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으로 만든 거짓말
2022. 10. 28. 19:19ㆍ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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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한다는 이유로 시작한 거짓말이 어느새 나를 옥죈다. 스스로를 갉아먹는 줄 알면서도 도저히 그만둘 수 없다. 이제 와서 솔직하게 털어놓으면 모든 게 다 괜찮아질 수 있을까?
사랑하는 사람과는 모든 것을 공유하는 사이가 되길 바라지만 사랑하기 때문에 오히려 솔직해질 수 없는 순간들이 많다. 이제 막 사랑을 시작한 연인들은 시시콜콜한 이야기부터 시작해 서로를 알기 전의 시간까지 타임라인을 거슬러 올라간다. ‘절대 섭섭해하지 않기’. 새끼손가락까지 걸고 과거의 연애에 대해 숨김없이 얘기하기로 한다. 이제 상대방의 X에 관한 이야기가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는 저주가 따라다닌다. 마치 둘 사이에 누군가 한 명이 더 있는 느낌이다. 밥을 먹을 때, 서로가 좋아하는 음악을 들을 때도 온전히 둘일 수 없다. 서로가 서로에게 털어놓은 진실 때문에 사랑하는 연인들은 고통받는다.
그렇다면 연인 사이의 굳건한 사랑을 지키는 건 100%의 진실보단 적당한 거짓말일까? 거짓을 말하는 것이 아닌 ‘어느 정도까지만 진실될 것’은 사랑을 사수하기 위한 덕목 중 하나다. 이를테면 과거의 연애처럼 알아서 좋을 게 없는 이야기에 관해서는 가능한 한 디테일을 생략해 적당한 진실만 이야기하는 것이다. 최대한 뭉뚱그려서, 감정 없이, 무미건조하게. 문제는 사랑을 지킨다는 명목하에 시작했지만 자기 자신마저 갉아먹는 미련한 거짓말이다. A는 익숙한 장소에서의 편안한 데이트를 선호하는 성격이지만 활발한 스타일의 연인을 꿈꾸던 그의 성향에 맞춰 익스트림한 스포츠까지도 즐기는 척 연기를 하고 있다. 처음에는 그를 남자친구로 만들고 싶어 시작한 거짓말인데 이제는 점점 자신을 잃어가고 있는 기분마저 든다. 패션에 관심이 많아 매 시즌 유행하는 옷을 즐겨 입는 B는 흰 티셔츠에 청바지, 트레이닝복 같은 꾸안꾸 스타일을 좋아하는 사람을 만난 후에 그렇게 좋아하던 풀 메이크업을 하거나 향수를 뿌려본 적이 언제인지 기억나지 않는다고 토로한다.
한편 C는 자신의 엇나간 질투심이 불러오는 이상한 거짓말 때문에 고통받고 있다고 한다. 그와 자주 연락하고 지내는 여사친에게 묘한 질투심이 발동해 은근슬쩍 돌려까기를 하고 그와 같은 회사에 다니는 친한 여자 동료 얘기를 할 때 자신도 모르게 부정적인 톤이 된다고. 굳이 알지도 못하는 상대방을 깎아내리지 않아도 되는데 왜 그랬을까 밤마다 이불킥을 하고야 만다. D는 너무 사랑해서 떠나보내기 싫은 연인과 다툰 후 ‘그래도 우리 헤어지지 말자’라고 말하는 대신 ‘너 없이도 얼마든지 잘 살 수 있어’라고 내질러 버려 후폭풍을 감당하느라 매일 밤을 술로 지새고 있다. 정말 하고 싶었던 말은 ‘제발 나를 떠나지 말아줘!’였는데 그놈의 자존심 때문에 정반대의 말이 튀어나와버렸다고.
영화 <거짓말의 발명>처럼 거짓 없는 세상에서 살아가게 된다면 연인들은 더 행복할 수 있을까? 나도 모르게 시작했지만 돌이킬 수 없는 거짓말은 뒤늦게라도 진실을 털어놓는 것이 나을까? ‘사랑해서 그랬어’라는 변명은 어디까지 용서하고 용서받을 수 있을까? 셀 수 없이 많은 미련한 거짓말을 하고 후회하길 반복하며 내린 결론은 모든 거짓말의 씨앗은 사랑하기 때문에 그랬다는 착각이라는 것. 나를 갉아먹으면서까지 거짓을 말해야 이어지는 건강하지 못한 관계라면 억지로 붙잡을 필요는 없다. 연애에서도 가장 중요한 건 역시 나를 잃지 않는 것이기 때문이다. 과거에 무심코 한 거짓말 때문에 지금 괴로워하고 있다면 바로잡을 기회는 얼마든지 있다. 언젠가 거짓은 들통나게 되어 있고 거짓이 사랑을 지키는 데 능사가 아니니까. 우리는 사소하게 시작한 거짓말이 초래하는 파국에 관한 이야기를 이미 여러 편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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