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을 만나다, 책방에 살다
2022. 9. 21. 19:40ㆍ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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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방이 늘어난다. 위기는 기회가 되었다. 고독은 커뮤니티를 낳았고 마을은 책으로 북적인다. 서점보다 팬데믹을잘 극복한 곳이 또 있을까?
세상은 어쩌면 오르막과 내리막, 그의 반복인 걸까. 아니, 그저 책방이 수상한 걸까. 코로나19가 시작되고 3년, 책방을 둘러싸고 보도된 서로 다른 두 개의 이야기는 적응을 하기까지 묘한 시차를 요한다. 고작 2년 사이 달걀노른자 뒤집듯 정반대가 되어 돌아온 책방의 새옹지마 같은 시절은 고개를 갸우뚱하지 않을 수 없다. 2020년, 코로나19와의 1년을 돌아보면 책방은 어김없이 크나큰 타격을 받았고, 특히 동네의 서점들은 하나같이 고전을 면치 못했다. ‘서점연합’이 2년 주기로 발표하는 <서점 편람>에 의하면 전국의 서점 수는 2019년 기준 2320곳으로 2017년 대비 21곳 감소했다. 물론 우리가 실감하는 ‘코로나 충격’에 비하면 극히 적은 숫자처럼 느껴질 수 있지만, 사실 국내의 책방 수는 2000년 이후 가장 저점을 찍었던 2015년 2165곳을 제외하면 계속 증가하는 추세였다. 개성 있는 동네 서점들이 생겨나고, 소비가 아닌 경험을 추구하는 세대가 등장하고, 읽는 독서가 아닌 ‘말하는 독서’, 각종 독서 관련 모임이 전국 곳곳으로 퍼져나간 게 모두 그 5년 세월 동안이다. 2015년은 ‘도서 정가제’가 시행된 첫 해이기도 하다. 1990년대 말 전자 서점의 등장으로 돌연 궁지에 내몰렸던 책방은 그러니까 10년 남짓, 나름의 활로를 찾았는지 모른다.
하지만 또 하나의 위기, 코로나19가 창궐하며 동네 서점은 다시 문을 닫고, 책방에서의 활동, 관계, 활기는 사라진다. 무엇보다 코로나19라는 불확실성의 변수가 보다 자율적 책의 문화를 다시금 얼어 붙게 했다. 거짓말처럼 반복되고 있는 책을 둘러싼 2년 주기의 데자뷔. 이를 우린 무엇이라 말할 수 있을까. 서울 은평구에서 25년간 책을 팔던 지역 서점 ‘불광 문고’가, 10년 넘게 혜화동을 지키던 ‘이음 책방’이 그렇게 2020년 6월과 9월 각각 문을 닫았다. 마을에서 책방은 분명, 사라지고 있었다. 그런데 지난 7월, 서점연합은 다시 한번 <서점 편람>을 펴내며 국내 서점 수가 코로나19 이전(2019년, 2320곳)보다 9% 증가한 2528곳이라 발표했다. 이 역시 고작 9%라 할 수 있지만 200곳 넘게 서점이 늘어난 숫자이고, 비대면의 일상이 어느 정도 정착된 후도출된 결과다. 연합회의 사무국장은 ‘이번 서점 수 증가는 다양한 형태의 소규모 서점이 늘어났기 때문’이라 분석한다. 말하자면, 책방 상권의 회복, 지역 커뮤니티의 귀환. 그러니까 ‘동네 책방’이 어쩌면, 다시 돌아왔다.
이러한 현상은 비단 한국만의 사정이 아니다. 2020년 5월 AP통신이 보도한 한 뉴스의 헤드라인은 ‘팬데믹 1년을 지나며 독립 서점 들은 -현 시점에서- 재앙을 면했다(-so far- avoided disaster)’였다. 자료를 살펴봐도 그 ‘다행한 일’은 수치로 증명된다. ‘미국책방 연합(American Bookstore Association, ABA)’의 2021년 리포트에 따르면, ABA 소속 미국의 서점 수는 2019년 1916곳에서 2021년 2496곳으로 늘어났다. 한 주에 한곳 꼴로 문을 닫았다던 2020년과 비교하면(ABA는 당시 독립 서점 20%가 폐점 위기에 있다고 발표했다) 극단적으로 호전된 숫자다. ABA 협회장 알리스 K. 힐은 “이보다 훨씬 심각할 수 있었다”고 이야기했지만 실은 그렇지 않았고, 2021년 미국에서 문을 닫은 서점은 단 41곳. 그해 봄에만 무려 300곳 가까이 새로 문을 열었다.
