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2. 24. 20:20ㆍ문화
▲ 영화 <서치 2> ⓒ 소니픽처스코리아
2018년, 전주국제영화제를 통해 먼저 봤던 <서치>는 참으로 간단한 줄거리를 보여준 작품이었다. 아내를 잃고, 16살 난 딸 '마고'(미셸 라)를 홀로 키우고 있던 '데이비드 킴'(존 조)이 어느 날 실종된 '마고'를 찾기 위해 모든 노력을 아끼지 않는다는 내용은 딸을 납치한 악당을 찾아가, "가만두지 않겠다"고 외쳤던, 리암 니슨의 <테이큰>(2008년)이 연상됐다. 하지만 <서치>의 미덕은 줄거리가 아닌 '영화를 보여주는 방식'에 있었고, 그 결과 전주국제영화제 현장에서는 무려 엔드 크레딧에서만 두 번의 박수갈채를 받기도 했다.
<서치>는 모든 사건을 관객에게 직접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데이비드'가 확인하는 노트북, CCTV, TV, 스카이프, 인터넷 방송 등의 화면을 통해서 간접적으로 보여줬다. 이는 2015년 개봉한 공포 영화 <언프렌디드: 친구삭제>와 유사하면서도, 진화한 모습인데, 이런 설정을 통해 관객은 101분이라는 상영 시간 내내 몰입감을 느낄 수 있었다. 우리가 온종일 보는 모니터를 영화적 기법으로 활용했단 사실에 끊임없이 감탄하면서 말이다.
작품을 연출한 아나쉬 차간티 감독은, 유튜브에서 바이럴 영상을 제작하여 24시간 만에 100만 조회 수를 기록한 뒤, 덕분에 '구글 크리에이티브 랩'에 스카우트까지 됐었던 유명한 일화를 남긴 인물이었고, <서치>는 그의 장편 데뷔작이 됐다. 그렇게 <서치>는 88만 달러의 제작비로 무려 7,500만 달러에 달하는 수입을 극장에서만 거둔 작품이 됐다. 이후 그는 두 번째 연출 작품 <런>(2020년)을 통해서 집이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보여줄 수 있는 '모녀 스릴러'로 또다른 재능을 보여주기도 했다.
이번에 만들어진 <서치 2>는 아나쉬 차간티 감독이 각본을 집필했고, <서치>와 <런>의 편집 감독인 윌 메릭과 니콜라스 D. 존슨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이미 <서치>가 '편집의 장르'이기도 한 만큼, 작품의 핵심적인 기반을 담당한 두 감독이 메가폰을 잡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는지 모르겠다. <서치2>의 주인공은 '데이비드 킴'의 이야기를 극화한 작품을 넷플릭스로 보던 '준'(스톰 리드)의 일상으로 시작된다. '준'은 어머니 '그레이스'(니아 롱)와 이야기하는 것보다 인터넷으로 친구들과 소통하는 것이 훨씬 즐거운 10대 딸이다.
'그레이스'가 1주일 동안 콜롬비아로 휴가를 간 사이 '준'은 친구들과 재미난 일상을 보냈다. 하지만 사건은 그때부터 발생한다. 여행을 떠난 '그레이스'가 귀국하기로 한 날 공항에 나타나지 않은 것. 갑자기 사라진 '그레이스'를 찾기 위해 '그레이스'가 묵었던 숙소의 CCTV, 인터넷 속 흔적을 모두 찾아봤지만, 사건을 파헤칠수록 믿을 수 없는 비밀이 숨겨져 있음을 알게 된다. 이를테면, '그레이스'와 함께 여행을 떠난 동행자 '케빈'(켄 렁)이 있는데, '케빈'은 자신에게 마음을 열지 않는 '준'에게 인정받기 위해 노력했다. '그레이스'와 함께 행방이 묘연해질 때, '준'은 '케빈'이 사기 전과가 있는 범죄자라는 걸 알게 된다.
'구독'과 '좋아요'로 대표되는 인터넷 커뮤니티 사회를 보여줄 때 엿보게 되는, 10대들의 흔한 '교우 관계 문제' 등은 <서치> 시리즈를 주목하게 했다. 이를테면, 부모와 함께 영화를 본 어린 관객들 중에서 "부모님이 내가 SNS를 사용하는지 몰랐는데 알게 됐다"는 후기가 <서치> 상영 중 등장하기도 했었다. 그만큼 SNS 시대에서 부모와 자녀 사이 소통의 벽이 존재한다는 것을 깨닫게 해주며, 영화와 현실의 차이가 그리 크지 않다는 걸 보여줬다. <서치 2>는 이를 반대로 하는 '역발상' 전략을 택했다.
디지털 환경에 그렇게 익숙하지 않던 X세대 아버지 '데이비드'가 딸을 찾는 것이 아닌, Z세대 딸 '준'이 빠릿빠릿하게 어머니를 찾기 위해 고군분투한 것. 덕분에 딸은 콜롬비아인에게 직접 어머니의 행방을 찾게 도와달라고 심부름을 보내거나, 전 세계의 유명 명소를 실시간으로 보여주는 라이브 캠을 활용하고, 심지어 '케빈'의 계정을 몰래 해킹하기까지 한다. 현세대에 맞춰 다양한 디지털 포맷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연출, 그리고 어머니의 실종에 숨겨진 반전은 관객의 긴장감을 늦추지 않는다.
그렇게 <서치 2>는 단순히 1편의 내용을 반복적으로 펼치기만 한 일부 속편과 달리, 당시의 노하우를 적극 보완하면서 만들어진, 흥미로운 상업 영화의 정석을 보여준다. 여전히 가족의 진한 사랑을 느낄 수 있는 할리우드의 따뜻한 작법도 느껴지는 만큼, 국내 관객에도 충분한 호감을 줄 수 있겠다. 또한, '그레이스'와 '준'의 이야기가 '넷플릭스 오리지널 콘텐츠'로 만들어진다는 내용은, 앞으로 <서치> 시리즈가 다양한 분야로 확장될 수 있는 자양분처럼 느껴졌다.
by.알지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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