍이다. 단, 모든 투자와 마찬가지로 한 번에 전 재산을 털어 넣으면 안 된다. 시간을 두고 적립식으로 조금씩 사 모아야 가격 변동에 대응할 수 있다. 금에 투자하기 위해 꼭 금괴를 소유할 필요는 없다. KRX금시장을 이용하거나 골드뱅킹, 은행 금신탁, 금이 포함된 상장지수펀드(ETF) 등을 다양하게 고려해보자. 매매 방식마다 수수료나 세금이 조금씩 다르다는 점은 미리 알아둬야 한다. 환율은 미국이 금리 인상을 멈추거나 국내 기준금리가 미국을 따라잡을 때까지는 계속 오를 가능성이 크다. 미국의 움직임이 마무리될 내년 상반기까지는 상황을 지켜보는 것이 좋겠다. 100% 수입하는 원유와 천연가스도 고환율 때문에 예전보다 비싼 요금을 물게 될 거다. 물건을 만들어야 하는 기업들에게도, 시베리아 뺨치는 추위로 난방이 필수인 우리에게도 올해 겨울은 추울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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