동네에서 서점이 사라진다며, 일본에선 ‘서점 제로’ 지역이 또 늘었다며, 미국에서도 서점을 넘어 인기 관광 스폿이기도 한 ‘파월 북스’가 직원을 500명에서 60명으로 감축할 정도로 힘들었던 게 고작 얼마 전인데, 새삼 책방은 지금 늘어나고 있다. 대체 무슨 일일까. 지난 2020년 겨울, 파월 북스의 CEO 에밀리 파월은 “매장 불 켜고 끌 사람만 남기고 떠나보냈어요”라고 이야기했다. 그리고 지금 그곳은 직원을 다시 확충해 150명 수준까지 회복했다. 비대면 일상도 어느덧 익숙해지는 지금, 인간의 항체 지속 기간은 최대 6개월이라 하던데 책방의 회복 기간은 단 2~3년이 었던 걸까. 서점은 왜인지, 의외로 괜찮았다.
마을에서 책방이 사라진다.’ 이렇게 자극적인 타이틀의 문장을 처음 접한건 2021년 3월 일본에서 발매된 월간지 <츠쿠루>의 책방 특집을 통해서였다. 실제 일본에선 가장 피크였던 1990년대 말 2만 곳 넘던 책방이 점점 줄어 2021년 현재 전국 약 8000곳만이 남아 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같은 해 5월, 서적 전문지 <책의 잡지>가 꾸린 특집의 제목은 ‘책방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였다. 마치 앞의 주장을 부정하듯, 고작 두 달 뒤에 발매된 이 잡지는 팬데믹 와중에 마을에서 자생하는 새로운 유형의 독립 서점들에 집중했다. 다시 한번, 대체 무슨 일일까. 하지만 이와 같이 일본에서도 동네 서점들이 자꾸만 문을 닫는 ‘소멸 현상’은 정반대로 자꾸만 문을 새로 여는 작은 책방들의 이상한 상승세와 맞물려 있다. 책방 연구가이자 도쿄 시모키타자와에서 ‘북숍 트래블러(Bookshop Traveller)’란 책방을 운영하는 와키 마사유키는 “한 주에 하나씩은 새로 생겨나는 느낌이었어요”라고 말했는데, 에밀리 파월의 서점의 종말을 암시하는 듯한 그 말과 이 말은 얼마나 다르고 또 다행일까. 책방은 어쩌면, 통계 너머 존재하는 것일까.
다만 확실한 건 책방을 둘러싼 서로 상반되는 이야기가 당시 우리의 좌충우돌하던 일상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와키 마사유키는 “책방이 줄었다고 할 때의 책방은 중앙 유통망을 거쳐 책을 배본하는 서점을 의미한다”고 이야기했고, 지난 코로나19 3년간 우리가 경험해온 잦은 봉쇄와 그로 인한 책의 온라인 구매, 반대로 집콕으로 인한 고립감과 그에 기인하는 동네 책방의 수요. 이렇게 우리가 허둥대던 사이 책방은 필요와 쓸모에 따라 ‘새로운 양식’을 구축하고 있던 것인지도 모른다. 미국의 서점 컨설턴트 마크 카우프만은 “팬데믹 기간 중 쌓인 고립감을 해소하려는 열망이 독립 서점의 붐을 낳았다”고 분석한다. 마을에서 책방이 없어진다는 건 책을 매개로 한, 책방에서 시작되는 관계를 잃어버린다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불필요한 외출과 일상을 덜어내기 바빴던 시대, 그렇게 남은 건 ‘관계의 책방’인 걸까. 위기는 왜인지 기회가 되었고, 외로움에 두터워진 관계는 책방을 다시, 가능하게 한다.
출판 전문 기자 힐렐 이탈리는 이렇게 이야기한다. “서점은 회복력을 갖춘 비즈니스예요. 위기, 장애와 분투해온 세월이 수십 년이죠. 하지만 동시에 큰 타이틀 하나에 기세가 뒤바뀌기도 하는 게 출판이랍니다.” 실제 2000년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700쪽 넘는 45달러짜리 자서전 <약속의 땅>이 발행됐을 때, 많은 독립 서점들은 손실을 보상할 절호의 기회라 생각했다. 그런 게 바로 책방이기도 하다. 사건(이슈)이 벌어지고 위기가 찾아오고, 적응을 하고 다시 일어나는 것, 이를 책방의 ‘자기 회복력’이라 말할 수 있을까. 1995년 아마존이 등장했을 때 걱정은 태산 같았지만 여파는 5년을 가지 못했다. 5년간 미국의 독립 서점은 43%가 문을 닫는 초위기 상황을 맞았음에도 다시 5년 동안 35%를 회복했다. 하버드 대학의 라이언 라파엘리 교수는 이를 ‘기술의 재현(technology reemergence)’이라 정의한다. 그러니까 지금 책방은 또 한 번의 ‘위기와 극복’이란 역사의 모멘텀을 넘고 있는 건지 모른다.
지난 6월 ‘서울국제도서전’ 컨퍼런스에서 포르투갈의 서점 ‘렐루’를 운영하는 루이자 쿠토는 “어떤 아이도 처음으로 사랑하는 책을 온라인 서점에서 찾을 순 없을 거예요”란 말을 했다. 다시 회복하는 시절, 책방은 우리가 돌아가고자 하는 가장 원형의 1일을 닮아 있다. 책이 놓인 환경과 분위기, 종이책에서 나는 냄새와 인기척. 언제 어떤 책을 만날지 모른다는 ‘우발성’. 그러니까 사람 사는 곳. ABA 협회장 알리스 K.힐은 “코로나19 이후 가장 주목해야 하는 건 전에 없이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이 책방을 오픈하는 새로운 트렌드가 생겨난 것”이라고 이야기했는데, 실제 지금 책방을 여는 건 생선 가게 주인, 철물점 사장님, 오토바이 기술자와 약국의 약사 그리고 논밭을 일구는 농부, 책과 전혀 관계없던 사람들이다. 그러니까 다시 일상을 회복하는 시절, 책방은 그렇게 그곳에 있다.
1, 2 코로나19 기간 중 문을 연 아동 서점과 바이크 전문 책방.
책방에 자유의 날개를 달다
마을에 책방이 점점 없어진다고 하지만 일상 곳곳엔 그와 그들의 책방이 문을 연다. 비대면 시절을 관통하며 서점이 새롭게 일궈내는 ‘얼굴이 보이는 관계’. 2020년 가을, 시애틀에 거주하는 그래픽 디자이너 카리 퍼거슨은 어린이 서점 ‘오 헬로 어게인(Oh Hello Again)’을 열었다. 주변에선 ‘지금 이 시기에?’라며 만류했지만 같은 해 6월에 시작한 온라인 서점에 이은 2호점이다. 그리고 다음 해 11월, 일본에선 오토바이를 만들던 쇼다 유이치가 ‘책과 커피, 때때로 바이크’란 이름의 바이크 전용 서점을 집 앞 정원에 오픈했다. 그는 이를 “바이크와 만나는 책방”이라 설명한다. 그에 더해 10년 차 약사 박훌륭은 자신의 약국에 작게 책방도 열어 코로나19 상비약과 약사가 골라주는 책을 함께 판매하고 있다. 책방이, 근데 좀 이상한 책방이 늘어난다. 책방이 늘어난다. 그런데 좀 남다르게 늘어난다. ABA 알리스 K. 힐 회장이 “책과 전혀 관계없는 사람들의 진입이 눈에 띈다”고 이야기했던 것처럼, 지금 책방을 새로 열고 있는 건 책에 대해 남다른 지식을 갖고 있다거나 책을 많이 읽는 독서가 혹은 관련 업계 종사자이거나 대대로 책방을 운영하는 집안의 딸과 아들이 아니다. 실제 지난해 7월 미국의 <타임>은 ‘코로나19와 분투하는 독립 서점’이란 기사를 게재하며 전직 패션업계 종사자, 학교 선생님, 상담 치료사와 와이너리 운영자의 동네 책방을 소개하기도 했다. 그리고 이는 책을 내고 싶어 하는 사람, 즉 책방 수요가 전반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서점 컨설턴트 마크 카우프만은 “2020년 초에만 210명이 책방 오픈에 대한 문의를 해왔다. 평소에 비해 20% 많은 숫자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오 헬로 어게인의 카리 퍼거슨은 이런 말을 한다. “믿기 힘들지만 팬데믹이 제게 책방을 열게 했어요. 문닫은 점포가 많아 임대료도 감당할 수준이었고 무엇보다 지역 커뮤니티의 도움을 많이 받았거든요.” 9월 1일, 도쿄 코엔지에 새로 서점을 열 예정인 하나다 역시 그와 비슷한 이야기를 한다. “서로가 서로를 조금은 더 알아가는 책방을 만들고 싶어요.” 그는 일본의 대형 체인 서점 HMV의 히비야 지점의 점장이었고, 지난여름 매장이 문을 닫으면서 자신의 책방을 직접 차리게 된 셈이다. 그의 서점은 지금 크라우드 펀딩 중이다. 점점 더 늘어나는 책방, 그건 보다 사적인 책방으로의 전환처럼도 보인다. 그리고 이는 한국도 마찬가지다. ‘연희 책방’의 구선아 대표는 본인의 블로그에 “책방 창업 증가세가 꺾이지 않아요. 끊임없이 문의가 들어옵니다”라고 최근의 동향을 이야기해주었다. 책방은 분명 지금 새로 시작하는 일상의 출구가 되어가고 있다. 지난해 1년 기간 한정으로 경의선 책거리에 책방을 공동 운영했던 작가이자 큐레이터 서지형은 “책은 최소한 ‘쓰는 자’와 ‘읽는 자’가 필요한데, 그 자체가 커뮤니티의 최소 단위가 아닐까요? 서점에선 정말 다양한 사람을 만날 수 있잖아요”라는 이야기를 했다. 집 안에 틀어박혀 인내하던 3년과 서점 그리고 결코 혼자로는 존재할 수 없는 책과의 관계. 커뮤니티에서 책방이 다시 일어나는 건 그렇게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일까? 코로나19가 시작되고 3년, 아니 독립 출판이 싹을 틔우고 10여 년. 지금의 보다 유연한 ‘책방 무브먼트’는 ‘읽다에 고정되어왔던 기존의 수동적 독서를 넘어 참여하고 행동하는 그리고 관계하는 ‘책과의 활동’으로 책을 소비해온 지난 일상의 결과일지도 모르겠다. 카페나 영화관, 갤러리 등 타 장르와의 변주가 더해지며 외연을 확장하기도 했지만, 또 한 번의 세월이 흘러 이번엔 내부로의 확장을 보여주며 책방은 가장 자연스러운 일상으로, 또 우연한 만남에서 새로운 내일을 시작한다. 책이 되기 위한 기준이 없는 것처럼, 책방을 차리기 위한 자격증이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일상은 때로 그렇게 책방이고, 책을 즐기는 방법이란 너와 나의 삶, 우리 인생의 가짓수만큼 다양하다. 서점은 어쩌면 지금, 처음으로 자유를 찾았다.
책을 사랑하는 보다 지속 가능한 실천들
1 너의 목소리를 듣다, 마음을 처방하다 코로나19로 서점이 문을 닫자 국내외 곳곳에서 조심스레 시작된 ‘책 골라드립니다’ 서비스. 한국에서는 현재 시즌3을 진행하고 있는 정지혜 대표의 ‘사적인 서점’이 인기가 좋은데, 여기선 단지 책을 추천하는 것이 아니라 독자의 살아온 시간이나 경험, 성격이나 고민 등을 카운슬링한 뒤 그에 맞는 책을 제안하는 보다 공들인 서비스를 제공한다. 말하자면 ‘책을 처방해드립니다’. 그리고 일본에선 입장료를 받는 서점으로 화제가 됐던 ‘분끼츠’가 ‘가장 퍼스널한 독서 체험’이란 이름으로 온라인 상담 그리고 책을 배송하는 서비스를 1만 엔부터 4만 엔까지 모두 4개 코스로 제공하고 있다.
2 공유경제 시대, 책방이 찾은 관계 최근 일본에서 급속도로 번지고 있는 공동체 책방. 책방안에 책장을 렌털하면 누구나 책장의 주인이 될 수 있는 구조이고, 각 책장의 주인은 일정한 임대료를 내고 내맘대로 책을 선별, 진열, 판매할 수 있다. 시모키타자와 ‘북숍 트래블러’의 경우 월 6000엔, 진보쵸 ‘PASSAGE by ALL REVIEWS’에선 5500엔. 책방 안에 책방이 입점하는 셈이다. 더불어 책방 안에 서로 다른 다수의 책방이 공존하는 셈이라, 커뮤니티를 기반으로 자신의 책장뿐 아닌 서점의 ‘하루 점장’을 교대로 맡게 된다. 책방을 본격 시작하기 위한 예행연습 또는 나를 표현 하는 조금 특별한 공간으로 책방을 숨 쉬게 하는 40× 80cm 사이즈의 세포형 책방이다.
3 약국에서 책을 사 와 동네 목욕탕에서 읽다 공덕동 ‘푸른 약국’ 안의 책방. 10년 차 박훌륭 약사가 운영하는 너무나 솔직한 이름의 ‘아직 독립 못한 책방’ 은 그의 또 다른 직업이자 가게다. 코로나19 전 마케팅, 브랜드적 관점에서 장르를 넘나들며 응용되었던 서점은 지금 일상에서 개인적인 사정을 품고 다소 엉뚱한 장사를 한다. 약사이자 작가인 박훌륭은 “굳이 말하지 말고 경계에서 즐기길 권한다” 며 약국과 책방이란 이질적 조합에 대해 이야기했는데, 시설의 노후화와 운영진의 고령화로 폐점이 줄을 잇는 도쿄의 동네 목욕 탕에선 탕 안에 책방을 만들어 목욕 후 책과의 휴식을 제안하기도 한다. 이 역시 목욕탕 로비에 가로세로 30cm 크기의 책장 한 칸을 임대(월 3000엔)하는 방식이고, 이들은 그를 ‘미세(가게)’라 부른다. 동네 목욕탕 역시 동네 사교의 장이었던 걸 돌아보면 둘을 이어준 건 결국 사람이었을까.
4 로컬에서 책방은 동네 마트 옆에 놓인다 지금까지 출판, 서점이라고 하면 도심, 수도권이 중심이었지만, 작고 개인적인 책방이 존재감을 드러내며 일렁이는 지금 그 중심은 분명 외곽, 지역이다. 이유야 많겠지만 아마도 보다 커뮤니티가 남아 있는 마을이기에 가능한 시도가 지금 우리가 책방에 요구하는 것들과 일치하기 때문이 아닐까? 서점연합이 공개한 자료에서도 가장 많이 책방이 늘어난 건 압도적으로 제주도(27곳에서 80곳)였으니까. 이름부터 지역을 느끼게 하는 ‘남해의 봄날’은 책과 지역 특산물을 동봉 배송해주는 책 구독 서비스 ‘책바다 봄’을 시작했고, 다른 지역 출판사 네 곳과 마음을 모아 ‘어딘가에는 OO이 있다’ 시리즈를 펴내기도 했다. 심지어 도쿄이기는 하지만 신주쿠 뒷골목 수산물 거리에 본사를 둔 잡지사 ‘주간 낚시 뉴스’는 건물 1층을 개조해 물고기 특화 서점 ‘사카나 북스’를 오픈했다.
5 그리고 사람 지금 다시 책방이 들썩이는 건 아마 사람 때문이다. 클릭 한 번으로 웬만한 책도 별 기다림 없이 구할 수 있는 시대에 굳이 발품을 판다는 건 분명 사람 때문이다. 서지형 작가가 전시 큐레이터로 10년 넘는 세월을 살다 책을, 그것도 ‘자율적 형태’로 내자고 결심한 건 “함께하는 자리에 있고 싶다”는 마음에서였고, 그렇게 처음 펴낸 책 <의자와 낙서>는 아카이빙에만 무려 7년이 소요됐다. 마치 자신의 지난 시간을 정리해 발표하듯 그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꽤 많은 시간을 살았다”. 두 번째 책 <흔들리는 선>은 워크숍에만 1년이 소요 됐는데, 할머니, 할아버지가 처음 그린 그림에서 출발한 책이다. 그러니까 관계에서 책이 태어난다. 도쿄의 한인타운이라 불리는 오오쿠보에는 ‘외로운 책들 (Loneliness Books)’이란 이름의 서점도 있는데 주말 한정 예약제에 주로 페미니즘, 성소수자, 고독과 연관된 책들을 판다. 책방을 운영하는 그래픽 디자이너 가타미 요우는 “고독하기에 비로소, 그를 재료로 삼아 누군가와 이어지려 하고, 그건 곧 희망적인 의미가 된다” 는 말을 했다. 고독이 관계의 씨앗이 되는 곳, 그렇게 내일이 시작하는 자리. 책방은 우리를 곧, 다시, 사람이게 한다.
만남의 기능을 중요시한 상파울루의 책방.
1 시부야 상업 시설에 오픈한 ‘시부야 OO 서점’.
2 서지형 대표의 책은 사람, 관계에서 시작한다.
3 때로는 ‘약국’ 간판을 달기도 하는 정지혜 대표의 책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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